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철 박사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오늘날까지 세계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 발전되어 왔는가?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캐나다 출신으로서 미국 보스톤 대학의 교수인 하그리브스(A. Hargreaves)와 셜리(D.Shirley)는 그들의 저서 《학교교육 제4의 길ⓛ(The Fourth Way, 2009)》에서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들은 1998년도에 출간된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A.Giddens)의 《제3의 길》이라는 책 제목을 차용하여 세계 교육의 변화 과정을 제1의 길, 제2의 길, 제3의 길, 그리고 제4의 길로 설명하고 있다.

이 각각의 길이 어떠한 길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하그리브스와 셜리는 그들의 책 《학교교육 제4의 길ⓛ(The Fourth Way, 2009)》을 출간한 지 3년 후인 2012년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교육 제4의 길②(The Global Fourth Way, 2012)》를 발간하였다. 이 책 역시 한국에서는 2015년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이찬승, 홍완기)’에서 번역 출판한 바있다.

<저자 데이비스 하그리브스와 데니스 셜리가 주목하는 ‘바람직한 학교교육 성공사례’는 핀란드, 캐나다 앨버타 주와 온타리오 주, 싱가포르, 영국,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총 6개 지역이며, 해당 지역에서 주효했던 교육정책과 리더십, 사회/문화적 방향성 등의 내용과 경과, 의의 등이 이 책에 연구, 분석되어 있다>

제4의 길에 이르는 실천적 방법론

《학교교육 제4의 길①》이 세계 교육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개념화한 이론서 라면 그 속편인 《학교교육 제4의 길②》는 그 개념과 이론이 세계 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설명해 내는 모형으로서의 적합성을 검증해 보는 응용서라고 볼수도 있다.

실제로 이 두 저서의 저자들은 전편(개념서)에서 제시한 학교 교육발전의 단계 모형(제1, 제2, 제3, 제4의길) 중 발전의 최종 단계인 제4의 길 교육 개혁이나 발전에 관계되는 사례들을 전 세계의 여러 교육 사례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이 발견한 제4의 길 개혁에 해당되는 여러 사례들이 그들 이외의 다른 세계적 연구기관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and the Economy), 그리고 맥켄지 사(Mackinsey & Company)등에 의해서도 가장 바람직한 교육 발전의 모델로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들이 제안하고 있는 교육 발전과 변화의 모델이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후속 저서인 《학교교육 제4의 길②》의 학문적 가치는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전편인 《학교교육 제4의 길①》에서 제시된 교육 변화와 발전 모형에 어느 정도나 타당한 경험적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데에 달려있다. 후편에서 기술하고 있는 교육 개혁의 사례들이 전편에서 제시했던 변화와 발전의 모형과 잘 맞는다면 전편에서 제시한 발전의 모형은 학문적으로 타당한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편에서 진술되고 있는 각 사례들은 그러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후편 전체가 그러한 의미의 학문적, 이론적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후편에서 저자들이 보이는 관심은 이론적, 학문적이라기보다 실천적인 데에 있다. 우선 그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교육개혁 사례 중에서 제4의 길 수준에 도달해 있거나 임박해 있는 사례들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들이 지니는 공통적 특징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공통적 특징들을 근거로 하여 제4의 길에 이르는 실천적 방법론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오늘의 세계 속에서 교육의 발전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력이 제4의 길 수준에 합당한 교육적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타당한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바로 이 점이 그들의 최종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이 이 책, 즉 후편에서 소개하는 교육개혁의 사례는 6가지로서 서로 다른 나라들에서 서로 다른 수준으로 발생한 사례들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개혁 사례로는 핀란드와 싱가포르, 주 수준의 사례로는 캐나다 앨버타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 단위 학교 수준의 개혁 사례로는 영국 북부의 어느 소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그리고 교원단체 수준의 개혁사례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교원노조 등에서 발생한 교육 개혁 사례들을 발굴, 탐구, 기술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사례들이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제4의 길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4의 길 수준에 완전히 도달한 사례도 있고 근접 위치에 머물고 있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제4의 길 개혁의 모든 특징들을 거의 대부분 확보하고 있는 사례들도 있고, 일부 특징들만 보유하고 있는 사례들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제4의 길 교육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 도달한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하여 저자들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제4의 길 방법론 구축에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6사례 모두에 해당되는 완전한 공통점은 찾지 못한다. 그러나 6사례 전체는 아니어도 집합을 달리하는 여러 사례 집단들에 공통되는 요소들은 찾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없다는 의미의 특징들’과 ‘공통적으로 있다는 의미의 특징들’을 찾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일부 사례들(핀란드, 싱가폴, 캐나다)에만 해당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들 사례들에 ‘공통적으로 없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① 차터 스쿨을 추진하는 정부가 없다. ② 속성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없다. ③ 학생 성적을 기준으로 교사 성과급을 제공하는 제도가 없다. ④ 중앙의 교육부가 매년 목표를 설정하면서 3학년에서 8학년까지의 전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수학 시험을 시행하는 제도가 없다. ⑤ 정부가 학교를 간섭, 제재하며, 계속 교장과 교사를 전보하여 결과적으로 신뢰와 교육의 연속성을 저하시키는 시스템이 없다. ⑥ 별 준비를 하지 않아도, 그리고 임시직 교사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미리 정해져있고 단순화되고 중앙집권적이며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없다.

한편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이들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① 상당히 안정되어 있는 체제 전체의 리더십이 있다. ② 성적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한 비약적인 혁신이 있다. ③ 폭넓은 교생 실습 등의 훌륭한 대학교육을 받은 교사가 있다. ④ 수업에 대하여 항상 연구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교사가 있다. ⑤ 적극적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있다. ⑥ 교직을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⑦ 교육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선과 바람직한 미래를 창출하는 방법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오늘의 학교 교육을 개혁하려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시사점들

이와 같은 제4의 길 수준의 개혁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과 ‘공통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특징’들은 오늘의 학교 교육을 개혁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시사한다. 우리의 교육체제에는 없는데 제4의 길 사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있는 특징들은 일단 적극적 수용의 대상으로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의 체제에는 존재하는데 제4의 길 사례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특징들은 우리의 교육체제에서 제거하기 위한 대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4의 길 사례들의 공통적 특징들 이외에도 저자들은 제4의 길을 활성화 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지침들이 무엇인가를 교육행정가 수준, 교장 수준, 교사 수준으로 구분하여 보다 명료하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에서 저자들은 그들이 믿고 있는 제4의 길 교육의 개혁 전략의 전도사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제4의 길 실천 지침들은 아래와 같다.

교육행정가(교육시스템 단위의 리더)를 위한 실천 지침들

1. 영감을 주며 사회를 통합시킬 수 있는 꿈을 창조하라

제4의 길은 일단 꿈에서 출발한다. 꿈의 실현이 어려울수록 꿈은 더 큰 영감을 주게 된다. 위대한 꿈은 조직의 가장 큰 문제를 최대의 성과로 만든다.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도 없게 된다. 그러므로 영감을 갖도록 과감히 꿈을 꾸도록 하라.

2. 끊임없이 소통하라

일단 가진 꿈과 비전을 조직 내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매일의 관계 속에서 희미하게나타나는 ‘약한 신호’를 예민하게 찾아 적절하게 반응하는 소통의 기술을 기르도록 하라.

3.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하라

성공한 조직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항상 전진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기 위하여 다른 성공 사례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목적으로 자국 내는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여 서로 소통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하도록 하라.

4. 시험은 신중하고 전문성 있게 시행하라

시험(평가)은 필요하다. 그러나 잘못 시행되는 시험에는 심각한 역효과가 초래된다. 그러므로 모든 시험은 외견상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육관행을 개선하고 진정한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도록 하라.

5. 전문성 자본(전문적 능력이나 자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라

체제 지도자들이 정치적 현안에 매몰되어 학교 현장을 멀리 하며 교사와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도 못 내면 안 된다. 따라서 체제 리더들은 학교를 자주 방문하여 학교와 교실의 생생한 모습을 몸소 느끼도록 하라.

▲교장(학교 단위 리더)을 위한 실천 지침

1. 역설을 수용하라

교육의 효과는 역설 속에서도 가능하다. 경쟁과 협동은 둘 다 필요하다. 덜 가르치되 더 배우는 것 역시 가능하다. 리더십을 나누면 권위는 오히려 강화된다. 창의성을 중시한다고 표준화 시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역설들을 인정하고 수용 하도록 하라.

2.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

성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 자기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릴 용기, 모두가 두려워 첫발을 내딛지 못할 때 먼저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 가끔은 교장이 교사들의 리더십에 따를 수 있는 용기 등이 필요하다. 그러한 용기를 내도록 하라.

3. 개인 맞춤형 수업과 고객 맞춤형 수업을 구별하라

학생들의 다양한 특징들이 최대한 고려되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라. 그러나 그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것만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4. 개선하며 혁신하라

과감하며 위험이 수반되는 혁신은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개선의 단단한 토대 위에서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선의 토대 없이 성급하게 혁신하려 하지 마라. 확실하게 쌓여진 개선의 토대 위에서 혁신하도록 하라.

▲교사를 위한 실천 지침

1. 덜 가르치되 더 배우게 하라

가르치는 방법이나 내용이 덜 배우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 가르친다고 더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핀란드 중등교사들은 미국 교사보다 40% 덜 가르친다. 그러나 그 남는 시간 동안 수업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고, 학생과의 일대 일 면담도 많이 하며, 숙제의 결과를 상세하게 고쳐 주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배움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적게 가르치도록 하라, 그러나 더 깊게 배우도록 하라.

2. 교원전문단체(교원노조)를 개혁하도록 하라

교원전문단체가 교직의 핵심인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어느 교원노조는 수입금의 50%를 교원연수에 쓰는데 비해 어느 노조는 5% 정도도 쓰지를 않는다. 교원단체로 하여금 ‘잘 가르치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요구하고 자극하라.

3. 집단적 자율성을 신장시키도록 하라

전문성의 핵심은 현장의 자율성이다. 교사로서의 개인적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교사 집단으로서의 집단적 자율성은 더욱 중요하다. 교장이나 교육장이 새로운 사업을 주도하기를 기다리기보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선도적으로 사업을 시도해 보라.

4. 교육공학적 기술이나 정보에 관심을 가져라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며 이를 매일의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나 현대적 기술을 중시한다고 해서 전통적인 기술을 무조건 폐기하지는 말라.

5. 열정적인 활동가가 되라

교사는 교육 변혁의 발전기이다. 수업을 할 때에도, 변혁을 도모할 때에도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변혁을 수행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변혁을 일으키는 역할도 수행하도록 하라.

결국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모아 찾아야 할 길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학교수준 이상의 교육행정가와 학교장, 그리고 교사라는 수준으로 구분하여 제시한 제4의 길 활성화 지침들은 어느 한 수준에만 적용되는 지침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교사를 위한 지침으로 제시된 ‘열정적인 활동가가 되라’는 것이나 ‘교육공학적 기술이나 정보에 관심을 가져라’라는 지침은 교장에게도, 고급관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교장을 위한 지침 중에는 교사나 고급행정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제4의 길 활성화 지침들을 수준별로 분류하여 제시할 때에 분류의 논리적 엄밀성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지위와 역할에 관계없이 위의 지침들을 음미하고 자신의 처지에 해당되는 것들을 찾아 실천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러한 지침들의 논리적 분류 방식의 문제점에 큰 관심을 두지는 말자. 다만 이러한 지침들이 제2의 길 수준에 강력하게 묶여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만을 염두에 두기로 하자.

그러나 제4의 길 활성화 지침들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탐구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저자들이 제안하는 제4의 길이 과연 미래의 우리의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서 올바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4의 길 교육의 핵심적 특징은 정부의 통제를 최소화하고 학교의 자율을 최대화하며, 지역과 주민의 참여를 극대화함으로써 민주적 가치를 최대로 신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실은 이러한 제4의 길 교육의 지향점과 대척점에 처해 있다. 교육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절대적이며 학교의 자율은 최소화되어 있다. 지역과 주민의 참여는 극미하며 진정한 민주적 가치의 구현은 요원한 상태이다. 우리 교육의 이러한 현실은 제4의 길이 우리 교육의 이상적 지향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가치 구현을 국가이념의 중핵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은 흔들릴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확고한 사실인 이상 제4의 길 교육의 지향점은 우리교육의 미래 지향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확실하다.

국민 각자가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각자의 자율권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최대로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의 통제와 간섭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교육의 영역에도 물론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에 해당되는 교육 관료의 통제는 최소화되고, 교육을 대표하는 학교나 교사의 자율은 극대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민으로서의 지역 주민들의 교육에의 참여 역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본적 지향점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제4의 길 구현의 방법론이 저자들이 제안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동일한 수준과 형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 지향점이 동일하더라도 구현의 구체적 수준과 방법, 그리고 과정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자들이 제안한 제4의 길에 이르는 세부적 방법론이 어느 정도나 우리의 처지에 적합하며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와 반성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교육과정의 표준화’나 ‘전집에 대한 표준화 검사의 시행’ 등을 제2의 길 교육의 핵심적 징표로 기술하면서 제4의 길 교육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소멸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표준화 교육과정을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나 학교의 자율로 전환할 것이냐의 문제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우리 자신의 문제다.

표준화 시험의 전집 시행도 운영의 묘에 따라서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도구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들의 제안과는 관계없이 이 문제 역시 수용의 여부와 시행의 수준 및 방법은 우리가 고유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세계 여러 곳의 실제 사례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어떤 사례도 우리 교육의 특수성과 동일한 특성은 지니고 있지 않다. 초·중등 교육의 대학 입시에의 절대적 종속성, 왜곡된 과잉 교육열, 공교육을 무력화하는 사교육의 절대적 위세 등은 우리 교육의 특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제4의 길 교육과 어떻게 관련되며, 어떻게 극복 또는 활용되어야 하는지 저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우리가 제4의 길 교육을 지향한다고 해도 그 수준에 이르는 구체적 방법론은 우리의 힘으로 구축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자. 그리고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모아 우리만의 방법론을 창안해 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