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교육방향을 찾아서

“학교교육 제4의 길ⓛ”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교육방향을 찾아서


허경철
 


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

변화와 개혁의 시기에 학교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변화해 가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교육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밀려오는 수많은 난관과 위협을 극복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해야 할 오늘, 우리의 학교교육을 어떠한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비단 교육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교교육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교육은 우리 삶의 전 영역에 편재해 있다. 가정, 학원, 직장, 매스컴, 교회나 사찰, 병원, 군대, 법원, 국회, 정당 등 온갖 제도화된 혹은 비제도화된 조직이나 기관에서 여러 유형의 교육은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규모로, 가장 체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장이 학교 교육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 하면 학교 교육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우리의 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 중의 하나는 세계의 사례들을 조명해 보는 일이다.

마침, 바로 거의 동일한 문제의식 하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의 학교교육 개혁의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개혁의 역사적 변천과정과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하고 있는 책이 출간, 번역된 바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현재 미국 보스턴 대학의 교수로 있는 하그리브스(A. Hargreaves)와 셜리(D. Shirley)의 공동 저작인 『학교교육 제4의 길ⓛ(The Fourth Way)』이 그것이다. 2009년 저술된 이 책은 2015년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에서 번역 출판되어 시판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2차 대전이 끝난 후인 1945년부터 오늘까지 세계 여러 나라들, 특히 영미권 주요 나라들의 교육 개혁의 변화과정을 분석하면서 그 흐름을 크게 제1의 길, 제2의 길, 제3의 길로 구분하고 미래의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으로 제4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변화 추세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이 새롭고 신선하게 보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저자들의 독창적 발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필자가 보기에 위 저서의 저자들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인 1998년에 출간된 기든스(A. Giddens)의 『제3의 길』이라는 책에서 그 아이디어를 빌려 왔다고 볼 수 있다.

『제3의 길』이란 책에서 기든스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세계의 정치, 경제적 체제의 변화를 제1의 길과 제2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바 있다.

여기서 제1의 길이란 1945년부터 1975년까지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선진 국가들이 정치·경제 체제에서 취해 온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을 의미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사회주의의 이상을 시장 경제 체제 안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제1의 길’에서는 적극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강하고 큰 정부, 높은 세율, 누진세의 시행, 공익을 고려한 국영화 등이 주요 정책으로서 ‘좌파적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1의 길이라 명명되는 이러한 좌파적 정책들이 계속되는 동안 지속 가능 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은 이와는 대조되는 ‘우파적 정책’들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작은 정부, 감세, 누진세 완화, 규제 철폐, 민영화, 세계화, 기회 평등, 능력주의 등 소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정치·경제 체제를 도입, 운영하였다. 이러한 시스템은 1975년부터 1995년 정도까지 지속되었는데 이를 기든스는 ‘제2의 길’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제2의 길로서 명명되는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도 이상적인 사회의 건설과 유지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결국 제1의 길이라는 좌파적 정책이나 제2의 길이라는 우파적 정책 모두 ‘사회주의적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같은 문제들을 야기하면서 이상 사회의 모델로서는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든스는 제1의 길과 제2의 길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발전의 모형으로서 제3의 길을 제안하였다. 제3의 길은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약점을 개선하고, 세계화의 문제나 생태 환경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들을 새로운 체계 안에 편입시킴으로써 사회민주주의의 부활을 시도하는 새로운 길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기든스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 변화의 흐름을 제1, 제2, 제3의 길로 개념화하여 설명한 방식을 하그리브스와 셜리는 학교교육의 변화 측면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든스의 『제3의 길』(1998년 출간)이라는 책과 하그리브스 등의 『제4의 길』(2009년 출간)이라는 책 사이에는 20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있다. 이 간격을 고려하여 하그리브스 등은 출간 당시까지의 변화를 제1, 제2, 제3의 길로 설정하고 앞으로 가야할 새로운 길로 ‘제4의 길’을 추가하였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회 변화의 흐름을 ‘길’이라는 형식으로 개념화한 것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교육 ‘제1의 길’에서 ‘제3의 길’까지

『학교교육 제4의 길』 저자들은 기든스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책이 나오기 이전까지의 학교교육의 변화를 세 개의 길로서 그려 낸다. 학교교육 ‘제1의 길’은 1945년부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동안의 학교교육이 지향했던 특징들을 나타낸 포괄적으로 담아낸 비유로서 이 길을 ‘혁신성과 비일관성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시기는 학교나 교사에게 자율이 넘치는 시기였다. 그리하여 학교와 교사는 국가의 통제나 규제는 거의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교육을 할 수 있는 시기였다. 가르치는 내용은 물론 수업의 방법이나 평가의 방법도 학교와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적 신념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자신에 대하여 높은 만족감과 함께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다른 한 편, 학교나 교사에게 부여된 높은 수준의 자율은 학교 간, 교사 간 교육 내용이나 방법 및 평가 상의 심각한 이질성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 및 평가에 있어서 학교마다, 교사마다 들쑥날쑥하게 되었으며 학교 간 교사 간 질적 수준의 격차도 심각하게 나타나 국가 교육 전체의 통일성, 일관성, 연계성이 부족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자율의 향유로 인한 변화와 혁신은 넘쳤으나 일관성과 통일성이 결여된 교육의 시기였다.

‘제2의 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에 이르는 시기 동안 영미권 나라들에서 나타난 교육의 변화 양상으로서 저자들은 이 길을 “시장주의와 표준화의 길”로 표현하고 있다.

제2의길 교육은 주로 제1의 길 교육이 초래했던 제 문제들, 예컨대 학교 교육의 비일관성, 비체계성, 비효율성 및 학교 간 교사 간 교육성취의 심각한 격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가 강력하게 교육에 관여하고 통제했던 시기의 교육을 지칭한다.

이 시기에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국가 수준 교육에 통일성과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상세하게 규정된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하였고, 학교와 교사들의 교육성취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표준화된 성취기준(평가기준)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표준화 평가를 시행하였다.

그리고 평가의 결과를 공개하여 학부모들로 하여금 시장에서 물건을 선택하듯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게 하였다. 학부모의 선택이 적은 학교는 다양한 종류의 특별 관리를 하여 보다 나은 학교로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학교를 폐교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2의 길 교육 역시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많은 종류의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었다. 교육의 초점이 명시되었으며, 학교 간 교육성취의 격차가 감축되었고, 국가교육 전체의 일관성이 증대하였으며, 학교는 교육의 과정에서 학생 모두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의 자발적 혁신 시도 감소, 교원의 사기 저하와 자율성 상실, 수업에서의 창의성과 독창성 저하, 교사의 이직률 증가 등이 부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제3의 길’은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교육 변화의 모습을 지칭하는 길로서 저자들은 이를 “성과와 파트너십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제3의 길 교육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제1, 제2의 길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제1의 길 교육에서 학교와 교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자율의 토대 위에서 교육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와 혁신은 거의 대부분 개인적 수준에서 임의적, 자의적으로 시도되었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는 일관성과 체계성이 결여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학교간 교육의 질의 심각한 불균형과 비일관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제2의 길 교육은 학교 간 교육성취의 격차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효과는 있었으나 하향식 사전 규제와 표준화 정책으로 인하여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면서 교육의 개선을 위한 학교나 교사 차원의 자발적 시도들을 불가능하게 하였다.

제3의 길은 제1의 길과 제2의 길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통합하려고 한다. 제3의 길 교육은 교육의 일관성과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하향식 통제를 수용하면서도, 학교나 교사 수준의 자발적 변화와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학교 간 교사 간의 수평적 학습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학교 교육의 혁신을 위하여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 대학 및 지역사회 단체들이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참여함으로써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강화하였다. 이리하여 제3의 길 교육은 국가의 관여와 통제에 의한 하향적 변화, 학교와 교사의 자발적 활동에 기인하는 상향적 변화, 그리고 학교 교육에 대한 시민적 참여에 의한 수평적 변화의 적절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 변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3의 길 교육이 2000년대 이후 영미권의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래의 취지나 이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제3의 길 교육 역시 현실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1) 중앙 집권의 길, 2) 기술주의의 길, 3) 형식적 열정의 길의 세 가지 길로 설명하고 있다.

제3의 길 교육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지금도 여전히 학교교육의 운영에서 정부의 중앙집권적 통제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제3의 길 교육은 정부의 관여와 통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까지의 강력한 중앙 통제보다는 분권화를 제안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실패의 원인은 기술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었다. 이 시기의 교육의 고급 관리자들은 이 시대에 발생하는 교육의 불평등 문제나 사회적 정의와 같은 도덕적 문제들도 모두 기술적 수치화나 양적 기술의 문제로 전환시켜 이해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문제의 본질적 성격에 적합한 대안을 탐색하기 보다는 검사와 평가를 증가시키고,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 분석하는 지엽적인 활동으로 해결의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이 교육의 실패를 초래하였다.

세 번째 실패의 원인은 이 시기 교육 전문가들의 변화와 개혁에의 열정이 형식과 절차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당시 교육의 전문가들은 제3의 길 교육이 지향하는 근본적 이념에의 구현이 아니라 정부가 편협하게 설정한 목표를 즉각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나 절차를 제안하거나 시행하는 데에 의욕적이고 열정적이었다. 교육개혁의 본질적 목표에는 무심한 채 단기적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단순한 전달과 집행에 열정을 쏟았다는 점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앞으로 걸어야 할 학교교육 변화와 개혁의 길

‘제4의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야 할 학교교육 변화와 개혁의 길이다. 제1의 길, 제2의 길처럼 어느 하나의 방향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제3의 길에서처럼 의도는 바람직했으나 곁길로 빠지지 않는 보다 완전한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지향하는 교육개혁의 길이다.

『제4의 길』저자들에 의하면 제4의 길 교육은 제3의 길 교육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제3의 길 교육이나 제4의 길 교육 모두 제1의 길 교육에서 보이는 ‘일관성 없는 들쑥날쑥한’ 제1의 길 교육이나 ‘치졸한 정치판’ 같은 제2의 길 교육 같은 양극화 대신 균형을 지향한다. 지나친 자유를 향유하는 시장의 논리나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의 논리를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그 새로운 길이란 정부의 시책과 교육계의 헌신, 그리고 시민사회의 참여로 이루어진 균형된 체제 하에서 정부와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평등하고 상호소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시행되는 교육실천의 길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그 지향점에서 제3의 길이나 제4의 길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지향점의 공통성에도 불구하고 제3의 길 교육은 시행의 과정에서 여전히과도한 중앙정부의 통제, 수량적 데이터 에 의존하는 기술주의에의 집착, 그리고 피상적인 결과나 단기적인 개량을 목표로 하는 형식적인 열정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하여 원래의 목표를 상실하였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의 저자들은 제3의 길 교육에서 전술한 세 가지의 잘못된 곁길들을 걷어 내고자 한다. 그렇게 하여 보다 바르고 안전하게 교육 본래의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제4의 길 교육의 모습을 그려낸다.

제4의 길 교육에서 정부는 세밀하게 설계된 표준화된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그러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학습의 목표들은 아래로부터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까지 참여하여 목표를 구성해 나간다. 정부는 보다 높은 수준에서 학교 교육의 기본적인 큰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교사들은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아무런 통제도 없이 방임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학부모, 시민, 지역사회라는 교육의 파트너로부터 또 다른 의미의 감시를 받는다. 제4의 길 교육에서는 수량적 데이터 중심의 기술주의적 의사결정을 지양한다. 양적으로 처리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을 근거로 교육의 정책을 수립하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고할만한 하나의 요소로서만 고려할 뿐 수치화된 데이터 그 자체를 절대적인 것으로 맹신하지 않는다.

제4의길 교육은 또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수치화된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피상적 열정이 아니라 교육의 가장 소중한 가치들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학교교육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심층적 열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제4의 길 교육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육의 가치란 교육의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여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의 구현은 교사들만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 지역사회 모두가 다 함께 나누어 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라는 점을 제4의 길 교육은 강조한다.

정부와 학교와 지역사회가 평등한 관계에서 상호 협력하는 체제

제4의 길로 표현된 학교교육의 모습은 결국 오늘의 시대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가장 바람직한 학교운영의 체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들의 신념이라고 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오늘의 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학교 운영의 모습은 정부와 학교와 지역사회가 평등한 관계에서 상호 협력하는 체제이다.

국가(정부)는 학교교육의 크고 높은 기본 방향과 정책만을 제시하고 지원할 뿐 세부적인 통제는 최소화한다. 학교(교사)는 학교 간 교사 간의 효율적인 학습공동체적 노력을 통하여 최대한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간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시민)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교육 운영에 참여한다. 그리하여 정부와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학교교육을 결정해 나가는 민주적 운영체제를 저자들은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4의 길에서 주장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의 교육방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학교 교육은 민주주의적 운영의 원리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어 보다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꽃 피워 내는 민주주의의 산실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을 포함한 지역의 주민들도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는 공동의 운영체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학교는 아직도 제4의 길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의 학교는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 교육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자율적 시도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교육의 변화를 위한 학생 수준의 참여는 전무하며,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의 참여 역시 피상적이거나 지극히 부분적이다.

대한민국 학교 교육에서 제1의 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역사에서 지나친 자유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제1의 길은 아예 없었다. 우리의 학교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후 처음부터 강력한 정부 주도하의 중앙집중형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주도 관리형 교육체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제2의 길을 이탈해 본 적이 없었다. 제3의 길을 걷고자 한 시도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미미한 상태에서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제2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우리의 갈 길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제2의 길만이 아니라 제3의 길, 제4의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길들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우리의 학교를 제4의 길로 이끌어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