[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것만 같은 우리의 현 상황들, “갇혀있는 기분을 느껴 많이 답답해요”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처럼 들리곤 한다. 그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세계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때로 우린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해외를 동경하기도 하는데 아마 반복되는 하루들에 지쳐 더욱 그런 생각이 크게 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세계 속 이야기’라는 주제로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장도영 기자로부터 여행을 통한 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

2017.08. 여권을 급하게 새로 발급해야 했기에 방문했던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내부. 휴일임에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나와주신 직원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사진=장도영)
2017.08. 여권을 급하게 새로 발급해야 했기에 방문했던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내부. 휴일임에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나와주신 직원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사진=장도영)

예약한 항공사 카운터에서 2시간 정도를 계속 실랑이를 벌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 곳은 사전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일 텐데.

그래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할 때 내 여권을 보고도 알려주지 않은 직원의 무관심이랄까. 친구 어머니께서 긴 통화를 끊으시더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도영아. 지금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해서 너의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휴일인데도 많이 급한 것 같아 도착하면 바로 나와주신다고 하시네. 일단 진태는 원래 계획대로 떠나면 될 것 같고 너는 최대한 빠르게 방문해서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다음에 새로운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두바이로 떠나”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정신이 없었지만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여행을 모두 포기해야(돈이 많은 시절이 아니었기에 더 사용할 자금이 없었다)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으니.

먼저 친구와 미리 환전해둔 경비를 반으로 나누고 꼭 두바이에서 다시 만나자며 짧은 포옹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택시 기사님을 찾았다. 레이오버를 짧게 했기 때문에 남은 페소가 꽤 있었다.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했기에 지나다니며 ‘이 돈을 모두 드릴 테니 왕복으로 나를 태워주세요. 대신 대사관에서 대기시간이 좀 발생하니까 참고해주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2017.08.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을 갈 때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때 친절하게 운전을 해줬던 택시 기사 리도(Lido)와 함께(좌). 운 좋게 마지막 시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항공사인 Philippine Airlines(우). (사진=장도영)
2017.08.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을 갈 때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때 친절하게 운전을 해줬던 택시 기사 리도(Lido)와 함께(좌). 운 좋게 마지막 시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항공사인 Philippine Airlines(우). (사진=장도영)

단편영화를 찍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한 10분이 흘렀을까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현지 남자분이 내게 다가왔다. 위치와 설명을 듣더니 좋다며 빨리 가보자고 했다. 사실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따라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기사님의 이름은 리도(Lido)였고 가는 내내 어눌한 영어로 계속 말도 걸어주는 등 친절했다. 문제는 당일이 금요일이었는데 정말 차가 말도 안 되게 막혔다.. 정말 말도 안 되게..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한자리에서 몇십 분이나 움직이질 못하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길이 너무 막히는데 저 그냥 내려서 뛰어가면 안 될까요?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라고 말했고,

기사님은 “필리핀은 여행객 혼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해요. 총이 소지가 되는 것도 있고 지금 이 근처는 강도들이 많은 곳이라 절대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때 나를 설득해주지 않았으면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모른다.

결국 2시간이 넘어서야 가까스로 도착했고 먼저 휴일인데도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직원분께 말씀드렸다. 이후 곧바로 내부에 있는 여권사진기로 촬영을 하고 서류를 작성한 뒤 발급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없는데 이러다 정말 남은 여행을 못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감이 밀려왔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단 처리를 빨리해주셨고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드린 후 공항으로 출발했다.

 

2017.08. 우여곡절 끝에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한 후 찍은 내부(좌) 모습. 그리고 고생 후 먹는 기내식(우)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사진=장도영)
2017.08. 우여곡절 끝에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한 후 찍은 내부(좌) 모습. 그리고 고생 후 먹는 기내식(우)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사진=장도영)

간절함 그리고 기적


가는 길에 친구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국제전화는 걸고 받는 사람 모두 요금이 많이 나가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유심을 사서 앱으로 통화할걸).

“도영아. 우리가 비행기를 인터넷 홈페이지랑 앱을 활용해서 모두 찾아봤는데 나오질 않네. 근데 간혹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티켓은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공항에 가면 최대한 빨리 항공사 카운터로 가서 물어봐”

이젠 정말 모 아니면 도였다. 가서 있으면 계속 여행을 하는 거고 없으면 포기해야 했다. 도착하고 기사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다음에 필리핀 여행을 또 오게 되면 꼭 전화하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 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Philippine Airlines’ 항공사 카운터로 냅다 뛰었다, ‘신이 있다면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휴식시간인지 직원이 많이 없었는데 나는 ‘얼마여도 상관없으니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곤 내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리가 없었는데 탑승객 한 분이 갑자기 취소를 해서 딱 한자리 남았어요. 가격이 좀 비싼데(편도였고 당시 한화로 90만 원 정도) 결제하시겠어요?”라고 답했다. 기적이다 기적.

나에겐 너무 큰돈이었지만 나중에 일을 더해서 벌더라도 지금은 써야 했다.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으니. 빠르게 구매를 하고 이륙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탑승구까지도 부리나케 뛰어갔다.

다행히 출발 전에 도착해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비싼 만큼 좌석도 편하고 기내식도 정말 맛있었다. 그러곤 긴장이 모두 풀려 자연스레 눈이 감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짜 단편영화 한 편 찍은 것 같네..’

『여행과 관련된 사진, 영상이 궁금하다면』 ▶Instagram: @_dy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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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영 기자, 장도영은 기자이자 작가로서 현재까지 저서 ‘나도 몰랐어, 내가 해낼 줄(2020), 평범한 일상, 그리고 따듯함(2021)’ 총 2권의 책을 출간했다. 과거 10년 동안 현역 배구선수로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고 앞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라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픈 소망을 가진 사람이다.
장도영 기자, 장도영은 기자이자 작가로서 현재까지 저서 ‘나도 몰랐어, 내가 해낼 줄(2020), 평범한 일상, 그리고 따듯함(2021)’ 총 2권의 책을 출간했다. 과거 10년 동안 현역 배구선수로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고 앞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라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픈 소망을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