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머물고 싶은 행복한 학교

인천한누리학교 

인천한누리학교는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다문화학교다. 나날이 늘어가는 다문화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와 인천교육청, 인천시청이 협력해서 2013년 3월에 설립했다. 개교 이후 지금까지 20여 나라 460여명의 다문화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문화학교는 일반학교와 어떻게 다른지, 교육복지 차원에서 어떠한 지원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인천한누리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지성배 기자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

기자가 학교를 찾아간 날 아침, 이 학교 교정에서는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정에서 만나는 아이들마다 한결같이 미소를 띠며 기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예의바른 모습들이 일반학교의 한국 학생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배움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그 눈망울 속에 가득해보였다. 입학식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나라 출신의 학부모들 눈빛도 아이들 못지 않았다.

‘얼굴색도 생김새도 각양각색인 아이들, 사용하는 언어도 제각각일 텐데 한 교실에서 수업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유혜경 초등학교 교육연구부장 선생님이 그런 기자의 궁금증을 금방 풀어주었다.

“약 20여 개 나라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지만 우리 학교는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럼에도 학생들과 수업할 때 언어적인 문제는 크게 없어요. 손짓 발짓 모두 써가며 가슴으로 소통하기 때문이죠.”

이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다. 그래서 한국의 일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 우리나라 일반 학교에 입학을 하지만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원적교(元籍校)에서 인천한누리학교로 위탁 교육을 보냄으로써 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지만 수업시간에는 한국어 사용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다문화강사(모국어 강사)를 채용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일본,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 4개국 5명의 강사를 채용해 학생들의 수업을 도왔다. 다문화강사들은 한국 문화를 가르쳐 주는 일, 그리고 생활 상담을 하는 일 등 수시로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학교생활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들 강사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박형식 교장선생님은 “현재는 주당 16시간(일 4시간 정도)만 계약할 수 있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고 싶어하거나, 갑자기 어디가 아플 때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초·중·고등학생이 한 학교에…전통 마을 같은 학교

한누리학교는 초·중·고등학생이 한 건물에서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생은 1층, 중학생은 2층, 고등학생은 3층을 사용한다. 이 학교는 마치 60년대 우리나라 시골마을 학교 같기도 하다. 위층에는 옆집 형이, 아래층에는 뒷집 동생이 함께 다니는 그런 시골학교 풍경이 남아 있다.

교육과정이나 커리큘럼도 중요하지만, 각급 학교별 연계성이 뛰어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너도 나도 입학하고 싶어 하는 다문화학교로 성장한 것이다.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형,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체득하는 것이 교육적으론 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교장선생님은 “일반 학교에 다니면 한국어를 이해 못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언어 소통이 안 되고, 자연히 스스로 입을 닫아 버리게 됩니다. 결국 마음까지 닫아버리게 되죠. 그러나 시골마을 같은 한누리학교에서는 그런 언어소통으로 인한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고 덧붙인다.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자국의 형과 누나들이 나서서 한국어와 자국어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물론 형과 누나들이 함께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문화 학부모들은 한누리학교에 유치원 과정도 함께 있었으면 한다.

꿈과 끼를 탐색하는 특성화교육과정

한누리학교는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국어, 수학 등 국민공통기본교육과목을 가르친다. 대신 학교특성에 맞게 국민공통기본교육과목을 기본교육과정 50%, 특성화교육과정 50%로 나누어 진행한다. 다만 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한국어 통달이 필수 조건인지라 특성화교육과정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도 한국어를 배우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

입학식에서 만난 학생에게 “한누리학교에 들어오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배우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대부분 아이들이 지체 없이 “한국어요”라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교장실을 찾아와 “한국어 시간을 더 늘려서 한국어를 더 많이 가르쳐 주세요”라고 요청 하기도 한다고. 어린나이에 한국이라는 타국에 와서 언어 장벽을 통한 좌절감을 많이 맛본 터라 한국어의 필요성을 스스로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요망에 부응하여 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육 시간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어 토픽반’ 같은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방과후학교 또한 한국의 대중문화를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K-POP반, 방송댄스반, 네일아트반, 요리반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소양은 물론, 한류를 배우고 즐기며 자신의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 최초의 기숙형 공립 다문화학교

한누리학교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전국단위로 학생위탁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오든 수학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120명 정원으로 운영되는 기숙사는 4인 1실 기준으로 평일에만 운영한다. 기숙사 내에는 컴퓨터실, 세탁실, 층별 휴게실 등이 있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아침 7시 기상을 하고 이후 아침 운동, 세면 등의 시간이 주어진다.

저녁식사 시간 이후엔 요일별로 줄넘기, 배드민턴 등의 체육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한다. 또한 대학생 멘토링과 한국어 강사를 통해 저녁 9시까지 한국어 도서 읽기, 한국어 사회 이해, 한국어 교실 등 한국어 수업을 따로 진행해준다. 기숙사에 입주한 학생들만의 특권이다. 선생님들은 시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어 하고,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어 한다.

아침 기상부터 저녁 취침시간까지 모든 것을 돌보아주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숙사비는 모두 자비 부담입니다. 월 8만 원, 식비는 끼니 당 3천 원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70%정도가 저소득층에 해당되는데, 기숙사를 이용하기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학생들 모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합니다.”

박 교장선생님은 기숙사를 무료로 운영할 경우 국내 저소득층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에 부득이 유료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소득수준이 낮으면 최저 생계유지에 해당돼 학비지원이나 감면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는데 한누리학교 학생은 65%정도가 외국 국적을 갖고 있다. 학비 지원과 감면을 받기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농·산·어촌 학생들이 지불하는 금액 정도로 비용을 조정하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학교 문을 나서며 언젠가는 이런 박 교장선생님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다름을 넘어 세계를 품는’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인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