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철 배명중학교 교사

누리과정을 둘러싼 논쟁 등 교육과 복지정책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가장 확실한 복지는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출발선부터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될 때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복지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과 복지는 다른 개념이 아닌, 같은 맥락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교육과 복지에 관한 담론 형성을 위해 교육 현장에 몸을 담고 있는 교육자들로부터 현장에서 바라본 교육복지 실태에 관한 의견을 연속으로 들어봤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중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생의 중학교 진학률은 99.9%에 이르고 있다.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따라서 교육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복지가 불평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에서 만큼은 완벽한 복지를 달성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이나 교육 기회의 형식적인 평등일 뿐, 실질적인 평등에서 만큼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복지 전반에 관해 논할 자격과 깜냥이 있지는 않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중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교육복지의 실태에 대해 느껴온 바에 관해 그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상급 기관의 사업을 실천하기에 급급한 학교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부, 교육청, 일선 학교들은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하여 왔다. 그중 교육복지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저소득층 학생 교육비, 급식비 지원, 방과후 학교 자유수강권 지원, 기타수익자부담경비 지원, 인터넷통신비, PC 지원, EBS 교재 지원, 학업중단지원, 지역 사회 협력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복지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제도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을 비롯한 교육복지의 주체, 대상, 내용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교사들은 교과 중심의 학교교육의 틀 속에서 학생들에게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해준 내용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교육주체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어떠한 교사도 교육복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복지문제를 교육 주체의 역할 속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 지역 사회에서 시행하는 교육복지 사업 시행과 관련된 공문은 무수히 많지만 행정업무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고, 교육복지 업무를 많은 교사는 많아야 한 학교에 2~3명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와 교사가 주체가 되어 교육복지를 실시한다고 보기보다는 상급 기관의 교육복지 사업을 학교를 통해 실천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어쩌면 학교는 ‘그저 따른다’고 있을 뿐이다.

돈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교육복지 사업에 있어 지원 대상도 너무 한정되어 있다. 보통 교육복지 사업의 대상을 보면 학교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1순위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법정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차상위계층, 2순위는 담임교사 추천, 3순위는 전교생이다. 1순위는 자격 조건만 맞으면 신청자 전원 지원이 되며, 2, 3순위는 담임교사 추천서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되는 편이다.

물론 교육복지 사업의 출발이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것으로 출발하였으며, 한정된 예산 내에서 대상자의 명확하고 공정한 선정을 위해 위와 같은 기준을 두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별, 학교별 학생들의 특성이 동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에서는 위와 같은 대상자 선정 기준에 많이 매혹되고 있는 것 같다.

교육복지 사업의 내용 또한 경제적인 지원에만 치중되어 있다. 물론 교육복지사업의 지원 대상이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 내용도 경제적인 지원에 머무를 수도 있다.

교육비, 급식비, 방과후 학교 자유수강권, 기타수익자부담경비, PC, 인터넷 경비 지원 등은 빠지지 않는 항목이다. 물론 이런 항목들은 지원의 출발이 될 수 있겠지만 지원의 최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교육복지의 한 측면이 될 수 있겠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 교육 분야만이 담당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은 학교가 아닌 지역 사회, 기업, 공공 단체 등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학교가 아니고서는 제공해 줄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은 학교가 주체가 되는 교육복지가 아니라 학교를 통한 사회 복지의 모습이다.

학교가 주체가 되어야 할 교육복지

교육복지의 주체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학교 밖의 교육청, 지역 사회, 공공단체, 기업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교육복지 사업의 대상자가 되는 학생의 특성을 학교보다 더 잘 알 수 없다. 교육복지는 학교를 통하여 실시되는 사회복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복지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교가 주체가 되어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교육복지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복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교육복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단위학교에 일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일임 받은 교육복지 예산을 단위학교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복지 예산의 사용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교육복지 예산을 쓰더라도 일률적으로 용처가 정해진 예산을 단순 떨구기 식의 집행보다는, 단위학교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이쯤 된다면, 학교가 주체가 되어 학교 특성에 맞게 교육복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업무는 더욱 고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장려하는 곳이기에 학교 주도로 시행되는 교육복지는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는 일이며, 학생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학교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교육복지의 대상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장의 많은 학교들은 일차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실질적인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놓인 학생들이 많이 있기에 이러한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은 교육 기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교육복지의 실현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복지 대상=저소득층 학생’이라는 공식의 틀을 조금은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학생 지원이라는 일종의 거름망을 통해 놓치게 되는, 교육복지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지만 다문화의 배경 속에서 성장한 학생들도 있으며, 필자가 직접 교육현장에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상이한 남·북한 정치체제를 경험함으로써 적응에 힘들어 하고 있는 새터민 가정의 학생들도 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여기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습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또한 맞벌이 가정의 급증으로 인해 학생들을 돌봐줄 수 없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이 모든 학생들이 교육복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셋째, 이제 교육복지란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학생들이 지원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그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교육복지를 채워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상이한 정치 체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존재한다면, 지금 발딛고 있는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복지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에 소외된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다른 진로·진학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교육복지의 한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여 학생들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라면 방과 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교육복지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