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에 하나씩 일해서 끝까지 쓰라.

지금 당신이 소설을 쓰고 있다면 어떻게든 결말에 도달하는 것을 절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잘 쓰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고, 생각만큼 글이 안 풀린다고 자신의 재능을 탓할 것도 없이 그저 마지막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만을 생각하라. 이런저런 고민들은 일단 초고를 완성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더 문제인 것은 초고를 쓰기도 전에 자기비판과 수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이니까 말이다. 무조건 끝까지 써라. 모든 의문을 무시한 채로.

2.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마라.

쓰고 있는 소설이 잘 안 풀릴 때면 누구나 '이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는가?' 혹은 '맞게 쓰고 있는 것일까?' 하는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다. 결국 집필은 중단되고 다시 쓰려고 했을 땐 이미 맥이 끊겨서 도무지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쉬자. 곧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겠지' 하면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본다. 그러다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 잊어버리기 전에 서둘러 메모를 해보지만,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에 접목 시키기엔 왠지 매끄럽지 않다.

그럼,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로운 소설을 쓰면 되지. 어느덧 집필 중인 소설이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채 새 소설의 플롯을 만들고 있다. 작가치고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미 결말이 난 옛 작품을 고치느라 시간을 쓰거나 앞으로 쓰게 될 소설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현재 쓰고 있는 작품에만 올인하라. 그것이 당신의 작품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유일한 길이니까.

3. 안달복달하지 마라. 침착하게, 기쁘게, 저돌적으로 일하라.

작가라면 누구나 수많은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즐기면서 써야지, 마음을 먹어보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소설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작가들에겐 쓰는 즐거움보다는 '이번 책은 잘 팔릴까?' '독자들이 좋아할까?' '담당자가 오케이 할까?' 등등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그런 문제를 끌어안고 있어봐야 당장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이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불안해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안달복달하는 바로 그 마음이 작품을 망가뜨리고, 작가를 해친다는 걸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처음에 생각한 스토리라인에 신선한 플롯을 가미하는 것뿐이다. 그러려면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확신이 있다면 그러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좀 더 자신을 믿어라.

4.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서 작업 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써라.

글을 쓸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업 앤드 다운'이다. 글이 잘 써진다고 해서 밤을 새워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쓴다거나, 안 풀린다고 해서 마냥 덮어두는 경우 둘 다 해당된다. 작업 속도도 그렇지만 감정의 기복에 따라 글을 쓰고 안 쓰고가 결정된다면 전업 작가로서의 글쓰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전업 작가의 일터는 책상이다. 당연히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야 정해진 분량을 소화할 수 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무대에서는 타인을 웃겨야 하는 개그맨처럼, 작가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안 풀리고 피곤하더라도 그날의 분량은 무조건 써야 한다. 변명은 금물이다.

5. 새로 뭘 만들지 못할 때도 일은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어느 정도 쓰고 난 후 처음부터 쓴 데까지 몇 번이고 읽어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분명 처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땐 재미있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이 점점 지루하게 여겨지고 나중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기시감을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쓴 글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처음부터 읽는 것은 당장 그만두고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를 써보라. 새로 만들지 말고 최초에 생각했던 이야기에 조금씩 살을 붙여가면서 말이다.

6.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중간까지 썼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예 다 엎어버리고 다시 쓸까, 하는 유혹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소재를 잘못 잡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라. '이 이야기를 왜 쓰는 것인가' 그 해답을 얻었다면 글의 주제가 명확한 것이다. 주제가 명확하다면 소재는 소재의 역할만 하면 된다. 나쁜 소재를 탓하지 말고 부실한 문장과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라. 그것이 좋은 이야기를 완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7. 늘 인간답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곳에 다니고, 내킨다면 술도 마셔라.

한창 작업 중일 때 책상을 벗어나긴 힘들다. 하지만 365일 내내 책상을 지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글이 안 풀릴 땐 과감하게 원고에서 손을 떼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때론 도움이 된다.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것도 좋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작가에겐 신선한 자극이 된다. 편협한 사고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세상과 어울려야 한다. 골방에 처박혀 있다고 해서 글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8. 짐수레 말이 되지 마라. 일할 때는 오직 즐거움만이 느껴져야 한다.

작가는 그야말로 '마감의 노예'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동시에 마감이 정해지지 않으면 한없이 나태해지는 모순을 경험하곤 한다. 솔직히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오히려 글이 더 잘 써지는 것도 같다. 스스로 채찍질을 할 수 없으니 마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평생 결말을 내지 못할 거란 불안감에 떨면서. 애초에 정해진 분량을 매일 마친다면 마감이란 괴물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 글쓰기 자체가 고통이 아니라, 고질적인 귀차니즘과 게으름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9. 그러고 싶다면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몰입하라. 점점 좁혀라. 거부하라.

만약 무슨 짓을 해도 귀찮음과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의미 있는 휴식을 취하라. 휴식이란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회복을 뜻하는 만큼,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글쓰기는 결국 체력전이므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충분히 쉬었다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책상에 앉아라. (단, 휴식은 하루를 넘기면 오히려 위험하다. 늘어지니까.) 괴로울지라도 막상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 어제보다 더 집중이 잘 될 것이다. 집중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점점 파고들어라. 더 이상의 게으름은 거부하라. 그것이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열쇠다.

10. 쓰고 싶은 책들을 잊어라. 지금 쓰고 있는 책만을 생각하라.

쓰고 있는 글과 쓰고 싶은 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예를 들어 시를 쓰고 싶지만 우선 팔리는 책을 써보자,라고 생각하고 자기 계발서를 쓰고 있을 수도 있다. 웹 소설이 대세니까 트렌드인 로맨스를 써보자고 마음먹은 당신이라 할지라도 순수문학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글을 써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은 지금 쓰고 있는 원고에 최선을 다하라. 그것을 성공시켜야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 또 차근차근 내공을 쌓지 않는다면 쓰고 싶은 책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보기 좋게 실패하기 십상이다. 조급한 마음이 실력을 키워주진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11.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다음에.

"하루에 몇 시간이나 글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게 몇 시간이 되었건 일단은 성실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밀린 빨래를 하느라" , "친구들이 자꾸만 불러내서', "티브이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등의 말을 서두에 비친다면 당신은 전업 작가로서 소질이 없는 게 명백하니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전업이라는 의미는 전문적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전문적으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보다 그 일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당연히 작가는 글을 쓰는 게 먼저여야 하고, 다른 모든 일들은 그다음으로 미뤄둬야 한다. 적어도 그러는 편이 작가로서 후회 없는 선택이 될 테니까.

글. 제리안

*위 글은 제리안 작가가 위키트리에 연재한 칼럼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재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