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 교수 vs 김성열 교수

지난 해 연말부터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에 계속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전액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일부 시·도교육청은 거부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들과 교사들은 그들대로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왜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는 시·도교육청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시·도교육청이 있는가?

누리과정 지원 예산 편성에 대한 시·도교육청 간 태도의 차이는 무엇에 기인하는가? 누리과정 예산지원이 교육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시·도별로 달라져야 할 재량지출 사항인가?

보편 복지적 관점과 선별 복지적 관점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의견을 들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보았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누리과정은 문제가 혼합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누리과정은 유보통합의 문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인 교육청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혼합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단순히 일부(?) 교육감들이 이념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야말로 진실을 호도하는 표현에 불과하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누리과정 지원 예산 편성은 시·도교육감의 의무이다”

“2월 11일 현재 추경을 포함해 12개월 치를 모두 편성한 시·도교육청은 대구, 인천, 울산, 세종, 충남, 경북, 대전이다. 12개월이 아닌 일부 기간 편성만 했거나 편성을 밝힌 시·도교육청은 부산, 충북, 인천, 전남, 경남, 제주 등이다. 전혀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들도 있었는데, 시·도가 급한 대로 불을 끄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 편성을 하였다. 시·도교육청 간 누리과정 지원 예산 편성의 이러한 차이는 일부 교육감들이 법령상의 의무 사항을 재량 지출 사항으로 크게 인식한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ISSUE 1. 어린이 집은 교육기관인가? 보육기관인가?

<성기선 교수> 유치원과는 소관부처도 다르고, 법적근거도 다르다.

먼저, 유보통합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령 전 아동에 대한 교육기관은 이중구조의 형태이다. 즉, 교육부 소관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소관의 어린이집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 둘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아직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보육을 담당하고 유치원은 교육을 담당한다고 한다. 물론 교육프로그램이나 방법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이집도 교육기관이고 유치원도 보육기관이라고 보는 시각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직제상 유치원은 엄연히 교육부 소관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기관에 대한 교육비, 보육비에 들어가는 비용역시 법적 근거가 서로 다르다.

<김성열 교수> 어린이집도 교육기관으로 보아야 한다.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이유로 관할 주체와 법령을 내세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인 유치원과는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시·도 관할인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련법령 등에서도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명시적으로 정해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시·도교육감은 교육기관만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지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형식 논리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일부 시·도교육감의 주장처럼 형식상 어린이집 관할 주체는 시·도교육청이 아니다. 정부는 유·보 통합을 형식상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할 주체를 일원화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상에서도 명료하게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규정해 놓지 못한 점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종합적으로 보면 실질적 교육기관이다. 만 3~5세 누리과정은 모든 유아에게 생애 출발선에서의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교육과 보육과정을 통합한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도 공통의 교육·보육과정으로 유치원의 교육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누리과정’제도의 도입은 어린이집을 형식적 관할 주체에 상관없이 실질적 교육기관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이루어진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및 같은 법의 시행령 등의 개정도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즉, 유아교육법에서도 유아교육 및 보육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유치원과 어린이집간의 연계규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영유아교육법에서도 보육의 개념에 교육을 포함시키고 있다.

어린이집은 이렇게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면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지역 교육의 책임자로서 교육감들의 법령상의 의무이자 실질적 책무이다.

더 이상 형식적 관할 주체와 법령상의 미비를 내세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임해서는 아니 된다. 물론 정부는 누리과정 도입에 따라 하루빨리 부분적으로 미흡한 법령을 정비하여 관할 주체 일원화 등 유·보 통합을 실질적으로만이 아니라 형식상으로도 완성해야 할 것이다.

 

ISSUE 2.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편성하기에 지방교육재정은 모자라는가?

<성기선 교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아교육과 초중등 교육을 지원하기에도 모자란다.

경기교육감은 21일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이런 국책 국가사업을 지방에 이관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지방행정법에 따라 지자체에 행·재정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교육부에서는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했기에 교육청에서 의무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여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어린이집은 엄연히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교육기본법 9조 ①항에 따르면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동법 7조②항에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유아교육은 교육기본법에 의한 학교이며 여기에 필요한 예산에 관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근거가 제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 어디에도 어린이집은 없다. 어린이집에 관해서는 영유아보육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소관 사항임을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설립, 운영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업무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아교육에서 고등교육까지의 공교육을 뒷받침하는 재정이며, 이는 교육, 학예, 체육에 관한 영역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시행령을 변경하더라도 상위법 위반이니 법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지방교육재정교금을 의무 편성해야 한다는 법적근거를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법적으로 명백히 정리해 두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누리과정 사업은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복지정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공교육을 지원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분란이 발생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보육을 위해 공교육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내국세의 20.27%를 25.27%로 하고, 그 재원으로 어린이집 무상보육을 지원하라고 해야만 마땅하다. 공교육비가 더 늘어나도 모자랄 판에 학교운영지원비의 규모보다 더 큰 액수인 누리과정사업비를 별도 편성하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경기도의 경우 “2016년 예정 교부금이 8조 4000억 원인데, 이것으로는 인건비 8조 5000억 원조차 충당하지 못한다”, “도내 2,300여개의 학교에 대한 학교운영지원금은 9500억 수준인데 누리과정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1조 559억 원이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한 2012년 누리과정사업이 시작할 당시 부채규모가 3조 4000억 원 정도였는데 2015년말 기준 지방교육채 및 BTL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총 부채가 6조 5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0.7%에 이르러 지방채 발행을 할 수 없는 실정에 이르렀다. 2015년 누리과정 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여 급한 불을 껐던 결과이다.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누리과정사업이 별도 예산지원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한다면 결국에는 교수-학습활동 지원비, 학교교육 여건 개선 시설비, 도서관 운영비, 평생교육 영역 등에서 심각한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지난 4년 동안의 통계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학교교육 본연의 업무를 위해 지출해야 할 경비를 줄이고 보육사업에 예산을 쓰도록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성열 교수>  시·도교육감들이 의지를 가진다면 누리과정 예산편성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현실적으로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방교육재정 상황의 어려움으로 돌린다.

이들은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는 질 높은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을 지원하기에도 벅차다고 얘기한다. 이들은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현재내국세의 20.27%로 되어 있는 지방재정교부금의 비율을 2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교부금이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4%를 더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세입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도 등 자치단체로부터의 전입금도 중요한 세입 재원이다. 그리고 시·도교육청이 발행하는 지방채와 기타 수입도 있다. 누리과정 지원 예산의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이 아니라 이들 세입 재원 모두가 해당한다.

시·도교육청은 이들 재원으로 구성되는 총 세입에 의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시·도교육청, 그리고 지방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였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특히, 중앙정부는 2015년도에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위하여 5000여억 원의 국고예비비를 추가 지원하는 등 중앙정부로서 최선을 다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16년은 세수 확충노력에 따른 내국세 증가, 부동산 거래활성화에 따른 지방세 증가 등으로 지방교육재정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위해 추가적으로 3000여억 원의 국고예비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결국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시·도교육감의 예산 편성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교육청이 재정 부족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교육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다. 중앙정부, 시·도교육청, 학교 모두 한정된 재원으로 살림을 잘 꾸려가는 것이 각자의 기본적 책무이다.

 

ISSUE 3. 중앙정부 책임인가? 지방정부 책임인가?

<성기선 교수> 무늬만 지방 교육 자치일 뿐이다.
우리나라 지방교육자치제도는 집행기구인 교육청과 의결기관인 시·도의회 소속 교육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감은 지난 2009년부터 주민직선제로 선출되고 있으며, 교육위원회는 시·도의원 중에서 선별하여 특별위원회 방식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여하튼 교육감이나 의원은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이다. 그것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교육을 실시하라는 법적 근거에 기초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문제, 인사의 문제에서 중앙정부의 간섭과 권한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사태 역시 중앙정부의 사업을 지방교육청에 밀어내기 식으로 넘기면서 추가적인 예산 없이 강제함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2012년부터 누리과정 사업이 시작되어 만3세에서 점차적으로 만5세까지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비율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해 놓았으며 경기침체로 절대 액수가 늘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5년에 전액 교육청에서 부담하라고 하면서 대란이 시작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교장 연수 및 임용, 교원의 정원, 4급 이상 직위에 대한 임용 배치 등 어느 하나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무늬만 교육자치이지 실제로는 예산과 법령에 대한 통제로 훨씬 강한 중앙집중식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권의 위임과 위탁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과감한 권한 이양을 통해 진정한 지방교육자치를 구현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해야만 한다.

<김성열 교수> 시·도교육감도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실천하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지방교육 자치시대에 시·도교육청이 해야 할 주요한 일은 교육감의 공약사항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고 내세운다.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대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방교육 자치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지방교육자치제는 국가사업인 교육을 지역의 특색에 맞게 실시하는 것이지 교육감 개인의 가치와 철학만을 반영하여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교육 자치제는 전국적으로 통일을 기해야 할 사항도 있지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교육의 적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진다. 교육감은 그렇기 때문에 국가사업인 교육에서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면서도 전국적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교육감은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역특색을 반영하면서 잘 이행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교육기본법을 비롯한 교육 관련 법령들에서는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육을 진흥할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교육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와 사회교육시설을 설립·경영’할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시·도교육감이 중앙정부와 함께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국가적 사업인 교육을 진흥할 책임을 중앙정부와 함께 지고 있다.

 

ISSUE 4. 상생을 위한 합리적 방안은?

<김성열 교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시·도교육감들은 한정된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투자의 개인적 우선순위보다는 국민과 학부모가 생각하는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잘 헤아려야 한다.

국민과 학부모들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초·중·고등학교 대상 다른 교육복지 예산 못지않게,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나 선진국의 사례와도 일치한다.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 교수인 제임스 헥크먼(James . J Heckman)은 유아기 때의 과감한 교육과 보살핌이 그 어느 것보다 경제적이고 바람직한 투자임을 증명해 내었다.

우리가 소망스럽게 생각하는 사회 양극화의 해소와 통합은 영유아기 교육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을 시작으로 서구 선진국들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영유아 교육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0~2세 이하까지 ECI(Early ChildhoodIntervention)와 같은 조기 유아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스웨덴은 물론 대부분 서구선진국들에서 최근 들어 점차 인구 감소세가 반등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1980년대 이후 유아교육에 전면적으로 투자를 한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시·도교육청은 형식상의 관할 주체와 법령상 문제, 재정적 어려움을 내세우며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놓고 더 이상 중앙정부와 갈등해서는 안 된다.

시·도교육감들은 최우선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현행 법령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옳고 그름을 따져 필요하다면 지방교육재정제도를 개선하고 세출구조의 조정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 태도이다.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교육감의 개인적 소신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도교육감의 재량 지출사항이 아니라 법령상의 의무이다.

<성기선 교수> 누리과정사업은 보편복지로서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누리과정사업은 만3~5세 아동들에 대한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그것은 저출산에 대한 대응일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교육복지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학령 전부터 가정배경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게 되어 계층 불평등이 더욱 고착화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서구사회에서는 1960년대부터 정책적 지원을 시작한 바 있었다.

우리나라는 2005년 ‘교육복지 투자 우선지역 지원 사업’을 통해서 저소득층 대상의 교육복지정책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그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

교육복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르는 재원 역시 매우 증가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서 저소득층 우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교육에서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상급식을 논의할 때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편에서 비판을 했는데, 현재 무상보육인 누리사업은 보편복지의 특성을 갖지만 담론의 내용이 ‘지방교육청이 부담을 하느냐 마느냐’로 설정되어 있다.

누리과정사업은 보편복지로서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국가 차원에서 예산 확보를 통해 이 사업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지원을 해야 할 책무를 가져야 한다.

공교육을 훼손해서 보육을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도 살리고 누리과정사업을 통한 무상보육도 살리는 상생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심각한 위기이다. 보육대란이 교육대란으로 바뀌지 않도록 시급히 정책적 대안을 창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