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제 개선 없으면 학업부담만 가중

교육부가 지필고사를 폐지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사들이 객관적인 평가기준 없이 지필고사가 폐지되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교사들은 이러한 지침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능제도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초중고 학생평가 변경 추진 관련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 수석교사, 교감, 교장 등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필평가 없이 서술형·논술형·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중등교원의 61.0%가 반대(찬성 36.8%)했다. 중등교원 가운데 고교교원은 반대(66.3%)가 찬성(32.3%)의 두 배를 넘었으며 중학교교원은 찬성(42.4%)에 비해 반대(54.8%)가 많았다.

이에 비해 초등교원은 찬성(55.3%)이 반대(40.8%)보다 더 높게 나타나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입시와 평가 부담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초등교원은 ‘수능(상대평가방식·지필고사 형태)은 변하지 않고 학교평가 형태만 바뀜에 따른 이중적 학습부담’(38.7%)을, 중등교원은 ‘공정한 기준 마련의 어려움 속에서 학생·학부모 문제제기 우려’(중학교 46.3%, 고교 44.7%)를 1순위로 꼽았다.

이밖에 이들 교원들은 학생의 학력수준에 대한 정확한 확인의 어려움과 기초학력 저하 우려, 사교육 증가 및 학부모 부담 가중, 교사 평가 부담에 따른 형식화된 수행평가 전락 등도 문제라고 제시했다.

특히 ‘학생 평가방식 변경 시 우선 지원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초중학교 교원은 ‘상대평가 형식의 수능제도 변경‘(초등 30.1%, 중학교 27.7%)을, 고교교원은 ’객관적인 기준 마련'(30.8%)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아울러 교원들은 교원 수업 전념 환경 조성, 학부모 인식변화 등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필고사 폐지 허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질적 평가로 학생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숨겨진 재능 개발 ▲서열화된 평가 지양으로 학생의 학습부담 완화 ▲교사의 평가권 확대를 통한 평가의 책무성 및 전문성 강화 등으로 답변했다.

교총은 “교원들은 객관적인 평가기준 마련 등 학교 현장의 준비가 안 돼 있는데다 여전히 수능 등 입시체계가 상대평가 방식의 지필고사로 치러지는 현실에서 갑작스런 평가방식의 변경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교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현장 준비 부족 등 현실을 고려해 서두르지 말고 현장지원책을 마련하고 수행평가 등의 확대 비율을 강요하지 말고 실질적인 학교자율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수능 등 대입제도 개선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과학습 발달상황의 평가를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해 하도록 한 학교생활기록 작성과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을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해 실시할 수 있다’로 개정해 학생평가의 자율성을 갖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 3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