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준비하고 교사가 정리해야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먹물처럼 번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평가자료인 학생부의 신뢰성에 있다. 학생부에 적혀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해당 학생의 특성은 담아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분들의 논거는 일부 학교에서 학생부에 입력할 자료를 교사가 쓰지 않고 학생들이 준비해 오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중 기록해야할 학생부가 학년말에 가서 마치 밀어넣기 식으로 한꺼번에 입력되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교사에 따라서 기록의 편차가 심해 학생이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기록의 질이 달라진다고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교육 컨설팅이 성행하고 이것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또한 이렇게 학교와 교사에 따라 격차가 심한 학생부 기록을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의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 전형을 축소하고 수능이나 논술을 늘리자고 한다.

대입 전형으로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원단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이 지지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교사들도 수업을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어떤 입시제도에서도 철통같이 버티고 있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두터운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까지 한다. 물론 좋다.

일단 논쟁이 발생하면 논점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작 문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제시가 극단적인 주장에 치우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현장교사의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형 축소나 폐지로 몰고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 이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학생부 기록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에서 찾고자 한다. 사실 학생부 기록은 구조적으로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교사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이를 서술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다양한 자율활동 가운데 특강이 있다고 하면 그 특강에 참여한 수 십명 많게는 수 백명의 학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책을 읽고 그 책을 통하여 느낀 점을 기록하는 독서활동상황도 교사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기록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학생부의 기록에 대한 권한은 교사가 갖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수업을 포함한 각각의 활동에 대한 학생의 참여와 느낀 점은 학생이 스스로 기록하고 이를 교사가 검토하여 일정한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쳐 학생부 기록으로 연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물론 교사도 학생들을 살펴보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학년이 바뀌면 학생부 기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락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의 소통이 필요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필자의 학교에서는 워크북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이고 특강, 동아리활동, 캠프, 교내대회, 대인관계, 특색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어제는 자율활동으로 체육관에서 '나라 사랑 특강'이 있었다. 1, 2학년 700명 가까운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느낀 점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 느낌을 자신의 워크북에 기록하여 교사와 소통의 자료를 만들어 간다. 이제 학생들은 학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활동에도 워크북을 옆에 끼고 다닌다. 심지어 친구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특별한 일도 워크북에 기록한다. 학급에서 화초를 기르며 느낀 소감도 적는다. 교사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점검해 주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분명 우리 교육을 바꾸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신뢰성, 공정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어떤 경우든 갈등이 있을 때는 그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결 방법은 결국 이해 당사자간의 소통에 있다고 본다.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된 소통의 당사자는 이 전형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교사와 학생 간에 있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신뢰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제도가 아닌가.

'나라 사랑 특강'에 참여한 1, 2학년 학생들의 모습
점심식사를 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특강이라 졸릴만도 하지만
그래도 강사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면서
워크북에 기록해야 할 내용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