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를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 기숙사 및 식당 건물 전경>

한때 파스퇴르유업 창업자로 세간에 더욱 잘 알려진 민족사관학원 최명재 이사장은 민족교육의 등불을 만들겠다며 평생 모은 사재를 쾌척하여 ‘민족주체성 교육과 영재교육을 통한 각계각층의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설립했다. 1996년 3월 1일의 일이다.

그리고 개교한지 20년이 지났다. 그간 많은 졸업생들이 세계 각국 유명 대학의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각종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입상하는 세계적 수준의 고등학교로 자리 잡은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창의교육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정문 모습>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의 교육목표는 ‘국제적, 창의적, 헌신적인 각계각층의 지도자 양성’이다. 이와 같은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수
준 높고 다양하며 폭 넓은 교과목(한 학기 250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문·이과 중 어느 한 쪽을 깊이 있게 파고들려는 학생에게도, 문·이과를 폭넓게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에게도 민사고는 최적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예술·체육 활동,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 각종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것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뿐만 아니라 인문 분야, 자연 분야, 예술·체육 분야 등의 교과를 폭 넓게 제공하여 학생 스스로 자신의 특수재능에 대한 창의적 능력과 폭 넓은 사고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 주도적이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최적의 학교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학생 스스로 자유롭게 흥미·적성을 탐색해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과자율선택, IR(Indivisual Research. 개별탐구활동), 3단계 수업(3-Step Education), 계절학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자율선택’은 기본 교과, 일반 선택 교과, 심화 선택 교과, 그리고 대학수준의 교과목 등 한 학기에 250여 개의 교과목을 제공하여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그러한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IR(Indivisual Research. 개별탐구활동)’은 자율선택영역에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교사나 동료 학생들과 대화하기도 한다. 또한 자기 주도적으로 예술·체육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학업 활동을 선택해서 자기 자신에 맞는 적성을 찾는 과정을 이어간다.

‘3단계 수업’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학생 양성을 위해 국영수 문제 풀이 위주의 입시 준비 교육이 아닌 책을 읽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논문을 쓰면서 학문의 기본 역량을 키우는 수업이다.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수준 높은 과목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하게 제공되어 어느 한쪽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수도 있고,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3까지 정상적으로 다양한 예술 및 체육 수업을 진행해 교과에만 머무는 수업은 지양하고 있다.

‘SUMMER SESSION’이라 불리는 여름 계절 학기는 여름 방학 직전 3주 동안 최소 4단위의 다양한 교과목을 집중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기간에는 일반 교과를 넘어 실험에만 집중하거나, 예술 활동에만 집중하거나 하는 등 학생 개인이 평소 관심 있어 하는 기타 색다른 활동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정진곤 교장선생님 모습>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도 중요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학교는 교사 대 학생 비율이 1:6 정도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3년도 OECD기준 13.3명(교육부) 보다도 절반 이하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교사 연구실에서 15명 이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매우 친밀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진곤 교장은 “이와 같은 친밀도는 선생님들이 학생들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능력·흥미 등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 실제 교육 진행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 민사고 출신 학생들이 해외 유명대학 등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일은 이제 그리 놀랍거나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민사고는 국내를 넘어 세계 명문고로 발돋움했다.

그렇지만 정진곤 교장은 “서울대나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명문고등학교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민사고가 오늘날 명문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등의 일류대학 진학을 목표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학교들과는 교육내용과 방법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사고는 학생들의 능력, 학업수준과 흥미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국내외의 학습자료, 미국과 영국의 명문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사용되는 교재, 학술논문 등을 활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토의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관찰하여 다양한 지식을 탐구한다. 민사고 학생들이 물리, 수학, 환경, 언어 분야 등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이러한 교육이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인문관의 모습, 사진제공=민족사관고등학교>

예체능 교육 통한 감성 능력 배양도 필수

민사고 학생들은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튼튼하고 건강한 신체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한다. 아침운동, 정규수업,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하여 태권도, 국궁, 검도, 승마, 골프, 조정, 스키,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그냥 대충 하는 수준이 결코 아니다. 전국 규모의 대회에 출전하면 입상을 할 정도로 준수한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는 교과뿐만 아니라 예체능을 통한 감성 능력 배양이 필수 조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교는 개교 이후 지금까지 학생들의 예술적인 감각을 함양토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예술 수업 강화를 위하여 예술 교과에 서예과정을 신설하였습니다. 또한 가야금, 대금 강좌 수강을 의무화해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규 교과 프로그램 이외에도 뮤지컬, 치어리딩, 합창 등을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체육활동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학생들은 체육활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 활동에서 추구하는 준법 및 협동 정신을 함양합니다. 최근에는 정규 및 비정규 과목에서 선택적으로 다루던 국궁수업을 아침 심신 수련 종목으로 신설하였으며, 정규 교과에서 국궁 및 골프 수강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매주 수요일 7, 8교시를 스포츠 데이로 지정하여 18개 스포츠 종목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종목을 신청하여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습득한 예술적 감각과 체육 능력은 정기적인 음악회, 전시회, 사진동영상 콘테스트, 축제 등의 행사와 도민체전 전국 스포츠클럽 대항전 출전 등을 통해 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정 교장은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인재들이라면 풍요로운 정서를 소유해야 하기에 음악, 미술, 서예 등 예술 분야에 대한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많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가야금과 대금 등의 우리 고유악기는 물론 서양악기를 배우고 익히게 한다고 덧붙인다.

매년 11월이면 학교에서는 음악회를 개최하는데, 이를 관람한 학부모들이나 지역주민들은 학생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에 감탄을 연발한다고.

<민족사관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바라본 학교 전경>

작은 정부나 다름없는 '학생자치공화정'

민사고의 학생자치활동 또한 타 학교 학생회와는 확연히 다르다. 학생회의 이름도 이른바 ‘학생자치공화정’이다. 민사고의 ‘학생자치공화정’은 근대 자유주의국가 헌법 원리로 작용하는 삼권분립제도의 바른 습득에 있다.

즉,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삼권분립의 정치형태와 대표를 선출하여 의견과 이익을 대변하게 하는 대의민주정치로 집약되는 공화정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장차 각계각층의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의식과 능력을 함양하게 하기 위함이다.

'학생입법위원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생생활규정을 재·개정하며, 행정위원회, 사법위원회 및 산하부서의 활동을 정기적으로(6월, 12월) 감사·감시 및 시정·개선을 요구한다. 또한 학생위원회 임원 및 산하 부서장의 부적절한 행위, 불량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개선을 요구하고, 행정위원회가 제출한 자치회비 예산안을 심의·의결 및 사용내역을 감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사법위원회’는 학생들의 명예심, 준법정신, 반듯한 의식과 생활태도를 함양하기 위한 제반 활동을 담당하고, 학생들의 생활규정 위반 행위를 적발·조사하여 학생법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자율시험의 성공적 운영, 남의 물건 탐하지 않기, 거짓말 하지 않기, 폭력행위 예방을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한다.

학생 행사를 기획·주관하고 학교행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행정에 반영되도록 건의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학교의 교육정책과 교육계획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하며, 학생생활 규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규정안을 만들어 입법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작은 정부나 다름없다.

이러한 제도는 학생들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학교에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이고 능동적으로 학교의 주인으로서 학교생활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록 미숙하기는 하지만 학교의 일들을 학생 스스로 해 나감으로써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공동체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민사고의 교육 이념이 드러나 있는 '우리의 맹세'이다>

사회에 헌신하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

“민족주체성 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출세하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출세를 위한 진로를 택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자. 이것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고 내일의 밝은 조국이다.”

민사고의 교훈이다.

“저희는 민족사관고등학교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영재적인 능력을 대한민국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영재로 태어난 민사고 학생은 일반 사람과는 달리 조국에 대한 사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 봉사하여 조국을 밝게 해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는 것을 명심할 것을 강조합니다. 개인의 뛰어난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한사람을 위한 능력이 되지만, 국가를 위해 사용하면 다수 국민을 위한 능력이 됩니다. 그 값어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정 교장은 향후 더욱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며,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교육과정을 계발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헌신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