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선정 '2015 학부모교육 우수 학교 사례

<2015 교육부 선정 학부모교육 우수사례로 뽑힌 서울 여의도 윤중중학교 전경>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강조되고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이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여전히 ‘적성’보다는 ‘좋은 대학’을, ‘과정’보다는 ‘성적’을 중요시하며 자신들의 세대와 똑같은 방식의 삶을 자녀들에게 강요한다. 자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도래할 시대에 부모들이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말이다.

윤중중학교(서울 여의도 소재)는 세상의 변화를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자녀 진로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학부모아카데미’와 학부모 주축으로 운영되는 ‘학부모독서회’ 등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을 2014년부터 운영했다. 윤중중학교는 학부모교육을 통해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학부모학교참여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학부모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이 학교가 학부모교육을 통해 어떠한 성과를 이룩했으며 학교 현장에 어떠한 교훈을 주는지 들여다봤다.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꾼 학부모아카데미

2013년 9월, 윤중중학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강진자 교감은 2014년 3월부터OEC(open entrepreneur center) 대표를 초빙해 ‘학부모아카데미’를 열었다. OEC는 21세기 직업 환경 속에서 가치 창조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창업가적 문제해결 인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 제공하는 창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 회사로서 당시 OEC는 교육시장을 대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예전부터 OEC 대표와 진로교육과 관련한 교류를 해 오던 강진자 교감이 윤중중학교의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을 요청하면서 학부모아카데미의 교육을 맡게 된 것이다.

“특성화고 진로부장 시절에 중학생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많이 접하면서 학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윤중중학교에 오면서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학부모아카데미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이 미래를 살아나갈 자녀들에게 어떤 능력을 키워주어야 할지를 깨닫게 하면서 학부모들의 인식과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창업가적 문제해결 인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학부모아카데미에 참가한 배정미 학부모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창의성과 열정 등을 가르치는 이 프로그램은 엄마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줬다”고 회상했다.

“대부분 엄마들은 자신들이 살아 왔던 시대처럼 내 자식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일류대학을 가면 성공한다고 생각하죠. 아이의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과제를 대신해 주고, 공부 잘 하는 아이의 엄마들을 시기하기도 하구요. 그러나 창업가정신 강연을 통해 앞으로의 세상에서 일류대학 입학과 대기업 취직이 자녀들의 성공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도 대졸실업자가 300만 명에 육박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면 인간의 노동가치는 더욱 급격히 하락하고, 결국 창의성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에 가까웠죠.”

배 씨는 이 강연 이후로 자신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이의 과제도 더 이상 대신 해주지 않았다. 키워드만 던져주고 아이가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배 씨 자신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게 됐다.

“대학입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봉착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됐어요. 학교의 ‘학부모아카데미’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 학부모’에서 벗어나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그에 발맞춰가는 학부모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죠.”

배씨는 학부모로서 학교에 대한 감사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창업가정신’ 강연은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기 이전에 학부모들에게도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학부모들은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창업’을 했다. A팀은 학내 ‘문제학생’들의 진로지도를 맡게 됐고, B팀은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판매한 이익을 학교에 기부했다. A팀의 경우, 6명의 ‘거울 공주’(거울만 들여다 보고 공부에 관심이없는 학생)들과 함께 특성화고 견학활동을 실시해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결과 6명 중 3명이 적성을 찾아서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내 자녀’만 돌보던 학부모들은 남의 자식까지 이끌어주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회가 건강해야 내 자식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른들, 엄마들의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중중학교는 전문 강사를 초빙해 학부모에게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엄마들의 생각과 마음이 커지는 경험은 학부모아카데미 뿐 아니라 학부모독서회를 통해서도 이뤄졌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제도, 혼란스러운 입시제도 속에서 엄마들은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엄마들에게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다보니 엄마들은 사교육에 휩쓸리게 되죠. 갈팡질팡하면서 사교육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엄마들이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한 기준과 중심을 잡는 일이 가장 필요합니다. 독서회를 통해 내 아이를 성적이나 성과가 아닌 사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 그 자체로,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고, 그러한 깨달음을 엄마들과 나누게 되었어요. 이것이야말로 학부모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배씨는 “공교육이 학생교육 뿐아니라 학부모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것도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교육의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배 씨의 말에 의하면 윤중중학교의 경우, 경쟁적이었던 학부모문화가 학부모교육을 통해 공동체적인 학부모 문화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이 문화가 학교를 바꾸는 긍정적인 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변신도 놀랍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인식이나 수준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교육이 아무리 좋고 훌륭한 교육이라도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되면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같은 학부모가 학부모교육을 하면 학부모들의 수준과 관심분야에 맞춰서 교육을 기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정미 씨의 경우, 학부모아카데미와 학부모독서회를 기획·운영하면서 ‘학부모에 의한 학부모교육’을 자리매김하는 데 대한 꿈을 갖게 됐으며,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작년에 연세대학교 생활 환경대학원 가족상담학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전시회 관람 진행을 맡았던 한 학부모는 전시장 도슨트로 활약하게 됐다.

의식화된 학부모를 학교의 동반자···‘선순환구조’ 만들어야

이성숙 윤중중학교 교장은 학교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학부모교육이 자체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을 운영 주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시스템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3년 과정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서울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제정한 ‘윤중중학교 학부모회 규정’에 학부모회의 활동으로 ‘학부모아카데미’와 ‘학부모독서회’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학부모교육이 학교의 교육과정으로 정착하기에는 안정적인 예산지원과 학교들의 인신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학부모교육 예산은 주로 평생교육 차원에서 지자체 또는 교육청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학부모교육이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또 다른 분야로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장의 생각이다.

“학부모교육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학부모들을 관리해야 하며 교육장소도 마련해야 하는 등 학교가 학부모교육을 운영하기 위해 적잖은 부담을 떠안는 게 사실이지만 학교들이 학부모교육을 부담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인식이나 마인드가 바뀌면 공교육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들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죠. 이러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학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입니다.”

이 교장선생님의 평소 교육철학처럼 ‘학부모가 바뀌어야 학교교육도 바뀐다’는 신념 아래 시작된 윤중중학교의 학부모교육이 잘 정착돼 다른 학교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