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주소영 고려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생

국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교육의 중심적 기능의 하나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인재를 찾아서 잘 길러야 한다. 그러한 인재의 육성은 국가를 위해서만 아니라 지구촌의 번영과 평화와 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인재의 발굴과 양성을 위한 제도적 구조와 기능은 그 자체로서 교육의 기회를 창출해 분배하기도 한다. 그러한 교육의 기회를 정의롭게 분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적 구조와 정책적 방향, 사회적 환경은 어떠한지 검토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신현석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와 주소영 고려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생이 제안한 내용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예술고등학교의 역사와 특징

예술고등학교(이하 ‘예술고’)는 1992년 이래 특수목적 고등학교(이하 ‘특목고’)로 지정되어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등 예술실기분야 전문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다’(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0조).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고는 서울에 소재한 서울예술고등학교로 전쟁 중인 1953년 부산에서 개교하였다. 이후 1955년 국립국악고등학교가 개교하였고,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29개의 국·공·사립 예술고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1950년대 초창기의 예술고는 일반계고와 실업계고로 나뉘어져 있던 교육법에 따라 일반고의 범주에 속하여 일반고와 같은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였다. 즉,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따르면서 예술 영재들을 선발하여 교육하기 위하여 심화된 예술전공과목을 포함하여 교육하였다.

1970년대에는 학교의 설립 취지상 학생선발의 자율권이 주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학교를 특목고로 지정하였는데, 예술계고등학교는 체육계고등학교와 함께 특목고로 지정되었다. 이때의 특목고로서 예술고는 지금의 특목고 개념과는 다르게 예술교육을 하는 특수한 학교로서 최초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과정은 예술고만의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였고, 일반계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르며 부수적으로 예술전공교육을 보충하면서 운영해나갔다. 비록 일반계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랐지만 개교 후 최초로 예술교육의 특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1980년 7·30 교육개혁방안에 따라 예술고는 개교 때부터 함께한 일반고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예술고만을 위한 최초의 교육과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술계 고등학교는 1992년 특목고로 분류되기까지 여전히 일반계 고등학교의 특수지 고등학교로 분류되었다.

<전국 예술계 고등학교 현황, 2013년 3월 기준>

실질적인 특목고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된 예술고

1995년 5·31 교육개혁방안에 따라 예·체능 고등학교는 학교별 필기시험 전형을 폐지하고 교육과정 체제를 별도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예술고는 예·체능교육의 특성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예술고는 비로소 일반고의 교육과정 운영 틀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과학영재 교육을 명분으로 한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와 고교평준화제도의 개선안에 따른 어학영재 교육을 명분으로 한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국어고’)가 생기면서 기존에 존재했던 예·체능 고등학교는 과학고, 외국어고와 함께 특목고로 분리되어 운영하게 되었다.

본래 특목고는 예술과 체육에 재능과 소질이 뛰어나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예·체능으로 정하여 전공에 따른 교육을 받고 그 전공을 살려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특수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의미하는 특목고는 점점 진학의 수월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와 같이 예술고는 과학고, 외국어고와 차이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특목고의 유형으로 묶여 이질적인 학교들이 같은 방향으로 운영되는 모순이 빚어지게 되었다. 과학고, 외국어고와 함께 특목고로 지정된 이후에 전체 예술고 중 과반 수 이상이 새로 신설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수성을 인정받고 특목고로 지정되었던 1970년대와 달리 과학고, 외국어고와 같이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예술고로의 변질을 가속화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사립)예술고등학교와 일반고의 비교>

2003년도부터 수도권 및 광역시 이외의 지역에 소재하는 사립학교 중 여건을 갖춘 희망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게 되었다. 자율학교로 지정된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 교원자격, 교육과정 운영, 수업료 책정 등에 있어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였다.

자율학교의 대부분은 예체능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농어촌학교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율권을 부여하여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지정된 학교들이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면 학생을 전국단위로 선발할 수 있고 필기시험을 제외한 다양한 전형방법을 사용하여 선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육과정은 국민공통기본과목 외에는 학교자율로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으며, 교장공모와 산학겸임교사 임용에 있어서도 유연한 운영을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일부 예술고는 특목고이면서 자율학교의 범주에 들게 되었다.

예술의 조기전문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예술고는 현재 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악, 미술, 무용과를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그 외에 방송연예과, 문예창작과, 만화창작과, 연극영화과 등이 포함되어 있는 학교가 있으며, 국악과는 2개의 국악고등학교와 광주예고, 전주예고 등에 개설되어 있다.

입학전형은 내신과 실기, 면접을 통해서 학생들을 선발한다. 예술고의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필수단위 72단위와 선택과목이수 28단위, 전문교과 80단위로 이루어진다.

예술고등학교의 현황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29개의 예술고가 운영되고 있다. 예술고는 전문 예술인을 육성하기 위하여 음악, 미술, 무용, 연극영화, 국악, 문예창작, 만화창작, 방송연예, 사진, 애니메이션 등의 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평균 약 6500여명의 예술교육을 받은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으며, 국제콩쿨이나 국제전람회 등에서 문화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예술고를 졸업한 인재들은 우리나라 예술 발전에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예술고등학교 인재양성의 문제점

예술고는 예비 예술인 양성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과학고와 외국어고에 밀려 특수목적고의 학교 유형 속에서 아직도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고는 아직 학교의 존립 위상에 걸맞는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고의 교육 역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기존의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서 잠재력과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재양성의 문제점은 문화예술의 위상 제고와 직결되는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이다. 예술고의 인재양성이 당면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교과과정 운영의 부과 때문에 예술고 교육의 부담과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현재 예술고 학생들의 교과에 대한 부담은 미술, 음악, 무용 등 전공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예술가 양성을 목표로 하지만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대학교의 입시전형에 따라 예술교육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언어, 수학, 영어, 사회탐구 영역의 수능성적을 성취하기 위해 학생들은 전공실기외에 일반고 학생들과 같은 조건의 수능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예술고 학생들이 학업에만 열중하고 있는 일반고 학생들과 같은 조건으로 수능 등급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교육과정의 많은 부분이 전공실기에 할애되기 때문이다. 학업부담은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 전공이 정해져 있는 특수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일반교육과 전공교육을 병행하는 것은 학생들을 이중고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실기의 질적향상과 예술인 양성의 핵심 커리큘럼에 대한 분배와 평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범주적 오류’에 해당되는 교육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의 지속은 특목고의 운영 목적에도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15학년도 분기별 서울소재 사립 예술고의 등록금 보조 현황>

둘째, 예술고와 그 학생들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이미지의 고착화 문제이다.

사회 통념상 예술은 투자 대비 산출 효과가 미미하기에, 귀족적이고 선민적인 활동이라는 의식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이러한 의식은 예술고 교육 및 학생에 대한 이미지로 막연히 투영되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엄연히 분리되어야 할 예술의 이미지와 예술을 배우는 학생간의 이미지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것은 교육 수혜자인 학생과 예술고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고 학생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여건과 무관하게 진정으로 예술을 하고 싶어서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등록금 조달과 전공 실기 연마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 예술고의 등록금 보조 사항을 예로든 <표 4>에서 보듯이 학자금 보조를 받는 학
생들의 수가 적지 않다.

학교와 재단에서는 이러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교내외 장학금 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의 소외감과 위축감은 상대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계무대 진출을 제약하는 제도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예술고에 다니는 재학생들의 목표는 상급학교로의 진학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무대와 동시에 세계무대에 서기 위해서 학생들은 실력을 연마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인교육 위주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전문 예술인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특목고에 속해 있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는 규정 때문에 학생들은 출석 일수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출석 미달로 제적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우수한 인재들이 예술고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고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위해 조기유학을 선택하여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예술고등학교의 경우, 2014, 2015년 두 해 동안 45명의 학생이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조기 유학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넷째, 매년 평균 약 6500여 명의 예술고 졸업생들이 대학졸업 후 국내에서 그들의 기량을 펼칠 무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통 예술전문교육을 받은 예술고 졸업생들은 막상 대학을 졸업한 후에 그들의 꿈을 펼칠 마땅한 직업을 찾기 쉽지 않다. 인정받은 전문연주자나 대학 교수가 되지 않는 한 대부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예술을 포기하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된다.

청소년기부터 투자한 시간과 교육비용은 물론이고 그들의 재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예술인의 사회적 수용 한계는 예술교육의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예술고등학교 인재양성의 발전과제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특목고로서 예술고가 전문예술인 양성이라는 당초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기된 네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발전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예술과 학업을 병행하는 예술고 학생들을 위한 전문교과의 예체능 탐구영역이 수능과목에 반영되어 예술고의 특수성을 대학입시에서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술적 표현은 독창성과 기술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한 예술인의 예술적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범주적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예술고 학생들을 평가할 새로운 기준을 확립·시행하여야 한다. 현행 예술고 교육체제는 사교육 의존의 심화에 따른 폐해와 전문교과의 질 저하를 막기 힘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고 학생들과 부모에게 전가되고 있다.

일반교과와 전문교과로 구분되어 교육되는 교과과정과 무관하게 일반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수능시험을 치르고 평가받는 현행 대입체제는 불합리하고 자기모순적인 체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교육과 실기 전문교육의 병행으로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예술 전공교육에 더욱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를 개편·보완해야 한다.

둘째, 사회·경제적으로 예술고에 덧씌워진 편견적 이미지를 탈피하여 더욱 발전된 예술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예술고로 진학하는 예비 예술인들을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학교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장학금과 실기비용 면제 등의 방법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어려운 학생들을 모두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사립예술학교의 경우 귀족학교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교육청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에 예술 문화의 저변 확대라는 범국가적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예술교육 환경 개선과 질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셋째, 세계적으로 진출하려는 예술고 학생들을 위한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의 예술고는 특목고로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국내 대학 진학과 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찍이 세계무대에 데뷔하기 위하여 유학하는 학생들에게는 학교 출석과 교과과정 이수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고 엄격하여 고등학교 졸업의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예술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예술학도들은 국내의 현실적인 교육환경 여건이 맞지 않아 조기유학을 선택하게 되므로 유학반을 신설하여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부수적인 특목고에 속하는 것이 아닌 예술고만의 세분화되고 융통성 있는 독립적인 학교 유형분류와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학교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넷째, 예술고 졸업생들이 그들의 특성을 살려 사회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사회의 문화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점점 부각되는 사회에 살고 있고, 문화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예술교육은 조기에 시작하고 있고, 그만큼 인생에 있어 예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기부터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받은 예술고 학생들은 예술을 업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보고 졸업생들을 위한 사회적인 활동무대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예술인들이 그들의 전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직업과 생계유지가 보장되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 및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조기 교육을 통하여 예술적 재능을 신장시킨 많은 영재들이 유수한 대학에 진학하여 최고 연주자 과정이나 학위를 얻고도 국내에 돌아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한국 예술 문화 발전을 위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의 대중화와 함께 전문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우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