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영 충남대 교수가 14일 서울미술고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해외교육동향의 일환으로 '대학의 기원과 네덜란드 교육제도'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교육제도에서 주요 특징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중등교육에서 ‘진학’과 ‘취업’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수는 지난 14일 미래교육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대학의 기원과 네덜란드의 교육제도’에 대해 발제 했다. 서울미술고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과 전·현직 교수들이 참석했다.

중등교육의 차별화…‘대학 진학’과 ‘취업’ 구분

네덜란드의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초등교육(5세~12세), 중등교육(12세~18세), 고등교육(18세 이후)으로 나위며, 고등교육은 우리의 대학 수준을 의미한다.

초등교육은 만 4세부터 시작해 총 8년 과정이며, 유아교육과 분리되지 않고 연계되어 있으며, 중등교육부터 네덜란드의 교육제도가 큰 특징을 보이게 되는데 초등교육과는 달리 4년, 5년, 6년 과정으로 구별된다.

4년 과정은 직업준비중등학교(VMBO)로서 ‘레알 슐레’라고 불리며, 5년 과정은 일반중등학교(HAVO)인 ‘하웁츠 슐레’, 6년 과정은 대학준비학교(VWO)인 ‘김나지움’이다.

중등교육과정 가운데 직업준비중등학교는 일찍이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진학을 하고, 일반중등학교와 대학준비학교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진학을 한다.

네덜란드의 학생들은 중등교육기관부터 일찍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결정해 그에 맞는 교육기관으로 진학하게 된다. 대학 진학과 취업 분야 진학 구분이 일찍 결정되는 점은 독일과 유사한 부분도 있다.

특히 직업준비중등학교인 레알 슐레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진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그 안에서 몇 가지 코스로 나뉘어 진로를 설정한다. 레알 슐레의 수업은 수준별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세 종류의 교과서가 사용 된다.

상급반으로 올라갈수록 좀 더 고급 표현이 사용 되고, 하급반에서는 쉬운 표현들이 사용돼 추상적 개념들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에 따라 교과서가 구분된다.

수업의 양태는 상급반일수록 토론식 위주의 수업이며, 하급반에서는 교과서를 직접 읽고, 보고 확인하면서 질문과 대답형태의 수업이다.

진학결정 요소…초등학교 교장의 권고와 Cito시험

‘도대체 어떻게 진로를 나누어 학생들을 진학시킬 것인가?’

네덜란드에서 상급학교 진학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장의 의견과 권고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국립교육과정평가원 개념인 ‘Cito’에서 주관하는 졸업시험, 일명 Cito시험이다.

이 두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초등학교 교장의 의견과 권고이다. 학교 성적은 평소 교사들의 지도와 평가에 따라 측정되기 때문에 학교장은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평가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를 판단·권고 한다.

다음으로 Cito시험을 통해 기본적으로 인지적 학습 능력을 측정한다. Cito시험은 개별 학생의 성취수준, 즉 인지적 학습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고 언어, 수학, 정보처리, 환경 등 네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졸업시험인 Cito시험의 결과를 중등학교 진학관련 상담자료로 활용한다.

천 교수는 “네덜란드의 Cito시험의 결과를 보면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점수가 높아야 합니다. 네덜란드에도 성적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Cito시험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학습 능력을 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며 Cito시험을 치르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네덜란드교육에 대해 OECD에서 컨설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며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하지 않으려는 네덜란드의 교육문제도 강조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교육제도는 독일과 유사하게 대학 진학과 취업 진학의 결정을 중등교육을 앞두고 초등교육을 마치는 시점에서 결정된다.

진로 결정 시기가 국가교육제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쉽지 않다. 특히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 우리나라도 제도 시행 시기를 비판하기 쉽지 않다. 모든 국가마다 교육제도가 상이하고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을 했는데,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며 네덜란드 교육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바른 교육제도 확립을 위한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