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근본대책은 '스마트성장'

이주호(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청년 실업을 초래하는 역풍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국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청년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의 청년 실업은 경기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부침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세차게 불고 있는 네 가지 역풍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다.

첫째,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에 의하여 대체되는 역풍이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둘째, 한국이 앞선 국가들을 빠르게 추격하던 시대가 끝났지만 아직 스스로 진로를 개척해나가지 못함에 따라서 역풍을 맞고 있다. 셋째,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어냈지만 각종 이익집단들이 자기의 이익만을 위하여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소위 뗏법이 난발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등 공익이 훼손되는 역풍을 맞고 있다. 넷째, 그 동안 한국의 역동성을 제공하였던 젊은 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고령화 역풍이 불고 있다.

♦ 역풍을 해쳐나갈 스마트 성장의 엔진

이러한 만만찮은 역풍들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 열풍이 강하게 불수록 성장 엔진을 더욱 강하게 점화시켜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을 후진국에서 선진국의 대열로 끌어올린 것은 인적자본과 혁신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엔진이었다. EC (European Commission: EU의 집행기관)는 ‘스마트 성장’을 교육, 연구 및 혁신, ICT(정보통신기술) 및 디지털 사회,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향상시킴으로서 낮아진 성장을 회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산업화 성장의 국가에서 스마트 성장의 새로운 모델 국가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청년 실업도 이러한 스마트 성장의 전략 아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통하여 극복될 수 있다.

♦ 인적자본

스마트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 전략으로는 기계에 대체되지 않은 인간을 육성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교육의 일관된 변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그 동안 교육 거품을 해소하기 위하여 추진하여온 교육 다양화 개혁을 지속적으로 현장에 착근시키면서, 프로젝트수업과 수행평가 중심의 교실의 변화, 컴퓨팅 사고력 및 진로 기술교육의 혁신, 혁신생태계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대학의 변화, 등과 같이 미래지향적 교육개혁에 집중하여야 한다. 또한, 군 인력 제도, 육아 지원제도, 해외인력 제도, 등과 같은 제도 개혁 및 노동개혁을 통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의 충격을 흡수하여야 한다.

♦ 혁신

혁신 전략으로는 대학과 정부출연(연)의 고위험․고가치(high-risk high-payoff) 연구가 활성화되도록 미국의 DARPA와 같이 급진적 혁신을 추구하는 특공대와 같은 연구기획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정부출연(연)도 과감하게 개방하고 개혁하여야 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수직적인 관료체제에서 탈피하여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보다 개방되고 자율적인 기반 위에 협력과 소통을 통하여 청년의 창업과 경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창업 공동체가 구축되어야 한다. 스마트 성장이 가능하려면, 정부부터 먼저 수직적 하향식 조직 문화를 벗어던지고 민간과 협력하고 혁신을 지향할 수 있도록, 소위 관치를 타파하고 중간 전문기구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과감한 정부 혁신을 추진하여야 한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지구촌에 불고 있는 역풍을 해쳐나가기 위하여 정부를 개조하는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결국 한국이 스마트 성장의 모델 국가로서 청년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판가름하게 되는 것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정부 혁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일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가 넘는 6만불 수준까지 육박하고 청년 실업의 문제가 거의 없는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들 대다수를 특정 부처에 평생 소속되도록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부처를 이동시키고 있다. 애당초 이관유 시기에 이러한 공무원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부정부패 척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공무원들이 평생 하나의 부처에 소속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정부를 만드는 매우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적 합의와 개혁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가 내부의 다른 문제들에 몰두하느라 성장의 엔진이 꺼진 채 세차게 불어오는 역풍을 외면하고 표류할 때가 아니라는 위기 인식을 공유하여야 한다. 인적자본 및 혁신을 엔진으로 한 스마트 성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개혁의 추진에 매진하지 않는 한 청년 실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이 더 이상 청년 실업의 불안에 어두워지지 않도록 기성세대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 성장의 해법을 찾아내어야 한다. (Eduinnews 창간을 기념해 보내주신 글입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