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안의 작가수업] 꽃을 품은 무화과처럼
[제리안의 작가수업] 꽃을 품은 무화과처럼
  • 지성배 기자
  • 승인 2016.06.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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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과연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까요? 에듀인뉴스에서는 그러한 고민에 동참하고자 제리안 작가의 <작가수업> 시리즈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무엇일까. 아이디어의 고갈보다 강력한 스트레스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똑같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누구는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고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한다. 또 단행본이 잘 팔려 인세도 톡톡히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영화나 드라마 화 되어 단박에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있다. 같은 작가로서 제일 부러운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 작가는 정말 운도 좋아"라며 시기와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써보려 해도 곁눈질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러움과 질투 같은 감정들은 변형되고 왜곡되어 결국 자괴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까닭이다. 비교를 멈추기 위해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는 말을 떠올려보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 간다. 자신의 처지가 잎사귀만 무성한 수풀 같아서 쓴 웃음만 난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당신은 어쩌면 무화과일지도 모르니까. '꽃이 없는 과실'이란 뜻의 무화과는 사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꽃 주머니 속에서 꽃을 몰래 피우는 과실이다. 무화과나무는 겉으로는 잎사귀만 무성해 보일지라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만의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무화과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다. 그 말의 의미는 그만큼 오랫동안 생존을 해왔다는 뜻이다. 작가 역시 끈질긴 생존을 넘어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아무도 사과를 먹을 때 사과 꽃을 떠올리지 않는다. 같은 의미에서 무화과를 먹을 때 꽃이 겉으로 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따지지 않는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언론을 타기도 하지만 그들의 작품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열매 즉, 작품일 뿐이다.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는 당신이라면, 꽃을 피우는 일에만 몰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꽃일수록 금방 시든다. 작가는 꽃보다는 나무가 되길 갈망해야 한다. 기왕이면 무화과나무처럼 높이 자라기보다 옆으로 낮게 퍼져 나가기 때문에 쉽게 손을 뻗어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친근한 유실수가 되길. 그 모습은 마치 가난한 자, 나그네, 고아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자를 연상케 하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가의 모습도 그와 같다.

좋은 작품이란 보편적인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며 공감의 능력은 전적으로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다. 작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있어 기다림의 시간은 죽음과 같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시간은 속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견뎌야만 하는 과정이다. 겨울철의 나무는 가지가 말라 있고 잎사귀가 다 지고 없어 죽은 것 같아 보이지만 봄이 지나 여름이 되면 가지가 연해지고 잎사귀를 내게 된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로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마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 마라. 자신의 작품에만 집중하다 보면 남들이 보기엔 잎사귀만 무성한 수풀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탐스러운 당신만의 열매가 숨어 있을 테니까. 좋은 작품은 세상이 먼저 알아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제리안 작가-

*위 글은 제리안 작가가 위키트리에 연재한 칼럼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재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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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 기자  edupaper@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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