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과 현장 안착을 위한 제언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행복 교육으로의 전환

 

김경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

 

1.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배경
기술 공학과 정보통신 및 융합과학 기술의 고도화는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역량들을 준비시켜야 하고,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직업군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수차례의 교육과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는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길러지기 어렵고, 서로 다른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학생의 ‘행복한 학습’이라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요구에 반응한 것이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지속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전 학년을 통하여 인문, 사회,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소양 교육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문·이과 편향 교육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한 과도한 학습량, 단편적 지식교육, 지나친 암기중심 교육 그리고 문제풀이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또한 내용들 간의 연결성이 낮아서 학생들은 단기적으로 밖에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 능력을 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첫째,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둘째, ‘많이 아는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2.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

가. ‘창의융합형인재’라는 인재상 및 핵심 역량 도입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추구하는 인간상’ 다음에 인재상과 인재상이 드러내야 할 핵심 역량을 새롭게 제시하였다〔그림 1〕.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을 바탕으로 설정된 인재상으로, ‘바른 인성을 가지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창의성은 창의융합형 인재의 중심 가치가 되며, 창의적인 사람은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융합적 사고를 필요로 하며 융합은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능력으로 통합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즉, 창의적인 사람은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역량의 도입은 교육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며 학습 또한 배운 지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학생은 학습의 과정에서 모종의 역량을 습득해야 하며 앎(지식, 기능, 태도)의 실천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그리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의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으로 여섯 가지의 핵심 역량을 제시하였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 그것이다. 교과에는 총론의 역량과 연계하여 교과에 맞는 역량을 제시하고, 교과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였다.

나. 기초소양의 함양과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강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중등 교과교육과정을 개편하여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기초소양을 함양한다.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교육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개인 및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자 과학기술 소양 교육을 강화하였다. 특히 감성과 소통 중심의 문학교육과 연극교육을 활성화 하였고, 역사교육을 강조하였으며, 교과별 학습내용에 인문학적 요소를 강화하였다. 과학기술 소양교육을 위해서는 과학탐구 실험과목을 신설하고, 실험중심 수업 운영을 강조하였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통합과학’, ‘통합사회’을 신설하고 과학적 사고력 신장을 위한 융합 및 심화과목을 개설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초 소양을 충실히 갖추어 나갈수 있도록 초등 실과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17차시 이상 포함하고, 중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 중심의 정보 교과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였다.

공통의 기초소양 함양 교육과 함께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선택 과목 개설이 가능하도록 하고, 중학교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공통 과목’을 통해 기초 소양을 함양한 후,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선택과목’(일반 선택, 진로 선택)을 개설하도록 하고, 학생의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진로 선택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였다.

다. 학습량 감축과 교과 교육과정 개편

많은 교육 선진국에서는 “적은 양을 깊이 있게”(less is more) 가르쳐 학습의 전이를 높이고 심층적인 학습이 이루어 지도록 함으로써 학습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핵심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교과 내 영역별로 소수의 핵심 개념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재구조화함으로써 내용 적정화를 이루고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교육 내용 적정화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교육과정 개정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으나 주로 내용의 양과 수준을 조정하는 차원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 내용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이 아닌 교과의 근본적인 아이디어, 즉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구조화하여 학습량을 적정화하였다.

이와 같은 교육 내용 구조화는 각 교과의 구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들의 관련성을 파악하여 큰 그림에 대한 이해를 획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점을 지니며 교과 내 지식과 기능, 교과 내 영역 간, 교과 간 학습 내용의 연계성을 드러내어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통합과 융합적 사고 계발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분야의 여러 지식 간 관련성을 파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각 교과의 중요한 개념과 원리, 교과의 사고 및 탐구 기능을 학습해야 하고, 그 다음 교과 내, 교과 간 연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이라는 실천적 행위를 배워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 내용 구조화를 위해 핵심 개념을 도입하였다. 핵심 개념이란 교과가 기반하는 학문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포함하는 교과의 근본적인 아이디어이다. 이는 지식의 한 종류인 개념(concept)과 동의어는 아니며 교과를 가장 잘 대표하면서 교과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아이디어, 즉 빅 아이디어의 성격을 띤다. 예를 들어 규칙성, 에너지, 상호작용, 관계, 다양성 등과 같은 개념적인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표현, 감상, 의사소통, 공감과 같이 기능적 혹은 정의적 내용들도 빅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라. 수업 및 평가의 개선과 교과 내용과의 일관성 강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서는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각 교과에서는 교과 역량을 규명하였다. 교과 역량은 교과의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기능을 습득하고 활용함으로써 길러질 수 있다. 교과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수업은 학생들이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 참여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의 능동적 수업 참여와 체험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게 된다. 협력학습, 토의·토론학습, 체험학습, 탐구학습 등이 강조된다.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고 교수·학습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교사와 학생, 학생들 사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최대한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 참여형 수업은 새로운 지식과 기능을 습득할 때뿐 아니라 협력적인 문제 해결의 과정에도 유용하다. 또한 학생 참여형 수업에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포함시킴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이러한 학생참여형 수업은 교사와 학생 간, 학생 상호 간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될 수 있다.

평가는 학습 후 학생의 지식 습득 정도나 수행을 측정하기 위한 일회성의 평가에서 벗어나 교수·학습과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것을 강조한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의 주요 목적은 학생 스스로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습 경험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있다. 따라서 학습 평가(assessment of learning)를 넘어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습 가운데 자기 성찰적 평가(assessment as learnin)가 일어나는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한다. 서술, 구두 평가 등이 포함되고 프로젝트 및 체험보고서 등을 과정과 함께 평가해야 한다. 또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고 교과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 교수·학습 및 평가가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의 학습 경험의 성장을 우선에 두고 교육 내용, 교수·학습, 평가의 일관성이 확보될때 의도한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는 교육과정 개발뿐 아니라 실행에서도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3.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제언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는 더 이상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실천적 능력을 핵심역량과 교과 역량으로 규명하였다. 이를 위해 기초소양 함양과 꿈과 끼를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을 마련하였다. 또, 교과의 교육내용을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감축하고, 학생참여형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함으로써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배움의 즐거움을 실현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은 문서 수준의 교육 설계도로서 교육청, 단위학교, 교사 수준의 계획과 수업을 거쳐 비로소 학생의 학습 경험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들 단계를 주도하는 교육 관계자 모두가 새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이 새 교육과정과 수업 및 평가의 혁신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수업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연수, 교재, 환경적 지원을 해야 한다. 교사는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탈피하여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업 연구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고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가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수업을 변화시키는 데는 교사의 시간과 노력, 열정이 필요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인지적 이해와 정의적 태도에 대한 자료에 기초한 교사 맞춤형 연수 지원 또한 필요한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학부모 또한 주입식 교육 위주의 학교교육과 사교육이 더 이상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학생들을 행복하게도 유효하지도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학부모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고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관한 한 학교와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협력하여 자녀들이 창의융합형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