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민족사관고 교사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지는 교육 과정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고 계발하며, 삶의 목표와 꿈에 대한 계획을 세워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획하고 연구하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이 중요한 교두보가 되는 경우라면, ‘어느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던지고 답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한 삶의 과정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대학들 중 하나의 선택지라는 측면에서 미국 대학 진학 과정을 바라보고, 한국 대학 진학의 경우와 비교하여 미국 대학 진학 과정 전반을 소개함으로써 국내에서 학부 유학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전공 선택에 대한 자유로움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점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미국 대학의 장점이라 한다면 무엇보다 ‘전공 선택에 대한 자유로움’을 꼽을 수가 있다. 한국 대학의 경우 대부분 대학을 지원할 당시에 전공 학과를 미리 정해서 지원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 한국 대학이 좋은 선택이 될 수가 있다. 반면, 미국 대학은 대부분 전공 학과를 미리 정할 필요가 없이 관심 분야 정도만 밝히고 지원을 할 수가 있다. 전공의 경우 입학 후 1~2년 동안 관심 분야들에 대한 여러 과목들을 충분히 접한 후에 정할 수 있다.

또한, 한 번 정한 전공을 다른 전공으로 바꾸거나, 복수 전공 등의 기회가 한국 대학들보다 훨씬 열려있다. 따라서 아직 무엇을 전공해야할지 잘 모르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미국 대학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가 있다. 미국 대학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적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유명 기업체,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학부생일지라도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들이 훨씬 많아 학생들이 대학 재학 시절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나 사회 경험을 미리 쌓아, 향후 대학원이나 취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반면, 미국 대학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학비와 생활비가 한국 대학 대비 2배 이상 들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몇몇 대학들의 경우 외국인 신분의 유학생들에게도 재정 지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 사립대학들의 경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학비와 생활비를 합하면 연간 $60,000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은 미국 대학의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으므로, 학생 및 학부모가 이에 대해 서로 공감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실력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단지 미국 명문 사립대 출신이라는 점이 한국 기업 취업의 보증 수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학 지원 시 대학의 간판만을 고려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대학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물리적으로 동떨어져 생활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독립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미국 대학 생활이 매우 힘들 수 있다는 것 역시 신중히 고려를 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2. 얼리(Early)와 레귤러(Regular Decision)

미국 대학의 전형은 우선 시기적으로 한국 대학의 수시, 정시와 비슷하게 얼리(Early)와 레귤러(Regular Decision)로 나뉜다. 얼리 전형의 경우, 대다수의 대학들의 마감일은 11월 1일이며, 합격하더라도 레귤러에서 다른 대학 지원이 가능한 Early Action 전형과, 합격하게 되면 해당 대학에 무조건 등록을 해야 하는 Early Decision 전형으로 나뉜다. Early Decision 전형은 한 대학만 지원할 수 있는 반면, Early Action은 여러 대학을 지원할 수 있다.

흔히 HYPS로 일컫는 Harvard, Yale, Princeton, Stanford 대학들은 Single Choice Early Action 전형으로 Early Action이지만, 해당 대학 이외의 사립대학을 Early 전형으로 지원할 수 없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이밖에 주립대의 경우 Priority 전형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반적인 원서 제출 기한보다 이른 원서 제출 기간을 따로 두어 이 기간에 지원한 지원자에게 보다 유리함을 주는 전형이다. 레귤러 전형은 대개의 경우 1월 1일이 마감일이다. 미국 대학의 전형제도를 처음 접한다면 복잡하게 느낄 수 있지만, 단순하게 요약한다면 한국 대학의 수시처럼 먼저 Early Action, Early Decision, Priority가 있고, 이 전형들의 결과가 나온 이후 한국의 정시처럼 Regular Decision이 있다고 이해하면 편하다.

3. 단순하고 공통된 지원서

한국 대학 수시의 경우 한 대학 내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 특기자 전형, 일반전형 등 여러 개의 전형이 있고, 또한 각 전형별로 차이가 뚜렷하다. 이들과 성격이 다른 정시 전형까지 고려한다면, 학생들이 자신에게 알맞은 전형을 찾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대학 지원 원서는 단순하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대다수의 미국 사립대 및 일부 주립대는 Common Application이라는 공통된 지원서를 사용하며, 여기에 각 대학들이 추가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상당수의 주립 대학 및 일부 사립대학들은 그 대학의 독자적인 원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원서는 크게 보면 Common Application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므로 상당히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4. 다소 의아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미국 대학의 평가와 유사한 한국 대학의 전형을 꼽으라면 ‘학생부종합전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학은 지원자의 학업 내외적인 모습을 지원자의 원서와 추천서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를 한다. 대학 자체의 기준을 두고 이 기준에 합당한지 여부를 보기도 하지만, 그 학생이 처해 있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평가를 하므로, 그 기준이 절대적이라 볼 수 없으며 외부에서 보기에 다소 의아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미국 대학의 평가에 대해 학업 내외적으로 나누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학업적 역량: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의 학업적 역량에 대해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함께 진행한다. 먼저 정량적 평가로 고등학교 영문성적표에 있는 Grade Point Average (GPA), SAT 혹은 ACT 점수, SAT Subject 점수를 반영한다. GPA는 각 고등학교마다 산출 방식이 다른데, 상대 평가 개념의 내신이 아니라 대학의 학점과 같은 절대 평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가 받은 GPA가 출신 고교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공인 시험으로는 SAT 혹은 ACT, SAT Subject 등을 들 수 있다. 일 년에 5~6번 응시 기회가 주어지며, 높은 점수일수록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국 대학 수시의 경우, 서류 평가에서 일차적으로 학생을 거른 이후 면접 혹은 논술이라는 직접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대학은 지리적,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 지원자에 대해 한국 대학처럼 면접을 통한 직접 평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량적인 평가 이외에 학생의 학업적 역량을 평가하는데 있어 추천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대다수의 미국 대학들은 2명의 교과 담당 교사 추천서와 College Counselor가 작성하는 Secondary School Report를 참조하므로 3개의 추천서를 통해 정성적 평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각자의 특징과 개성을 살려 배움에 대한 열정, 날카로운 논리력, 타인과의 협력 능력, 창의성, 작문 실력, 발표력, 끈기, 배려심 등 본인의 학업과 관련한 색깔이 드러나는 성향을 담당 교사가 공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학원서 기본 제출 서류에 포함되지 않지만, 많은 미국 대학 지원자가 응시를 하는 AP(Advanced Placement) 시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P 시험은 5월 중 관심 분야에 대해 과목별로 응시를 할 수 있다. 각 대학마다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AP 시험 점수의 기준을 마련하여, 이 기준 점수 이상을 받는 경우 특정 과목에 대한 이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이를 활용하여 조기 졸업을 할 수도 있다. 지원자의 고등학교에 AP 과정이 있다면, 수강 과목에 대해 AP 시험을 응시하여 대학 입학 후 학점 인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2)학업 외 역량: 한국 대학은 미리 전공을 정하여 지원을 하므로 해당 전공에 대한 학업적 평가가 학업 외적인 모습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반면, 미국 대학은 지원자의 학업 외적인 부분에 평가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소규모 미국 대학인 경우 학업 역량 이외의 모습에 대해 해당 대학과 잘 맞는지 여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살펴본다. 미국 대학은 지원자가 관심 분야나 활동에 대해 얼마나 지속적이고 열정적으로 임했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지원자가 속해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 주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둔다. 이러한 학업 외적인 역량에 대한 평가는 교과 담당 교사 및 College Counselor 추천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원자가 관심 분야에서의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각자의 개성과 품성을 드러낼 수 있는데 배려심, 리더십, 열정, 협동심, 추진력, 기획력, 끈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학업 외적인 모습은 비단 동아리 활동뿐만이 아니라, 학급 활동, 수업 활동, 봉사활동, 취미 활동 등 고등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드러나게 된다.

3)언어 능력: 미국 대학에 가서 사용하게 될 언어는 영어인 만큼 영어 사용 능력은 비단 입시뿐만이 아니라 실제 대학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학별로 일정 점수 이상의 토플 점수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평소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여 영어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영어 작문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독서를 통해 어휘 실력을 키우고 생각을 많이 하여 내적으로 성장하고 본인만의 생각과 인생관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대학원서 작성 시, 단순히 문법적으로 뛰어난 글이 아닌 본인만의 생각이 잘 담겨 있는 영어 에세이가 유일하게 지원자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므로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매김을 해오고 있다.

5.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시절은 성인이 된 이후의 인생의 출발점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하였듯 자신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계획을 세우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대학 진학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미국 대학 진학의 결정은 될 수 있으면 빠른 시기에 하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준비를 할 수 있는 수능과 달리, 일상적인 학교생활 이외에 추가로 SAT (혹은 ACT), SAT Subject, 토플을 준비하여야 하며, 관심 분야에 따라 AP 시험 준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 대학 역시 다양한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있고 이러한 전형들의 특징이 다르므로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 한국 또는 미국 대학 진학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대학 수시도 미국 대학처럼 지원자에 대한 통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리 전공을 정한다는 점과 면접, 논술과 같은 직접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 무시할 수 없는 내신의 중요성 때문에 아무래도 학업적인 면에 대한 중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고등학교 시절 순위 경쟁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꿈과 관련하여 학교 수업 이외의 학업 내, 외적인 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미국 대학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학생의 꿈이나 관심 분야가 있다면, 그 꿈이나 관심 분야에 대해 즐기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입시 준비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좋은 GPA를 받기 위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학교 수업 번외로 SAT (혹은 ACT), SAT Subject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시험은 기왕이면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마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험 준비를 제외한다면, 내가 살고 싶은 청소년 시절을 보내는 것, 그것 자체로 곧 자연스럽고 정석적인 미국 대학 진학 준비가 된다는 점에서 미국 대학 준비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가령, 환경에 관심이 있어 화학, 생물과 같은 과학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해당 과목 교사로부터 좋은 추천서를 받거나, 혹은 환경 단체나 동아리 활동, 대회 등에 참여하여, College Counselor로부터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으므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자연스레 대학 준비를 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미국 대학 입시 준비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인 College Counselor가 있는 고등학교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학 입시는 지원자가 처해 있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학생이 처한 가정적, 지리적, 환경적 상황을 포함한 모든 여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가는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의 과정 자체가 미국 대학의 진학 준비라 결론을 내리고 싶다.

또한 미국 대학의 순위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사람들이 들어 보지 못한 우수한 미국 대학들이 매우 많으며, 중요한 것은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속해 있던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해 내 딛는 것이다. 이렇게 성실한 사람들에게 결국 기회가 열리고 어느 순간 그 꿈에 성큼 다가가는 경우를 지난 6년 동안 College Counselor을 하면서 많이 지켜봐 왔으며, 이는 비단 미국 대학뿐만이 아니라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