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공주대 교수

'통일 준비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발상'

통일 이후 북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은 사실 대한민국의 육계에서는 매우 낯설고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심이 되어 북한을 어떻게 해본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고 어색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과 관련하여 생각할, 북한의 통일전선이라든가 그들의 정체 혹은 속셈을 간파하여 배격하고 부정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혹은 남한에 비해 북한은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외부에 대해 자주적이고 당당한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을 해 왔다. 즉,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북한을 부정하는 쪽도, 또 긍정하는 쪽도 내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어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거나 무엇인가를 시도해본 경험이 없었다.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이라는 책이 2016년 1월 23일,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출간되었다. 새로운 시도이고 발상이다. 통일 후의 북한교육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어 한민족을 통일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통일 한국을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배격하거나 혹은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능동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시도이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큰 관심과 호기심을 러일으킨다.

과연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고, 그래서 북한을 새롭게 만드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통일 후 북한 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흔히, 대한민국 중심의 통일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체제 속으로 흡수해버리는 ‘흡수통일’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일도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에 비하면 북한 주민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배나 좋은 것이겠지만, 통일 후 발전 잠재력이 현재 대한민국의 역량에 한
정된다는 점에서 그다지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통일의 에너지를 배가할 수 없다는 점에
서 한계가 있다.

'통일 혁명' 제안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통일에 접근해야 하는가?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은 ‘통일혁
명’을 제안한다.

대한민국이 건국기에 정치, 경제, 국방, 교육, 사회, 문화 등의 전반에 걸친 대개혁, 즉 ‘건국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룩하여 이후 대한민국 발전의 토대를 확립하였듯이, 21세기의 한반도 통일을 계기로 그동안 대한민국과 북한체제가 누적해온 문제들을 한 단계 높이는차원, 즉 민족국가를 넘어 글로벌 국가로 재확립하기 위한 대개혁, ‘통일혁명’을 하자고 제안한다.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은 ‘통일혁명’을 대한민국 중심으로 한반도를 통일하면서 대한민국이 추진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로 상정한다. 현재의 남한과 북한을 적당히 타협 혹은 봉합하는 통일이나 남한으로의 흡수 통합은 갈등과 분열을 온존시키는 ‘불완전 통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이 추구하는 통일은 한반도와 한민족 전체가 미래지향적이며 보다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국가·사회, 즉 ‘세계국가’로 되는 ‘완전한 통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완전한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개편을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지만, 대한민국이 먼저 대개혁을 단행하고 이에 주력함으로써 통일 한국이 안정된 체제 속에서 세계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사회적 대변혁이 추진될 때 교육개혁은 중심적 과제가 된다.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뿐 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등 국가적 문제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화두가 곧 교육이다.

특히 ‘통일혁명’과 같은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 교육은 시급한 개혁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통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노력은 대부분 ‘북한 이해 교육’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통일 이후 북한 교육의 청사진에 관해서는 거의 방치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통일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더욱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근래, 통일 후 북한의 토지 관리 문제나 북한의 국토·도시 계획 등에 관해서는 수많은 학술적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통일 후 북한의 고용·의료·복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통일 후 북한의 교역 및 경제 문제 등에 관해서도 학술적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통일 후 북한의 국토개혁이나 복지개혁 혹은 경제개혁을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현재 한국의 국토와 경제 및 복지 문제를 생각하고, 나아가 통일 후 북한의 교육문제나 개혁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왜, 통일 이후 북한 교육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실종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북한교육 재건을 위한 교육재정 전략

교육 문제는 국가정체성과 직결된다. 특히, 공적인 측면에서 행해지는 교육은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한 그 국가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청사진을 논의하는 일은 국가의 정체성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논의하기 어렵다.

근래 한국사회에서 통일교육을 이야기하면서 통일 후 교육청사진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통일한국의 국가정체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문제로부터 회피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09년에 역사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2011년에 교과서 집필기준을 정할 때,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으로서 ‘민주주의’의 개념이 너무 다양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로 표현하는 수정을 가할 때, 대한민국의 소위 ‘진보세력’들이 일제히 반대를 한 적이 있다. 특히 교육계 내부의 ‘진보세력’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였다.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미래의 교육청사진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바로 교육계 내부에서 미래 다가올 통일 한국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은 통일 후 북한 교육의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북한교육의 재건은 광복 후 대한민국의 교육재건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러나 통일 후 북한 교육개혁의 모델은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이 아니라 그것을 개혁한 모습, 즉 21세기 세계를 리드해 갈 수 있는 ‘한국형 선진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통일 이후에는 북한 교육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도 함께 개혁되고 변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은 통일 후 대한민국 교육개혁의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은 통일 이후 북한의 교육체제, 교육과정, 교원정책, 평생교육을 구상하면서 실은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개혁 방향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본서의 마지막에는 “북한교육 재건을 위한 교육재정 전략”이 제시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교육선진화를 위한 재정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자 제현들께 『통일 후 북한 교육 디자인』의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통일문제와 함께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자극과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