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VS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4·13총선을 앞두고 선거 분위기가 뜨겁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교육과 정치'에 관한 기획을 마련했다. 정치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 교육계 내부의 정치적 대결양상, 정치교육의 문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등에 관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취지다. 이번에는 '교육을 생각하는 정치, 정치를 생각하는 교육'을 주제로 오늘날의 정치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교육을 위해 정치가 감당해야 할 역할, 교육계 내부의 정치적 동태, 그리고 정치교육 등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교육과 정치, 정치와 교육에 관한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이 '교육을 생각하는 정치, 정치를 생각하는 교육'을 주제로 김병준 제7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박재완 제3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에듀인뉴스 한치원 기자>

1. 총선을 앞둔 각 정당들의 교육관련 선거공약은?

이돈희)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내놓은 교육관련 공약이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짐작 가시는 것이 있는지?

김병준) 야권에서 정부가 그간 진행한 정책들에 대한 반대 또는 대안적인 것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국정교과서 반대에 대한 것을 내놓을 것 같다. 선거의 승패가 결정되면 대놓고 국정교과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표를 얻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다.

박재완) 야권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확실히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이 말했듯이 정부 여당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양측이 티격태격할 것 같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당은 교육감 직선제를 러닝메이트 제도로 바꾸어 교육 행정과 일반 행정이 서로 티격태격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공약 같은 것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돈희) 자치단체장과 교육자치단체장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폐해 같은 것을 예방하는 것인가?

박재완) 그렇다. 그러한 관점에서 정부여당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 제를 제안할 것 같다. 대선과는 달리 정부 측에서 추진하는 교육 정책이 크게 제시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의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서 다른 선거에 비해 교육정책이 조명을 덜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병준) 전적으로 공감한다. 누리과정도 중요 이슈이지만 총선에서 교육 정책이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쟁점이 되는 부분, 누리과정이나 국정교과서 말고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이돈희) 국정교과서 문제나 누리과정 문제에 교육계의 입장이 진영에 따라 너무 다르다. 진보는 왜 국정을 반대하고, 보수는 왜 국정을 지지하는가? 보수도 검인정을 생각할 수 있고, 진보도 국정을 지지할 수 있는데, 왜 정치권과 교육계가 함께 가는가? 문제는 교육적인 것인데 그 해결은 왜 정치적 진영에 따라 나누어지는지? 보통중앙정부가 부담해라 하면 진보 측이고, 지방정부가 부담해라 하면 보수 측인가? 왜 교육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는가?                                                                                                             

박재완) 많은 사안에 있어서 진영논리, 흑백논리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이분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교육문제까지 진영논리로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쪽은 제3의 의견도 있는 것 같다. 보수의 가치가 원래 다양화와 자율을 진작시키는 것인데 ‘선택의 폭을 좁히는 국정화가 보수의 가치와 부합하는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꽤 있다.

이돈희) 보수층에서는 선택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 맞고, 진보 측에서는 오히려 가치의 중앙 결정적 분배 능력을 중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박재완) 독일은 2차 대전 후에 나치정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을 중시했었다. 일본도 전후 군국주의 색채를 탈색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 공민의 의식을 중시하는 교육에 비중을 뒀다. 우리도 이념에 치우친 일방적인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특수한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국정교과서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동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는 공감을 하는 편이다. 누리과정 문제도 그렇다. 어린이집과 보육기관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 되어 있어서 교육 외에 보육 요소를 가미한 것이 누리과정인데, 말끔히 정리가 안 되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티격태격 하니 국민이 볼 때는 황당무계한 것이다. 그것을 통합하겠다는 공약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병준) 국정화 문제는 우선 교육부가 잘못했다고 본다. 역사학자는 대체로 진보성향을 갖고 있다. 교과서를 집필하고, 검정, 채택할 때 그러한 편향성이 동원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관리를 나름대로 잘해줬으면 검인정 체제가 원래 의도한대로 다양성이 확보됐을 것이다. 그런데 말은 검인정인데 마치 하나의 진보적 색채로 도배하듯이 일원화 현상이 생겨버렸다. 8종 중에서 교학사 빼고 7종이 중도에서 진보 쪽인데 그중 5종은 확실히 진보다. 주체사상 부분이라든가 건국 부분 등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있는데 교육부가 과정관리를 잘못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쳐버렸다. 일부세력들은 압력을 가해서 진보성향의 책을 채택하도록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쪽이 다 반성해야 한다. 교육부는 과정관리를 잘못했고, 진보 쪽은 다양성을 포기했다. 자기들 스스로 획일화를 이룬 것이 잘못되었다. 입장이 다른 교과서에 압력을 가하면 안 된다는 자기반성이 야당이나 진보 쪽 지식인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이점 반성해야 된다. 그런데 이런 반성을 할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 국정화를 해버리겠다고 하니 진보 쪽에서 의심을 하는 것이다. 결국 국정교과서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자칫 잘못되면 곳곳에서 대안교과서가 쏟아져 나올 것이고, 엄청난 마찰과 국론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말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교과서에 이견들도 모두 제시해주고….               

박재완) 어떤 분은 그런 표현을 했다. 국정교과서는 고지전(高地戰)에 불과하다고. 국정교과서냐 검인정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누가 고지에 깃발을 꽂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전투는 고지전 뿐만이 아니고 진지전(陣地戰)도 있다. 그래서 참호를 파고 게릴라전을 하는 것이다. 교과서가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그 교과서대로 가르친다는 보장이 없다. 선생님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가르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 문제가 고지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조치들이 함께 병행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생각도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될 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할 것 같다. ‘긴급 피난설’에 동감하는 측면이 있지만 국정교과서 체제로 계속 가는 것이 많이 불편하다.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엄선한 필진들이 토론해서 뼈대를 정하고, 각자가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쪽으로 이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필진들도 공정하게 기술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쨌든 현장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좀 더 공개적으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

김병준) 어쨌든 다양한 시각을 못 담아내면 결국은 각양각색의 운동들이 죄다 일어날것이다.

이돈희) “건국일이 이때다, 저때다” 하고 교과서에서 못 박는 것보다는 “이런 근거에서 1919년이라고 하고, 저런 근거에서 1948년이라고 하는 다소 다른 주장이 있다”는 식으로 쓰는 것은 어떨까?                                                                                                          

김병준) 근데 그것을 우리 사회에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 왜 1945년이 뻔한데 1919년이라고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어찌됐든 역사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동안 교육부가 관리를 잘못했다.                                             

박재완) 그렇다. 좋은 지적이다. 최초 20여개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을 때 일부 단체에서 찾아가 반대를 하고 협박을 하지 않았는가? 그럴 때 그런 압박을 넣지 말도록 교육부가 나섰어야 하지 않는가?

이돈희) 글쎄 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해봤다. 교학사 것이든 어디 것이든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를 방해하면 그 세력을 척결해 달라는 것보다 이것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가를 상대로 고발하는 것이 어떤가?

김병준) 학교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괴롭히는 것은 좌·우를 떠나서 아주 잘못된 행위다. 진보 지식인들이 나서서라도 그 잘못을 깨우치게 해줘야 했다. 자기들의 입맛에 맞다고 눈감은 것이 결국 이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정관리로 풀 수 있는 문제를 결국 국정화라는 조치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2.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과연 잘 지키고 있나?

이돈희) 헌법상으로도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해놓고 있지만 그 규칙을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교육감 선거제도 밖에 없다. 교육감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은 그 이전의 ‘2년간 당적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이다. 그렇다보니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서 규정하고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당적만 갖지 않으면 정치적 노선이 어쨌든 관계없다. 그러나 그게 정치적 중립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병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 그리고 후보단일화 과정을 보면 교원단체뿐만 아니라 이념적 단체들도 나와서 단일과 과정이나 후보 옹립 과정에 개입을 하고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고한다. 그리고 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대통령도 교육부장관을 임명하면 안 되고, 국회도 교육위원회가 있으면 안 된다. 국회에 교육위원회도 있고 대통령이 교육부장관도 임명하는데 왜 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지 못하는가?

이돈희) 그렇다면 과연 헌법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이란 어떤 것인가? 정치적 중립성이란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 것일까?

김병준) 교사가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강단에 선 사람에 대해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말라는 것이지, ‘정당에 가입하지 말라’거나 ‘정치인의 신분으로 교육에 대해 말하지 말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돈희) 교사가 수업할 때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면 안 된다. 종교적인 중립성을 이야기 할 때 우리가 ‘불교는 좋은 종교고, 기독교는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정치적인 노선의 경우에도 교사가 수업하며 아이들에게 편중된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면 안 된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정치적 중립이란 서로 다른 정치적 노선들에 대해 첫째, 양측 세력에 대해 무관심해 버리는 것이다. 둘째, 양쪽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다. 셋째, 두 개의 의견에 균형을 취해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 중에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초월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개방하고, 또 정치적으로 조절해서 기술적으로 세련되게 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이 또한 논리로, 말로는 쉽지만 실제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것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교사는 고민해야 한다.                                        

박재완) 초등교육이냐 중등교육이냐 고등교육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 같다. 초등교육에서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수업할때도 전직 대통령이나 그런 분들은 꼭 경칭을 붙이고 나름 공정하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편파적이라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은 없다. 가급적이면 좋게 하신 사례들을 소개하려한다.

이돈희) 교사는 조심해서 중립을 지킨다고 하면서 하지만 혹시나 불만을 가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엄청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되지 않나 싶다.                                                                                       

박재완) 수업 중에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행위는 하면 안 된다. 어느 정당이 더 낫다든지, 누구를 찍으라 하든지, 어떤 정책을 놓고 대립을 하고 있는데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든지… 심지어 사실관계 왜곡, 침소봉대, 엄폐하는 행위는 교사로서는 금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병준) 그렇다. 우리가 규칙도 만들고 지침도 만들고 그 정치적 행위에 여러 가지 규범도 만들고 하겠지만 이러한 문제는 교사 스스로의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직이나 현직의 대통령 이름을 존칭 없이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든가, 내 생각이 어떻든지 학생들이 편파적인 이념을 갖지 않도록 밸런스를 갖춘다든가…. 그러나 윤리적인 것만으로 안 되기 때문에 규범을 설정해나가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교육감 선거할 때만 나오니까 문제다.

3. 학교에서 정치교육은 얼마나 잘되고 있나?

이돈희) 정치이야기가 나왔으니 두 가지만 더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 하나는 초·중·고·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생회장 선거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또한 정치교육이고 훈련이다. 학교 학생 선거문화가 이대로 괜찮겠는가?

김병준) 뉴스에서 많이 봤지만 한편으로 그런 과정을 거쳐 민주시민으로서의 덕목을 키워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재완)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도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지식인들이 참여해서 활성화되고 취지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해서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대표로 출마를 했었다. 제법 경쟁이 있었다. 그런데 입후보자 중 나 혼자 남자고 다른 분들은 모두 여성 학부모였다. 결국 압도적으로 당선돼 1년간 활동했다. 안건을 놓고 교사 대표와 교장선생님 중간에서 캐스팅 보트를 형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쪽이 옳다고 그른 것에 앞서 일반 교사와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 좀 달랐다. 그러나 학운위 자체가 필요한 기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학부모와 교사, 교장선생님 간에 소통이 되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되어 회의가 끝난 적도 몇 차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학교와 학생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그러한 과정도 하나의 풀뿌리 자치라 할까, 풀뿌리 민주주의다. 민의를 담아 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원리가 아닌가? 그것을 반영하는 경로가 국회도 있고 지방의회도 있지만 좀 더 세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권리 주장은 강한데 공동체 의식에 따른 책임감이 약하다. 기초 질서도 취약하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책임감을 높이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일본 학술세미나에 갔다가 95% 이상의 차량이 정지 신호선에 딱 맞춰 서는 것을 보았다. 그 일주일 후 서울 세종로에서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이 절반도 안 되는 것을 보았다. 정치교육 이전에 민주시민교육을 말씀드리고 싶다. 상승작용이 통한다. 다른 사람이 위반하면 나도 위반하고 다른 사람이 비난하면 나도 비난하고 해서 양 진영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조금 유화적으로 하면 남도 조금 유화적으로 해줄 텐데… 그게 조금 상승작용으로 선진 시민들처럼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월간교육이 선봉이 됐으면 좋겠다.

김병준)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연구소에서는 소년소녀 토론대회를 한다. 토론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서로 의견은 다르지만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다를 뿐’이라는 것을 우선적으로 가르친다. 토론할 때 경청하고 동의하고 전달하는 방법,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존중해 주는 것.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어색하나 두세 달 지나면 잘 적응한다. 이렇듯 아이들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커졌으면 좋겠다. 결국 민주주의는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는 만큼 더 관심을 갖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피동적으로만 되어 있었다. 실제로 자기가 결정해볼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많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입시교육도 중요하지만 좀 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치적인 영역을 넓히고, 그것과 관련해 한 번씩이라도 그러한 형태의 토론을 하게하고 그 결과를 서로 존중하게 하는 작업들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번은 대구에서 학생들의 자살 문제를 놓고 아이와 학부모, 교사가 함께 원탁에 앉아 토론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서로가 고민을 털어 내놓고 껴안고 울고 하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구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토론 모임을 장려했고, 이러한 문화를 만드니까 아이들이 훨씬 괜찮아졌다. 서로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알고 결과에 대해 서로수용할 줄 아는 이러한 문화들이 확산하는 것이 좋겠다. 이것이 민주시민교육 아니겠는가.

이돈희) 민사고 교장 시절 토론교육을 위해 중학생들이 참여하는 2박3일 토론 대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와 과정을 끝내고 수료 시에 학생들의 태도가 엄청나게 다르다. 기법도 그렇고 태도도 그렇고 아주 세련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 가르치면 토론 기법을 잘 배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학생회를 우리나라 정부 형태와 비슷한 3권 분립 형태로 운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학생회를 ‘학생공화정’으로 개편하고,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눠 운영을 해봤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협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잘하는 것이 많이 있다. 이러한 것이 모두 시민 교육이고 훈련이 아닌가 싶다. 요즘 이런 생각도 해봤다. 치고받고 하는 정치 형태는 교육적으로 좋지 않고, 민주주의라고 하는 규칙을 우리가 잘못 수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방자치회나 국회에 아이들을 보내서 견학을 시키자.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어른들이 정치 상황에서 보여주는 행동, 이게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데,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런 것들을 의식해서 자제하고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박재완)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막힌 정국 뚫을 높은 길’에 대한 칼럼을 썼는데, 높은 길과 낮은 길로 비유할 수 있는 것 같다. 높은 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칭찬하는 사람 앞에서 욕을 하고 삿대질할 순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느냐 한 게 뭐냐?”라고 말하는 것보다 “예산안을 통과시켜주셔서 감사하다. 이런저런 것도 늦긴 했지만 통과시켜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런데 19대 국회 임기도 다 끝나가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라를 위해서 노동법이라든지 그런 것들 좀 결론을 내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다. 저는 국회의원 한분 한분의 애국심을 정말 믿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국회가 협조 안 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다. 또한 야당 쪽에서도 그렇다. “대통령님께서 지난 3년간 정말 건강도 해쳐가며 열심히 하셨다. 그런데 결과는 조금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좀 여러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으니 차분하게 우리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논의를 하자”라고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국회가 매일 밤새 회의를 하고 있으면 뭐가 잘 안 풀려도 국민들이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런 상대방에 대한 예의, 그런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정치교육이다.

이돈희) 그게 소통이라 할 수 있겠다. 세월호 사건 났을 때도 특히 야당 쪽 지도자들이 정부를 몰아붙이며 책임을 묻고, 분위기가 그랬다. 차라리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우리가 지금 굉장히 불행한 사태를 당했습니다. 우리 야당으로서 도와 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다.                                                                                     

김병준) 나는 트위터나 페이스 북 등 SNS를 최근에 거의 안 쓴다. 그 이유는 소통엔 좋은데 반응이 격하다. 특히 정치적인 사안에 있어서 편파적이고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들이 굉장히 많이 왔다 간다. 곱게 이야기 하면 “너 그것밖에 못하냐?”는 반응이 수 백 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걸 하나의 새로운 정치의 무기로 알고 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아까 박 장관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이로드로 가야할 부분이 막혀 버린다. 예를 들어 “교황도 서민을 만나는데 대통령이 왜 서민을 못 만나느냐?”고 해서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교황은 누구나 만날 수 있다. 교황의 사랑은 무한대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심사숙고의 국면이면 다 만나야 하지만, 결정의 국면에서 함부로 만나서 해서는 안 된다. 퍼포먼스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교황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배신자”부터 시작해서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내가 아는 김병준이 아니다”는 약과였다. SNS에 쏟아진 말들은 참기가 힘든 내용들이었다. 그러니 정치하는 사람들도 점점 SNS의 포로가 된다. 지금 대체로 보면 SNS를 많이 하는 국회의원일수록 감정의 표현이 격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SNS가 잘못되면 민주주의가 데모크라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차 하는 순간에 디노크라시가 된다. 그러면 소음 민주주의에 역할 못하는 국회가 결부가 되어 나라는 엉망이 된다. 걱정스럽다. 집에서도 그렇다. 제발 아이들한테 때리거나 욕하지 말아야 한다. 욕은 너무나 효과적이고 간편한 익스프레션이다. 근데 욕을 안 하고 상대를 비판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논리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람을 때리지 않고, 욕을 하지 않는 것을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면 논술고사도 따로 필요 없다고 본다. 논리도 발달하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도 발달하고, 그러면서 정치 교육이 제대로 될 것이라 본다.

이돈희) 앞서 이야기한 국사 교과서도 그렇다. 국정으로 결정을 하는 과정에 교육적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현행 국정교과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 이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고 싶었으면 이런 절차를 밟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현행교과서를 봐라.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 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게 문제가 아니냐?” 하며 문제를 충분히 노출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겠느냐? 국정이냐, 검정이냐, 또 다른 방법은 없느냐?” 하며 충분히 논의한 후에 “불가피하게 우리는 국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라든가 “검정의 시스템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든가 하면 그 과정이 교육적이고 민주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나라의 아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본보기도 될 것이고… 그런데 최근의 국정 교과서 문제는 진단도 제대로 안하고 처방을 던져버린 것 같다. 그러니 후유증이 큰 것이다.                                                                      

박재완) 국정이라고 하니 어감도 안 좋다. 표준교과서라고 했으면 조금 더 낫지 않았겠느냐 하는 지적도 있다. 정부로서는 미루기가 곤란하다는 그런 입장 때문에 서둘렀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좀 더 일찍이 논의를 했으면 좋지 않았나 싶다.

이돈희) 교육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결과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민주적인 절차가 있다. 특히 교육의 과정에서 보면 절차가 결과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절차를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이 돼야 하지 않느냐 싶다. 그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교육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