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청년활동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추모 물결은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수천·수만 개의 포스트잇을 통해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약자들이 편견과 폭력으로부터 억압받아 왔는가를 역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중 일부는 사건에 담긴 문제들을 뒤로하고 무의미한 편가르기를 통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

사건에 대한 여론이 여성 혹은 남성 혐오라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우리가 안일하게 덮어두려고 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묻고 또 물으며 반성하고 남녀 간의 입장 차이를 서로 헤아리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그들은 오직 자기의 목소리만을 강요하는 '또 다른 묻지 마'를 통해서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는 다양한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절대로 사회적 약자에게 일방적 공격을 가하기 위한 '폭력의 자유'가 아니다.

‘묻지 마 살인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남녀가 편을 가르고 잘잘못을 따지며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응당 안전하고 편견 없이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물으며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는가?

*정인갑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 북한대학원 대학교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