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초국가적 가치중립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교육과 정치는 물과 불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국가와 사회의 실제 작동 모습과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과 정치, 정치와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교육을 생각하는 정치, 정치를 생각하는 교육'을 주제로 담론을 형성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 세태에 관해 취재를 해봤다.<편집자 주>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매년 가을이 되면 대학 캠퍼스에는 총학생회장 선거로 분주하다. 그러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 풍속도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파행과 비리들로 점점 그 빛을 바래져 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민주시민을 기르는 정치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할 학교선거는 대학에 와서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 실태를 살펴보았다.

“낮은 투표율에 나올 후보도 없다”

총학생회 선거 잇단 파행…돌파구 없나?(ㅎ대학), 휘청이는 대학 총학생회, 갈 길은 어딘가?(ㅅ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연장투표 끝에 결국 무산(ㅅ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이래서 되겠는가?(ㅅ여대), 선거 무산·자질 논란…위기의 대학 총학생회(KBS 뉴스)

최근 대학 내에서의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 문제점에 대해 각 학교 신문이나 매스컴에 보도된 기사 제목들이다. 제목들만 보아도 그 실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선거는 어느 정도 부모의 능력과 배경이 영향력을 미치고, 진로선택과정에서의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기에 적극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학교는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취업문제나 학생회 활동에 대한 무관심으로 참여가 초·중·고등학교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심지어 어떤 대학은 후보가 나서지 않아 연이은 선거가 연이어 무산되기도 한다. 정치교육 학습은커녕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가뭄 끝에 바싹 말라버린 논바닥이다. 그 어디에도 희망의 단비가 내릴 것 같지 않다.

ㅊ대학의 경우 단 단과대학별로 출마자가 나오지 않아 2015년 선거에 이어 2016년도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후보가 나서도 투표율이 지극히 부진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서 정상적으로 개표도 해보지 못하고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를 맞기도 한다. 심지어 ㅅ대 같은 경우 투표율 미달로 인해 12년 연속 연장투표나 재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대학생들의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선거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며 쓴 학교신문 기사들을 바탕으로 나름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가장 큰 이유는 선거시즌만 되면 눈에 띄는 선거파행의 모습과 만연하는 불공정 선거 때문인 것 같았다. 그 다음 이유는 학생들의 관심이 우선 취업과 학업성적에 집중되어 있어 총학생회에 무관심하기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취업준비로 아예 선거에 관심이 없고, 저학년 학생들도 영어나 학점 등 취업을 위한 자신의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총학생회 선거는 물론, 총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 그 활동에도 관심이 없다.

파행으로 치러지는 총학생회장 선거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교 내의 총학생회장 선거가 파행과 불공정으로 물들여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는 그저 그렇고 그런 후보자 때문이다. 총학생회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입후보에 참여해서 인물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입후보자가 없어서 ‘나 홀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선거에 참여하나마나 결과가 반하기에 무관심을 초래하는 것이다. 입후보자가 자격 시비에 휘말려서 후보자격을 상실하는 웃지 못 할 상황들도 더러 있다. 이뿐이 아니다. 투표과정에서의 부정선거행위로 사전 투표 용지발견, 대리투표, 투개표 부정, 선거관리 부정, 여기에 학교 측의 선거개입까지 허다해서 정치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와는 달리 자치적으로 이루어지는 선거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학내 선거관리위원회의 불공정한 구성과 선거 개입, 흔히 말하는 꾼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선거실태 등을 보노라면 도대체 그동안 학생들이 학교에서 민주시민 교육과 정치 교육을 어떻게 배워왔는지가 의심될 정도이다. 이런 실태가 결국 무관심을 낳는다. 투표율 50%를 달성하지 못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정치 교육은커녕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정치교육의 거듭남을 위해서라도

이토록 문제 많은 대학생들의 총학생회 선거를 자치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방치하거나 방관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정치교육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선거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의식을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주의 참여와 체험의 장인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현안을 해결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선거제도와 선거문화가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학습하는 올바른 학생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선거 효능감을 충분히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념과 진리의 상아탑이라 칭했던 70-80년대 대학과 오늘날의 대학은 전혀 다르다. 이즈음 대학생들은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 개인적인 삶의 질적 향상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대학의 총학생회 활동 또한 복지측면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자신과 무관한 대외적인 정치이슈로는 총학생회 활동이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방법론적으로도 다양한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최초로 온라인투표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과거 50%도 안 되던 투표율이 75%로 25%이상 증가하였으며, 학생들도 모바일과 PC로 투표를 하는데 있어 편리함과 간편함 때문에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자 모바일투표제 도입을 추천해 본다.

다음으로 학습결과에 대해 학점을 부여하는 것처럼 총학생회 활동이나 선거 참여와 체험에 대한 학점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거의식과 시민역량을 함양하도록 정치 및 참여활동에 대한 교양강좌 개발도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규정 표준안을 대학별이 아닌 교육정책 수준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대학별로 투명한 선거를 위해 세칙을 강화한 선거규정 마련이 시급한 과제인데, 교육부나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각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조, 협력하여 새로운 대학 선거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대학의 선거문화를 살펴보노라니 흡사 우리 정치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민주주의는 노력과 대가 없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역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는 동안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렀다. 민주시민교육도 그냥 되는 법이 없다. 대가를 치르며 가르쳐야 한다.

상아탑에서만큼은 올바른 선거문화를 통해 제대로 된 정치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마지막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딜레마에 빠진 정치교육의 거듭남을 위해서라도 대학선거문화는 고쳐지고 회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