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선생님들이 끌어주고, 뒤에서는 선배들이 밀어주는 ‘밀당학교’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서울여상) 졸업생들의 진로진학 성적은 남다르다.

2016년도는 아직 그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5년도 졸업생의 경우 취업희망자 217명(졸업생 246명) 중 207명이 취업하여 희망자 대비 취업률 95.4%(졸업생 대비 취업률 84.1%)를 기록했고, 매년 1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은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매년 평균 98%에 달하는 졸업생이 취업과 대학진학에 하고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학 입시와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를 졸업하면 진로진학이 확실히 보장되는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의 특성화 연구부장 김상기 선생님을 만나 이 학교의 진로진학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차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마주치는 학생들마다 기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깍듯이 인사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예절교육이 참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는 전통적인 가치와 예절을 많이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사회에 나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냉철한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자율이 보장되는 선에서 예절과 규율을 지켜 행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서울여상의 특성화 연구부장 김상기 선생님은 “많이들 옛것은 구식이고 아날로그이고 촌스럽다고 여기고, 심지어 ‘서울여상’이란 학교이름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도 학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여상은 학업 뿐 아니라 예절교육을 중요시한다”고 덧붙인다.

이렇듯 서울여상은 인성교육만큼은 어느 학교 어느 대학졸업생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학교라고 자부한다. 그 인성교육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에서 예절과 배려들이 나오도록 가르치고 있다.

사제동행 축제나 배구대회, 합창대회 같은 행사를 통해 전체가 하나가 되는 협동심을 가르치기도 하고, 3년간 쓰는 ‘미덕(美德)노트’ 등을 통해서 스스로 마음가짐을 늘 새롭게 다지도록 한다.

그렇게 배운 학생들인지라 사회에 나가서도 인정을 받는다. 인성교육이 특별한 서울여상 졸업생에 대한 신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통상·e-비즈니스 분야의 특성화 고등학교’인 까닭에 많은 기업체에서는 서울여상 출신을 특별히 신뢰한다.

단지 학교 명성만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특화된 분야에서 대학졸업자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희 학교는 철저히 산업체 실무에 맞는 맞춤인력 양성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수업은 당연히 실무와 실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창업계획서작성을 비롯해서 전자무역 실습, 콘텐츠 발표수업 등등의 전문교과과정을 이수하는데, 실제 기업의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의 ‘연습기업 실습실’에서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실전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고 있기 때문에 취업 후 실무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매년 100여명의 졸업생들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대학에 진학

서울여상 졸업생의 진로진학 성적이 남다른 이유는 또 있다. 교육과정의 편성이 해마다 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여상은 취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교육하기 위해서 먼저 산업체 요구를 분석하고 졸업생의 직무를 분석한 후 4단계의 자문회의를 거쳐 교육과정을 매년 편성하고 있다.

45년째 추진하고 있는 서울여상만의 교육과정 편성법이다.

또한 서울여상은 취업 3년 후 대학에 진학하는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한 자로 산업체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재직자는 서류평가 및 면접 100% 선발로 수능최저 학력 기준에 상관없이 수시 1차 모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서울여상 졸업생들은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여 매년 서울 주요 대학에 100여명의 졸업생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입학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울여상을 위한 특별전형이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결실 때문에 우리나라 많은 학교들이 서울여상을 방문하여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간다.

그러나 김 선생님은 이와 같은 진로진학 실적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어느 한 부분적인 노력의 결과는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의 전통과 학생, 선생님들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낸 결과이기에 학교의 학습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습문화를 바꾸어야 졸업생들의 진로진학 문제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김 선생님은 서울여상의 학습문화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학습문화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우선 학습의 주체가 되는 학생들이 먼저 자기 삶에 대한 도전의식(Challenge)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긍지(Pride)와 학습에 대한 열
정(Passion)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서울여상 학생들은 서울여상이라는 학교에 대한 긍지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학업에 임합니다. 학교생활을 통해 자신들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갑니다.”

학생들이 북적대는 교무실

서울여상의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이끌어 주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는 90년 전통의 학습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4만명의 선배들 또한 든든한 백그라운드이다. 앞에서는 선생님들이 끌어주고, 뒤에서는 선배들이 밀어주는 이른바 ‘밀당학교’이다.

“우선 저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매우 바쁩니다. 한해 평균 188시간의 직무연수와 특성화 동아리를 맡고 있으며, 전공교과도 바꿀 정도로 열정도 대단합니다. 교사들이 매년 5∼6권씩 개발한 수십 권의 인정도서가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진학, 취업에 대한 꾸준한 상담도 연중 쉬지 않고 이루어집니다. 거기다가 트렌드, 자격증 제도, 법(세법)등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방학 중이라도 하루도 쉬지 않고 직무연수를 받고 인정도서도 만들고… 학생들
의 진로진학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러니 학생들도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와 주는 것 같습니다. 입학 시기에 취업과 진학에 대해서 확실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1학년 공통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거의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게 됩니다. 학교를 믿고 선생님들을 믿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랬다. 교무실 안에는 선생님들과 상담을 위해 들락거리는 학생들로 북적했다. 서울여상의 교무실은 학생들이 ‘불려가는’ 곳이 아닌, 학생들에게 오픈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기자와의 인터뷰 시간에도 김 선생님은 학생들과 이런저런 상담으로 바빴다. 기자가 인터뷰로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만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여상의 특별한 진로진학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된 학교탐방을 통해 기자는 “교사와 학생 간의 거리낌 없는 스킨십”이라는 또 하나의 비결을 찾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