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교수

‘중국바람’이 거세다. 이런 ‘바람’은 중국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이후 중국유학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특히 한중 FTA체결로 한중간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중국유학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중국내 한국유학생은 미국, 일본을 제치고 1위이다. 약 6만3천여 명이 유학하고 있는데, 그것은 중국의 대학에 유학하는 외국유학생의 3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렇게 중국에 유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중국어를 습득하고 중국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유학현상에 불을 붙인 것은 바로 중국정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정책이다. 2010년 중국정부는 중국에서 유학하기(Study Abroad in China)라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2020년까지 유학생을 50만명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50개의 중국어 강의 전공과정과 150개의 외국어 강의 전공과정을 설치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10개의 유학시범기지를 세우고, 중국정부 장학금을 대폭 확대해 5만명이상의 중국내 외국유학생이 정부장학금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중국정부는 자국을 아시아 최대 유학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1. 중국유학은?

중국은 한국과 비슷한 학제를 가지고 있다. 대학은 4년, 대학원 석사 2년, 박사 3년이다. 다만 의대의 경우 5년도 있고 7년도 있다. 한국과 학제가 틀리다보니 중국에서 취득한 의사자격증이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것은 중국의 중의대를 졸업해 중의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 외국인 유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과정은 전문대학 및 대학본과, 대학원, 어학연수(한어진수생), 일반연수, 고급연수, 연구학자 등 다양하다. 또 단기생반도 운영된다. 단기반을 운영하는 대학은 현재 300여개로 중국어단기과정, 중국문화과정, 중의학습과정, 법률학습과정, 서화학습과정, 고대건축학과정, 조리학습과정 등 다양하다. 보통 4-20주로 신청자가 직접 해당학교에 입학신청표를 제출하면 된다.

중국대학에 입학하려면 입학신청서를 제출한 후 시험에 합격해야 입학이 허가된다. 물론 외국인끼리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학생에 비해 대학입학이 쉬운 편이다. 중국대학의 입학전형 및 시험일정은 일반적으로 3월학기 입학과정은 1, 2월에 입학신청을 마감한다. 그러나, 이렇게 3월학기에 입학하는 경우는 학위과정이 아니고, 대부분 어학연수과정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정규 본과나 대학원과정은 3월경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4, 5월 입학시험을 본다. 일반적으로 베이징대학(北京大學)은 4월, 칭화대학(清华大学), 런민대학(中国人民大学), 푸단대학(复旦大学)은 5월에 시험을 본다. 시험과목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 한국학생들이 선호하는 베이징대학은 어문, 영어, 수학을 시험 보며, 별도로 면접시험이 진행된다.

이런 중국유학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중국대학은 학생모집시 지역할당제를 시행한다. 중국의 대학에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 자기 (省)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 등이 있다.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의 경우는 학교수준에서 학생모집 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별로 받아들일 학생의 수를 할당하여 각 지역에 통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베이징 지역 200명, 상하이(上海) 150명, 광둥성(广东省) 100명, 지린성(吉林省) 110명하는 식으로 받아들일 학생수를 배정하게 된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지표(指標)”라고 부르는데 이 지표에 의거해서 각 지역에서는 학생을 해당대학에 보내게 된다. 물론 외국유학생은 이런 지역할당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이징대학의 경우 한국유학생이 급증하자 아예 한국인 학생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1년에 외국인 입학생중 50%만 한국인 학생에게 배정하고 있다.

둘째, 학비가 이원화되어 있다.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학비를 비싸게 내야 한다. 보통 내국인에 비래 3배 이상은 비싸다고 보면 된다. 현지 학생에게는 소정의 학비와 기숙사비만을 받는 중국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학비와 부대비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학비의 이원화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중국대학들이 유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셋째, 좋은 학교일수록 학사관리가 엄격하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중국대학의 학사과정이 수준이 낮고, 관리가 엄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내 명문대학들의 외국인에 대한 학사관리는 매우 엄격하다. 베이징대학의 경우 입학하기도 어렵지만, 졸업하기도 쉽지 않다. 학점 3.0을 받으면 우수한 성적인 것이다. 이에 따라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거나, 수료만하고 학사학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넷째, 중국대학은 졸업시 졸업증서와 학위증서의 두 가지가 나온다. 졸업증서는 규정된 이수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성적이 합격수준이며, 졸업논문이 통과된 경우 수여한다. 학위증서는 중화인민공화국학위조례의 규정에 의해 수여하는 증서이다. 이런 증서는 모두 국가수준에서 통일된 양식을 가지고 있다.

2. 중국에 유학하는 한국 유학생이 가진 문제는?

유학은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다. 공부하러 가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중국에 유학하는 한국유학생이 가진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유학목표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전체는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 아니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중국유학을 결심한다. 또는 부모님이 볼 때 중국의 장래를 보고 자녀에게 중국유학을 권유한다. 비록 중국의 발전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상대로 사업 혹은 취업을 할 경우 어떠한 직종이 유망한지, 어떠한 전공을 선택해야 앞으로 전망이 밝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유학을 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기본적인 중국어 능력도 갖추지 않은 채 중국으로 유학을 온다. 언어능력은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언어에 능통하지 않은 채 중국유학을 결심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대학 진학 이전에 상당기간 중국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고, 높은 중국어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업을 들을 때에는 언어가 큰 장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중국에 대한 충분한 일반교양상식과 지식, 분석적 사유체계를 갖춘 고급 중국어 구사능력을 갖추는 것은 유학성공의 지름길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오랜 시간 유학생활을 한 한국유학생들이 중국을 도전의 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지 채용 시에 비자문제나 임금문제, 생활기반문제 등 여러 걸림돌로 인해 한국유학생들은 중국내에서 취업하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중국유학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이 부족한데서 나타난 현상의 하나이다. 이왕 중국에서 유학했으면 그 나라의 전문가가 되어 배운 지식을 펼치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아직은 기회의 땅이다. 과거에 비해 중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큰 땅덩이만큼 기회가 많다. 광둥어(Cantonese)를 하는 인재가 부족하고, 서부지역은 이제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당연히 이런 방면에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유학시 자신의 전문분야와 함께 중국을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전문가가 된다면 대단한 경쟁력을 갖게될 것임은 분명하다.

3. 중국유학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많은 중국유학에서 성공한 유학생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중국어 외에 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중국어의 2개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우선 중국 현지인력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중국어 능력이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이외에도 필수적으로 영어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는 국내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길 원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생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한국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대학재학시 취업을 위한 체계적 준비를 한다는 점이다. 최규발 교수팀의 조사결과(2011)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들이 졸업후 한국사회 적응시 겪었던 어려움으로 유학생에 대한 편견, 경험부족으로 인한 한국사회에서의 따돌림, 인맥부족, 조직문화 부적응, 정보력 부족, 높은 물가, 취업환경 부적응, 사회변화 부적응 등으로 나타났다. 오랜 유학생활로 인해 오히려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유학경력이 취업활동에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불리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입학 직후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경영이나 경제를 공부한다면 그 방면의 중국내 취득가능 자격증은 무엇이 있는지, 미국에도 관련자격증이 있는지 알아보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만약 졸업시에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하고, 미국이나 중국의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원하는 기업에 취업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전공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유학 성공경험자를 보면 관련 전공분야에 대해 한국대학생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와함께 중국지역에 대한 전문적 식견 예를 들면, 중국경영 환경과 법제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 중국내에서 커리어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중국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 언어, 문화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인데, 단순한 어학능력만이 아니라,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중국내에 취업하거나 인턴체험을 하는 것은 경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동안 국내에는 중국유학생은 실력이 없다는 인식 즉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이 넓게 퍼져있었다. 그러다가, 베이징대학 등 주요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되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유학은 한국대학 진학이 어려워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길로서 여겨지고 있다. 유학생활이라는 것이 고생을 수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젊을 때 한번은 경험해 볼 만한 자극제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유학을 잘 활용한다면 중국은 분명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