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는 ‘시루’라는 뜻으로 주변이 산으로 휘둘러져 마치 움푹한 떡시루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소설가 김유정이 살던 집과 마을을 복원한 것이다.

흔히 개화기의 문학가들이 살았거나 작품 활동을 하였던 곳 또는 작품 속의 소재가 되었던 곳에 작가가 살던 집을 복원하고 문학 기념관을 만드는 시례가 부쩍 늘었다. 그만큼 예술에도 관심을 쏟게 될 정도로 삶에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소재가 된 강원도 평창의 메밀꽃 마을이다. 그 밖에도 전남 강진의 김영랑 생가 터, 경북 영양의 조지훈 문학 기념관, 충북 옥천의 정지용 생가 터,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테마로 한 ‘소나기마을’ 등이 있다. 전북 전주에 있는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학 기념관에 비치된 자료는 빈약하다.

내 자랑이지만 조지훈 문학관에 비치된 ‘天地呼應’이라는 시와 최명희 문학관에 있는 ‘마지막 돌멩이’라는 글은 필자가 제공한 것이다.

실레 마을은 몇 년 전만 해도 김유정 역이나 김유정 생가, 김유정 문학관만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가보고 놀랐다. 엄청난 규모로 새 마을을 조성하였고 각종 기념시업이 연중 펼쳐지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놀라웠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다. 29년의 짧은 생애에도 ‘봄봄’, ‘동백꽃’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겨 춘천의 자랑이 된 작가는 불우한 생애를 살았다.

만석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일찍 부모를 여의었고, 가산은 탕진되었다. 마침내는 폐병으로 요절했다.

사실 김유정의 유적만 보러 춘천에 간 것은 아니었다. 남이섬을 보고 소양강댐을 보기 위해서 춘천에서 1박을 했다.

청평사를 둘러보는 코스도 있었지만 소양강 댐 유람선을 타고 소양호를 한 바퀴 돌았다. 물이 많이 줄어 걱정이 앞섰으나 주변에 펼쳐진 단풍 숲 풍광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소양강댐에서 서울방향으로 56번을 타고 오다보면 언덕위에 몇 개의 멋진 카페가 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춘천시가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사람들은 마치 스위스의 몽블랑에 오른 기분이라는 등, 몽마르뜨 언덕에 오른 기분이라는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산토리니, 033-242-9030).

남이섬은 주말이라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진입하기 어려워 오후 5시경에야 가까스로 도착해 배를 탔다. 남이섬의 풍광을 만끽하고 7시 넘어서 인파에 떠밀려 다시 뭍으로 나왔다.

춘천의 닭갈비(KBS 맞은편 골목 안 ‘우성닭갈비’), 누룽지 삼계탕(김유정 마을 ‘큰집’), 특이한 맛의 갈비 해장국(KBS 맞은편 골목 ‘장안해장국’)의 맛도 잊을 수 없다.

 

윤종건(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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