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핀란드와 함께 전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공부시간에서는 핀란드의 3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또한 전국의 성적 상위 0.1%에 해당하는 고등학생의 공부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니,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에서 보통 중위권 학생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공부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학생은 핀란드 학생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보통의 학생은 상위 0.1% 학생의 반의 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습효율성 비교한 지표로 보면 OECD국가들 중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부에서 효율은 효과와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심히 장시간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효율적으로 공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핀란드 학생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은 효과는 좋지만 효율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적당히 잘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이제 어떻게 하는 공부가 ‘적당히 잘하는 공부’인지 소상히 밝혀야할 차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부모와 함께 전 세계인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세계 최장 시간의 학습량과 뜨거운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한국의 이러한 공부의 역사는 결국 학생들의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식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경쟁으로 내몰아 왔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아는 것이 힘’인 시대를 살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최근 10여 년간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지식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생각이 지배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단다. 디지털과 스마트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먹거리는 ‘지식’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것이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다.

‘Think different ... 남다른 생각’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그는 이 시대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머릿속에 쌓여있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남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등... 이제 이 세상은 ‘남다른 생각’들이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제 ‘지식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생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지식·정보 사회’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면, 이제는 ‘생각·창의 사회’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하면 먼저 유대인을 떠올린다. 지구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3%, 하버드대 학생의 30%, 세계 500대 기업 CEO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보다 뛰어나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교육’하는데 있다고 한다.

“아이의 배움을 당신이 아는 배움의 범위에 한정 짓지 말라. 아이는 당신과는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했던 인도 시인 타고르가 말하는 교육이다. 기존에 익숙한 것과 ‘다름’이 ‘잘못’이 아니고, 남의 생각과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다름’이 ‘창의’와 ‘창조’의 시작임을 새겨 주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기도 하다. 지난 세대와는 다른 세상에 살 학생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과거에 배우고 살아온 방식대로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

이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생각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인재’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다. 다시 스티브 잡스의 말을 떠올린다. ‘Think different’. 유대인의 지혜이고, 타고르의 가르침이다. ‘남과 다른 생각’, ‘남다른 생각’으로부터 발현되는 상상력과 사고력, 창의력이 우리 시대 학생들의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우리 학생들이 머릿속에 숙달과 암기로 기술과 지식을 쌓고 있다 한들, 정작 미래 먹거리를 담을 그릇이 비어있다면 그야 말로 우리 학생들의 미래는 끔찍해질 것이다.이제 지식쌓기 중심의 교육에서 생각열기 중심의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시중에 널려있는 공부법에 관한 책이나 TV 프로그램의 제목을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전교 1등, 상위 0.1%, 상위 1%’좀 더 양보해서 ‘상위 10%’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전교 1등을 제외한 모두, 나머지 99.9%, 99%, 90%’는 그저 엑스트라일 뿐이다. 그리고 그 ‘공신(工神) 따라 하기’가 결국은 최고의 공부법이라고 설득한다. 그래서 그들의 ‘열심히 잘하는 공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당히 잘하는 공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처음에 제기한 ‘적당히 잘하는 공부’에 대해서 분명히 답할 차례다. 먼저 부모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적당히 잘하도록 도와주고, 적당히 잘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게다가 적당히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면 더욱더 잘한다. 하지만 적당히 잘해도 그것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적당히 해도 잘하는데 열심히 하면 훨씬 더 잘할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부모는 적당히 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자신의 욕망을 불태운다. 바로 그것이 내 아들딸의 마음을 짓밟는 첫 발이 된다는 것을 모른 체 말이다.

사실 잠시만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면 그 결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 동안 자녀들은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왔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인내를 총동원해서 적당히 잘해 왔다. 아이들의 마음은 항아리와 같다.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담아보려고 노력해 가득 담은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꾹꾹 눌러서 더 담으라고 강요하면 그 항아리는 깨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스스로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고 마음까지 크게 다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 왔을 것이다. 이제 왜 공부는 적당히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편하려면 적당히 한 결과가 ‘잘’되어야 한다. 따라서 ‘적당히’ 하는 공부가 ‘잘하는’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비법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이제부터 바로 그 비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적당히 잘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고 선언하는 순간 빗발치는 반문에 명시적으로 답할 수 있는 대안이 급선무였다.그래서 한동안 생각을 생각하고 연결하고 몰입하면서 얻은 ‘유레카’가 바로 ‘생각공부’이다. 먼저 우리가 익히 알만한 성현들의 ‘공부론’부터 꼼꼼히 살폈다. 역시 ‘생각공부’가 옳았다.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에서 밝혀진 ‘학습과학’에 대한 연구성과들도 모조리 다시 뒤졌다. 다행이 수 년에 걸쳐 공부하고 연구해온 터라 수월하게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생각공부’였다.

‘생각공부’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순간, 그것이 공허한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어야 했다. 솔직하게 밝히자면, 그 방법론을 하나씩 구체화하게 된 것은 고3 아들의 공부를 직접 봐주면서 시작되었다. 고3을 시작하는 3월초부터 다니던 네댓 군데 학원을 모두 끊고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다.

학력고사를 본지가 30년이 넘은 데다 학생들은 가르쳐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처음에는 너무 무모하고 무책임한 게 아닌가도 생각했지만, ‘적당히 잘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아들놈의 절실함을 알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 자식이기에 가능한 용기가 아니었나 싶다. 서너달에 걸쳐 오로지 아들놈을 가르치기 위해 온힘을 쏟아 ‘생각공부법’을 고안하여 직접 적용해 보면서 이 책의 초고가 완성되었다.

이제 아들놈만이 아니라 공부 때문에 고통받는 숱한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부법이 필요했다.몇 달간 정리된 ‘생각공부법’ 초고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능 기출문제부터 풀어보는 순간, 과거 학력고사 세대로서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수능 문제는 ‘생각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제서야 아들놈을 포함해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교 수업에서도 그렇고 특히 사교육에서 ‘지식쌓기’ 공부만 배웠는데, 정작 수능에서는 ‘생각열기’ 공부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아무리 지식을 쌓은 들, 자신의 현실적인 공부의 목표인 수능에서는 별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수능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공부가 아니라 ‘열심히 생각하는’ 공부가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십여 년을 넘게 지식공부에만 매달려 왔기에 하루아침에 ‘생각공부’로 바꾸는 것은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적당히 잘하는 진짜 공부는 생각공부’임을 분명히 밝힌다. 생각공부는 자기 머릿속의 ‘생각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하자마자 생각발전소가 점화되어 시동이 걸리고, ‘생각을 연결’하면서 생각발전소가 힘차게 작동하며, ‘생각에 몰입’하는 순간 생각발전소에서 ‘진짜 생각’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뇌에 들어온 정보는 그저 잠깐의 기억으로 머무는 약한 전기적 자극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공부에 생각을 생각하여 감정을 실고, 생각을 연결하여 손때를 묻히고, 생각에 몰입하여 매듭을 지으면 생각발전소에서 강력한 전기로 증폭하여 ‘뿌리 깊은 지식’을 심는다. 이것이 바로 ‘생각 공부법’이다.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공부가 그러했고, 퇴계과 율곡, 다산의 공부가 그러했으며,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의 공부도 그러했다. 최근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에서 밝혀진 학습과학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 생각을 연결하는 스키마 그리고 생각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생각공부’의 요체임을 하나씩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PSAT(공직적격성시험)에 도전하는 대학생들도 지금까지 해왔던 잘못된 공부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어! 내가 알고 있는 공부법하고는 다르네?’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당장 바꾸라고 한다.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나 바꾸면 손해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힌다. 그리고 자신의 먼 장래는 차지하더라도 코 앞의 시험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용기 있게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때 ‘적당히 잘하는 공부’로 ‘남다른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