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증가하는 독일 유학, 대학순위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엔진실험실 모습>

문경애 독일교육원장

미국의 한국 유학생이 점차 줄어드는데 반해 독일의 한국 유학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다면 영어권이 아니면서도 이처럼 꾸준히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증가를 주도하는 학과는 전통적으로 강세인 음악예술학과이다. 한국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비가 거의 무료이고 환율 바람을 타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그밖에 학생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언어 능력만 되면 입학이 어렵지 않으며 체류 허가가 쉽게 나오는 것 등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대학 입학을 위해 갖춰야 할 자격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혹은 검정고시로 졸업자격을 획득한 후 수능 성적표상 각 영역별 1~4.4등급 이내, 혹은 총점 62%이내의 점수를 갖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독일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학 입학 예비 과정인 슈투디엔콜레그(Studienkolleg) 과정에 등록하여 독일대학의 입학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슈투디엔콜레그에서는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에 따라 특정 과정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학을 공부하고자 할 경우엔 생물·화학·물리가 들어 있는 과정을 선택하여 이수하면 된다. 보통 1년 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하면 선택했던 과정에 상응하는 학업을 독일 내 어느 대학에서나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4년제 학과를 졸업하여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면 독일 대학의 모든 학과에 학부과정으로 지원을 할 수있다. 다만 학점을 인정받으려면 일정한 조건, 즉 대학입학자격조건(Hochschulzugangsberechtigung:HZB)을 충족해야 한다. 희망대학이 요구하는 서류들을 제출하면 한국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아 2~3학기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독일대학마다 각각 다른 입학자격에 어떤 과목이 해당하는지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www.anabin.de)를 활용해보면 좋다. 그 밖의 지원 자격에 대해서는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 웹사이트(http://www.daad.or.kr/ko/28646/index.html)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자격 외에 중요한 것이 어학 능력이다. 특정 과나 사립대학들에서 영어로 수업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고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독일어 구사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의대·치대·약대 및 기타 인기 학과들의 경우 대부분 입학정원제한학과(독일어로 NC학과 혹은 Zulassungsbeschränkung학과)이기 때문에 성적 및 지원 동기서(Motivationsschreiben) 등이 대학 입학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과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학 능력이다.

자격시험은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DSH)과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시험(TestDaF) 두 가지가 있다. TestDaf 시험은 세계 90여 국가에서 치를 수 있지만, DSH 시험은 독일 내에서만 치를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어 구사 능력을 증명하지 않고 이수할 수 있는 과정도 있다. 독일 대학에서 1~2학기만 등록하여 학업을 원하는 경우 예외로 독일어 능력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학별로 담당 부서에 문의해야 한다.

알파벳부터 시작을 해서 독일 대학 입학에 필요한 어학 성적을 갖추는데(일반적인 기준인 DSH-2 혹은 TestDaF TDN-4 단계를 기준으로)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1년 6개월 내외가 걸린다. 어학 성적을 취득한 후 대학에 지원하는 기간까지 감안했을 때 유학 준비 기간은 보통 2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비용 단축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기초문법 등을 익히고 난 후에 독일에 와서 듣고 말하기 학습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언어능력은 단순히 입학의 전제조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학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고서를 쓰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어학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독일어 문제로 인해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혹은 전공을 바꾸는 사례가 생각보다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대학 입학을 위한 방법을 찾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하게 독일어 공부 및 유학 준비를 한 후에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좋겠다.

<독일 라인발 대학 전경>

대학을 결정하는 다양한 변수

독일 대학에서 학업을 원하는 경우에는 대학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독일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구분할 수 있고, 다시 종합대학(Universität), 특수대학(Universität, Hochschule), 교육대학(Pädagogische Hochschule), 공업대학(TechnischeUniversität, Technische Hochschule), 예술대학(Kunsthochschule), 음악대학(Musikhochschule), 체육대학( Sp o r t u n ive rsit ä t ) , 행정대학(Hochschule/ Universität für Verwaltungswissenschaft), 경찰대학(Hochschule der Polizei), 국방대학(Universität der Bundeswehr), 신학대학(Theologische Hochschule) 및 응용과학 전문대학( Fachhochschule)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종합대학(Universität)과 단과대학(Hochschule)의 차이가 한국에서와 같지 않음도 유의하길 바란다.

대학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전공, 도시의 평균 생활비, 도시의 자연 환경 및 생활 환경, 대학 순위 및 개인적 변수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건결국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나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대학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간혹 학생들이 평가하여 매긴 대학순위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는 하나한국에서와 같은 서열의 의미가 아니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다만 대학순위가 높다는 것은 교육환경이나 교육수준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이 동일한 상태에서 복수의 입학 허가를 받았다면 좀 더 순위가 높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는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유학을 생각할때 이미 이수과정을 정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현재가 아닌 몇 년 후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일 대학 이수 과정에는 바첼러(Bachelor), 마스터(Master), 박사(Promotion) 과정이 있다.

바첼러 과정은 6학기이나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 한 전공에 국한되지만, 복수 전공이나 전공에 부전공을 조합할 수도 있다. 졸업 후 주어지는 학위는 Bachelor of Arts(B.A.), Bachelor of Science(B.Sc.), Bachelor of Engineering(B.Eng.) 등이 있다. 이 과정을 마친 후에는 주로 직업 활동을 하게 된다.

바첼러 과정 후 혹은 몇 년 간 직업 생활을 한 후, 학업을 계속하려면 2~4학기가 소요되는 마스터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바첼러 과정을 더 심화하거나 일정 분야를 정해 특성화 하려는 목적으로 마스터 과정을 주로 이용한다.

나아가 유사한 전공이나 특별한 전문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과정, 예를 들어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 과정을 택할 수도 있다. 독일 대학에는 1만 5000개가 넘는 바첼러, 마스터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과정을 마친 후 직업 활동이나 대학에 머물러 박사과정을 할 수 있다.

박사과정은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으로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는 학문 연구 작업, 즉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게 되며, 전통적인 일반 박사학위 과정과 구조 박사학위 과정으로 나뉜다. 일반 박사학위 과정은 한 학부에서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학위를 받는 경우이다.

반면 구조 박사학위 과정은 대부분 3년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정해진 교과목이 있고, 대개 여러 교수가 학위 지도를 한다.

참고로 의학·치의학·수의학·법학·약학·생화학·교직 등은 국가고시를 거쳐 학업을 마치는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학업은 대학에서 하지만 졸업시험으로 국가고시를 거쳐야 하는데, 1차 시험으로 과정을 끝낼 수도 있고, 실습(또는 연수) 및 2차 국가고시를 마친 후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외국 학생도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지만,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 과정을 고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링크(http://studiengaenge.zeit.de/sit)들을 찾아 어떤 이수 과정이 나에게 적합할지를 점검해볼 수도 있다.

입학 지원 시 고려할 사항

독일 대학의 한 과정에 지원하려면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여름학기는 1월 15일까지, 겨울학기는 7월 15일까지 지원해야 한다. 외국 학생의 경우 지원 마감일이 대학별로 다를 수 있으니, 원하는 대학에 문의해야 한다.

독일 모든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제한하는 과정(Numerus Clausus, 약어로 NC)으로 의학·약학·수의학·치의학 등이 있다. 그 외 대학별로 입학허가를 제한하는 과정도 있는데, 학기마다 지원상태에 따라 해당 과정과 입학 기준도 변한다.

성적은 물론 지원동기·면접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선발기준으로 작용하지만, 대학과 전공 과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 해당 대학의 안내를 직접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학제한이 있는 과정에 지원하는 경우 유용한 팁을 알려드리자면

첫째, 여러 대학에 동시에 지원할 것

둘째, 큰 도시나 전통 있는 대학도시는 피할 것

셋째, 평균 성적이 가장 큰 역할을하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니기 때문에 지원하는 과정과 관련된 개별 과목의 성적이나 적성 검사 성적에도 유의할 것

넷째, 이미 선발된 지원자가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에 추첨을 통해 다른 지원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일정 등과 관련하여 대학에 직접 문의할 것

다섯째, 여름학기에 지원할 것 등이다.

대부분의 과정은 겨울학기에 입학하지만, 전체 바첼러 과정의 약 25% 정도까지 여름학기에도 지원할 수 있고, 선발기준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대학에서 한 과정을 이수하려는 결정을 한 후 가장 먼저 문의해야 할 곳은 각 대학의 담당부서인데, Akademisches Auslandamt 혹은 International Office이다. 최근에는 개별 대학이 아니라 여러 대학들이 선택해 사용하는 온라인프로그램(campus management system)이 개설되어 외국인 학생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등록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지원 절차와 제출 서류 등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지원하려는 대학에 반드시 문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겨울학기에 입학하는 경우 5월 초에 지원 절차가 시작되어 보통 7월 15일에 마감한다. 여름학기는 12월 초에 시작하여 1월 15일까지다. 입학허가 통보는 대개 8월~9월 혹은 2월~3월에 송부한다. 입학이 거절된 경우는 보통 이보다 나중에 통보를 보낸다.

사립대학의 경우는 지원 기간이 다를 수 있다. 입학허가를 받은 사람은 해당 대학에 등록(Immatrikulation)해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고,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도 있고, 우편이나 메일로 등록할 수도 있다.

체류 허가는 어떻게?

독일은 적어도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비자 발급이 까다롭지 않다. 예전에는 주한독일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제외하고는 독일에 입국하여 거주지 등록 후, 그 지역 외국인 관청에 비자를 신청한다.

이미 독일 대학 입학허가나 예비 입학 과정 허가를 받은 사람은 학생비자(Studentenvisum)를 신청하고, 입학허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사람은 학업 지원자 비자(Studienvorbereitungsvisum)를 신청해야 한다. 입학 자격이 안 되는 학생은 최대 9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한 어학 비자를 받아 입학 자격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비자 발급 신청 요건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재정 증명이다. 일반적으로는 입·출금 불가 계좌(Sperrkonto) 개설로 재정증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 약 1만 유로 정도에 해당되는 돈(독일 정부에서 규정한 1년 최소 생활비)이 계좌에 들어 있어야 한다.

1년 생활비를 한 번에 마련할 수 있고 어학원 혹은 학교 입학·재학 신청서만 있으면 비자 신청과 관련하여 큰 문제는 없다. 학생비자는 최대 총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다만 입학정원이 제한된 과정의 경우 중간시험 등의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10년 미만에서도 비자 연장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비자 기간은 대부분 최대 2년까지이나 도시 및 담당 공무원에 따라 자율성이 큰 부분이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어도 비자를 받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발로 뛰어 획득한 정보가 정확하다

독일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이 융통성 있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인의 경험이나 인터넷상의 정보들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일선 창구 담당자의 권한과 신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인 정보에 의하면 부족할 수 있지만, 직접 부딪혀 상황을 설명하면 의외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더욱이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추어 시스템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되 직접 부딪혀 보는 적극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한 가지 더 당부 드리자면 유학을 생각할 때는 입학만이 아닌 졸업과 졸업 후의 진로를 함께 생각해 보면서 추진할 것을 권한다.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많은 변수가 작용되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