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대중문화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대담] 대중문화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08.1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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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전 문화부 장관) •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전 교육부 장관)

우리가 만든 노래와 드라마, 영화 등이 전 세계의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 국가의 산업이나 과학, 예술이 발전하려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최우선이다. 대중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류 열풍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는 그동안 학교교육에서 다소 소외돼 온 감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대중문화의 적극적 소비자로서 살아가고 있는데, 학교는 대중문화를 학교교육의 경계 바깥 지역에 두고 오히려 학생들을 대중문화로부터 격리시키는 역할을 해온 감도 없지 않다. 국위를 선양하고, 국력의 지표를 높여온 한류열풍의 지속을 위해서는 우리의 대중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하고, 이 분야의 인재양성에도 국가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 에듀인뉴스는 대중문화와 학교교육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 학교 교육이 맡아야 역할이 무엇인지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정리 서혜정 기자 <편집자 주>

한류의 힘, 대중문화의 홍수 시대

이돈희) 한류 등의 영향으로 대중문화가 다양해지고 국위 선양, 경제와도 관련되어 대중문화가 중요한 국가적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전반적으로 어떤 추세에 있나요?

김명곤) 대중문화의 장르가 너무 광범위하지만 제가 주로 활동했던 연극, 영화 쪽을 본다면70~80년까지만 해도 연극은 순수예술, 영화나 TV는 상업 또는 대중예술 이렇게 이분적 구분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당시 연극하는 사람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순수예술을버리고 상업적으로 타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70년대에서~80년대까지 영화배우와 연극배우는 서로 교류가 없었습니다. 제가 신인배우 시절 연극을 하다가 영화를 처음하게 되었을때 그 당시에 영화배우 한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영화계에서 외롭게 일하면서 ‘대체 영화가무엇일까’, ‘영화는 과연 상업적이고 대중문화에 불과할 뿐 예술성은 없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공부해보니 연극을 기반으로 출발한 매우 중요한 예술 장르더군요. 당시에는 또 “영화배우가 TV에 출연하면 저질”이라는 얘기도 있었어요. 연극이 가장 고급스럽고, 그다음이 영화, 그리고 TV 순으로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구분이 없어진 게 90년대입니다.

연극배우들이 대거 영화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계 판도가 바뀌었어요. 영화가 후시녹음을 하다가 동시녹음으로 가면서 기본적으로 대사 훈련이 된 배우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극배우가 영화계에 대거 들어가게 되었죠. 지금은 거의 모든 연극배우들이 영화계를 장악하고 있지요. 그 배우들이 TV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지금은 연극, 영화, TV라는 장르의 구분이 무너져버렸어요.

근래에 와서는 오히려 영화에서 예술적인 작품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연극계에는 마치 영화를 하지 못하는 사람만 남아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소위 대중예술이라고 말하는 장르들이 순수 고급예술 장르를 압도하고,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일어났어요.

비단 연극, 영화뿐 아니라 음악 등 모든 장르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K-pop의 인기로 클래식이나 순수가곡, 혹은 국악을 하는 사람들도 대중음악과 연결해서 새롭게 뭔가 하려 하고 있고요. 전반적으로 2000년대 들어와서 대중문화의 영향력, 예술적 잠재력이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이돈희)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무대에 진출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이런 흐름이 생겼고, 어떤 특징 때문에 이렇게 성장한 것으로 보시나요?

김명곤) 대중문화가 2000년대에 들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순수 예술계에 있던창작 인재들이 영화나 TV, 그리고 대중음악계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중음악계에서는70~80년대를 겪은 김광석, 안치완, 김민기 등의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했죠. 일종의 거대한 문화운동 속에서 영향을 받아왔던 젊은 예술가들이 대중문화계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영화 쪽에서는 소위 충무로 영화로 일컬어졌던 상업영화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새로운 물결, 뉴웨이브라고 할 수 있죠. 그 당시 상업성보다는 작품성을 앞세운 영화들이 침체 위기에 있던 한국 영화계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감독, 시나리오 작가, 기획자들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계가 엄청나게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방송이나 드라마 쪽에서도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나 PD들이 활약하면서 세대교체가 완전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의 젊은 감각과 가치관을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변화되고 발전하다 보니 영화나 영상 매체에 대한 지적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고, 거기에 담고 있는 메시지나 주제들도 과거에 다루지 않았던 걸 다루게 되었죠.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나 액션, 오락적인 작품들이라 해도 고급스럽게 포장할 줄 아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야, 다르다, 정말 재밌게 잘 만들었다!” 하고 새롭게 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외국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자기 나라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고 흥미진진하니까 빨려드는 거죠. 상업적인 광고를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대중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돈희) 오래전 얘깁니다만 〈겨울 연가〉를 안 보다가 일본 사람들이 하도 좋아한다기에 저도 뒤늦게 봤어요. 요즈음에는 〈태양의 후예〉가 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면서요? 〈대장금〉이나 〈주몽〉 등 우리나라 드라마가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명곤) 〈주몽〉이나 〈대장금〉, 그리고 최근의 〈태양의 후예〉까지 한국 드라마의 장르도 너무 다양해졌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고 스토리도 탄탄해졌어요. 스토리텔링 능력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림을 만드는 연출력도 매우 뛰어나고요. 〈겨울 연가〉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고, 〈대장금〉은 이란에서 96%라는 시청률이 나왔어요. 대단하죠.

중동 등 이슬람 국가에는 사극이 없다고 합니다. 페르시아 제국 시기에 있었던 이야기는 드라마로 못 만든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극을 너무 흥미진진하게 보는 거죠.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는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 공감을 주는 요소가 충분히 있으므로 받아들여지는 거로 생각합니다.

영화 쪽에서도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상을 받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감독 연출력도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게 되었죠. 아까 말했듯이 70~80년대에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제대로 받은 세대들로 교체가 되면서 이런 흐름이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중문화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은?

이돈희) 70~80년대에 대학에서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받은 세대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급격히 발전한 것 같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오늘날의 대중문화 부흥이 결코 하루아침에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간 중고등학교 교육은 소위 고급문화 중심이었지 대중문화는 관심 밖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이나 미술은 정기 교과로 있었는데 연극은 교과로 택하지도 않고 특별활동시간에나 하는 정도였잖습니까?

김명곤) 제가 연극인 출신이고 연극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교과 과정으로 만들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미술, 음악, 체육은 커리큘럼이나 지도 체계가 명확하고 교재도 잘 되어 있는데, 연극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망칠 수도 있어요.

연극은 자기 내면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남과 소통하면서 하나의 극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일종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데, 서로 공동 작업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연극 교육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런 저런 지도 교재들을 꾸준히 개발했다면 훌륭한 과목이 됐을 텐데 그냥 작품 만들어서 공연하는 동아리 활동 정도로 하다 보니 아이들의 참여도도 떨어지고 교육적인 부분으로서도 부족함이 있었죠.

그리고 서양에서는 예술교육, 연극교육, 무용교육이 특화되어있고, 교육 전문가와 현장에서 창작하는 전문가가 분리되어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창작과 교육이 서로 혼란스럽게 엉켜있습니다.

예를 들면 배우로서는 훌륭한 능력을 갖췄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하면 잘못 가르칠 수도 있고, 배우로는 성공 못해도 아이들 가르치기엔 누구보다 훌륭한 교사가 될 수도 있거든요. 피아노도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과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사범대학, 교육대학의 교수 선정이나 커리큘럼에서부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돈희) 연극 자체를 교육의 장에 특별활동 정도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이 일정 기간을 연극 교육이나 학습의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김명곤) 그렇죠. 영어 교육을 하면서도 영어 연극이나 영어 뮤지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연극의 기본은 말하기와 듣기이기 때문에 우리말을 어떻게 잘 알고 표현하느냐가 중요하고 배우들이 훈련하는 과정에도 우리말 공부가 중요하게 들어갑니다.

자기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양을 잘 쌓게 하는 것이 연극 교육이지 셰익스피어를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고 박수받는 게 우선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돈희) 제가 민족사관고 교장으로 있을 때 여름 학기에 영어 캠프를 통해 영어 배우는 프로그램을 했어요. 영어로 토론하고 영어로 연극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 시도했는데,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김명곤) 문학도 예술 교육과 곁들여져야 문학의 생생한 맛이 살아나지 않습니까? 고전문학의 경우 선생님이 시조를 불러가면서 가르칠 때와 글자로만 읽고 외우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르죠. 죽어있는 문자로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생생하고 살아있는 예술 교육이 어우러져서 국어시간이 음악시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시간이 문학시간이 되기도 하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개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연극, 국악, 무용에서 확대하여 애니메이션, 만화, 서예 이런 과목들을 추가한다고 합니다. 이 현상은 대중문화를 방과후수업으로 시도하는 건데요, 여기에 게임도 들어갈 수 있고 영화도 들어갈 수 있고 뮤지컬, K-pop도 들어갈 수 있죠. 소위 산업적인 예술들, 이런 것들이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많은 분야죠. 이렇게 대중문화 교육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돈희)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하고 기획하는 문화 종사자들이 역설적으로 학교 제도 하에서 키워졌으면 그렇게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학교 틀에다가 넣어놨으면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가 안 되고 위축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김명곤) 대중문화 교육의 초점은 창조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대중문화의 창조 욕망보다는 대중문화가 가진 허상, 유명세, 돈, 인기 등 상업적 허상에 매료됩니다. 학교교육에서도 그 부분을 많이 경계를 해야겠죠. 대중문화의 본질은 창조에 있습니다. 대중문화에 종사하고 거기서 곡을 쓰겠다, 노래하겠다, 배우를 하겠다, 춤을 추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창조자로서의 욕구에 시발점이 있는 거고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현 정부에서도 창조경제, 창조산업을 얘기하는데 그 핵심은 창조적인 인재가 그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럼 그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학교가 고민해야 합니다. 창조적인 인재의 특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파괴적인 특징입니다.

창조는 파괴로부터 나옵니다. 기존의 가치관, 질서를 파괴해야 창조가 만들어지는데 우리 사회나 학교는 파괴를 못 하게 하죠. 학교에서는 일단 제도의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둬두려고 하니 학생들은 그 안에서 답답해합니다. 창조의 욕구를 가진 젊은이들을 어떻게 많이 키우고 맘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냐? 이것이 학교 교육의 고민이자 문제죠.

좀 질서를 안 지키고, 제도에 어긋나고, 골치 아픈 아이도 받아주는 유연한 학교 풍토가 돼서 그런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때 그 재능은 훨씬 더 발휘될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를 쫓아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해서 나라를 빛내는 아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잘못된 길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쪽 연예계나 대중문화계는 위험하고 사기꾼도 많고 아이들을 이용해서 돈벌이하려는 사람도 많아요. “가수하겠다”, “배우하겠다” 했을 때 학교에서 제대로 길을 잘 안 가르쳐주고, 선생님께 얘기해도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럴 때 학교가 얼마만큼 유연해져야 하는지를 교육계에서 고민해야한다고 봅니다.

학교에서 대중문화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돈희) 주형과 파형으로 말을 하자면 학교교육은 주형(鑄型), 즉 어떤 규칙이나 틀에 넣어 벗어나지 않게 찍어내고 만들어내려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교육에서는 창조성, 창의성이라 하는 것은 사실상 발휘되기가 어렵죠. 그래서 파형(破型)을 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김명곤) 제가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배화여고 독어 교사로 갔을 때 교장 선생님이 개교 80주년 맞이하여 연극반 지도를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연극반 모집 공고를 했는데 학교 학생 정원 600명 중 200명이 몰렸어요.

2학년 100명을 오디션 봐서 배우와 스태프를 뽑았어요. 막부임해서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수학 선생님이 “왜 그런 애들 뽑았어요? 그 친구들 말도 잘 안 듣고 거울만 보고 공부도 안 하는 애들이에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연기 잘하는 애들 뽑은 거지 공부 잘하는 애들 뽑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도 서너 달 정도 우여곡절 많았어요. 애들이 산만하기도 하고 가정환경도 불우하고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공연 후에 “어쩜 그리 노래를 잘 하냐”, “연기를 잘 하냐” 하면서 사람들이 손뼉치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 후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학교생활이 즐거워진 거예요. 선생님들 기본 사고방식이 일단 모범생이나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애들 위주로 가게 되어 있죠.

근데 창조적 재능을 가진 월드 스타는 모범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학교가 아이들을 보는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망치질만 잘해도, 축구만 잘해도, 노래를 잘해도 공부잘하는 아이 못지않게 잘될 수 있죠. 우리 사회가 창조 사회가 되려면 학업성적 1등, 2등으로 서열 삼았던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바꿔야한다고 봅니다.

이돈희) 연극계나 영화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학교교육 덕분에 생산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변호사나 의사는 학교에서 만들어지지만, 영화 쪽 종사자들이나 연기하는 분들은 학교가 만든 인재들이 아니죠.

세상의 모든 직업인을 학교가 다 만들어서 내보내려는 욕심을 부려선 안 되겠죠. 그렇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학교가 꼭 가르쳐줘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나 감성, 예능적 기질은 학교 밖에서 여러 조직과 과정을통해 배워도 된다고 해서, 공교육 기관인 학교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김명곤) 어떤 직업이나 어떤 사회에서 일하더라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성과 기본 자질에 대한 교육을 빼놓을 수 없겠죠. 기본적으로 인성 교육, 창의 교육은 물론이고요. 공부 1등, 영어 경시대회 1등 한 아이들도 학교서 장려를 해야 하겠지만 때로는 노래를 잘했다든지 자기 적성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면 그런 친구도 인정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 학교교육이 지나치게 국·영·수 중심의 공부에 집중되어 있으니 나머지 학생들이 학교에 재미를 못 느끼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돈희)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 등 스포츠 하는 사람들 봐도 프로가 되기까지 자기 관리와 자기 훈련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사람들 훈련 양을 생각하면 공부가 가장 쉽지 않나 그런 얘기도 하곤 합니다.

김명곤) 네 맞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건 노벨상 탄 것만큼 굉장한 겁니다. 대중예술계도 경쟁이 엄청나므로 거기서 작품을 알리고 이름을 알린다는 건 엄청난 노력을 한 겁니다. 〈복면가왕〉이나 노래하는 프로를 봐도 가수가 노래 한 곡을 하기 위해 들이는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죠. 가수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률이 자그마치 200만 대 1입니다.

연극영화과도 예전엔 미달 학과였지만 지금은 중앙대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같은 경우 일류대학에 들어갈수 있는 성적을 가진 친구들이 옵니다. 경쟁이 엄청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너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고시 합격보다 노래 한 곡 히트시키기가 백 배, 천 배 어려울 수도있습니다. 엄청난 재능과 훈련, 노력, 운까지 따라야 합니다.

이돈희) 체육계나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 의사, 교수, 변호사의 직업 등은 사실상 능력과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전문인이라고 봐야 하죠. 그런 의미해서 전문인을 키우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도제 교육적인 분위기고 위계질서가 강한데 이쪽 분야는 어떤가요?

김명곤) 대중문화계의 위계질서는 세대교체가 되면서 변화되고 무너졌습니다. 엔터테인먼트나 문화예술 쪽에서는 서열이 파괴되고, 권위주의가 사라지면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게 됐어요. 이전에는 연극계나 영화계에서 감독이나 연출자가 배우에게 억압적이고 권위적이어도 배우들이많이 참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예술 과목의 대학 교육 질이 높아지면서 도제식으로만 배우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죠. 예전에는 영화 감독하려면 감독 밑에서 배워야 데뷔할 수 있는 길도 열렸지만 지금은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데뷔를 할 정도입니다.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선후배 간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많이 무너졌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이 변화될 거 같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돈희) 스포츠 선수들이나 대중문화 종사자들 중에서 스타가 못되면 사회적인 낙오자가 된다고 합니다.

김명곤) 어떤 분야든 그런 위험은 다 있고, 백만 명 중의 한 명이 스타가 되는 게 현실이지만, 이 분야의 사람들 목표가 오로지 스타가 돼서 부와 명예와 인기를 누리려는 건 아닙니다. 연극 하는 사람은 비록 가난한 연극쟁이지만 연극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그런 작품 하나씩 해 나가는 게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넌 왜 TV에도 안 나가고 영화도 안 나가고, 돈도 못 버느냐”고 비난한다면 그 연극인은 아무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모여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을 만들고, 또 그 연극들이 모여서 한국 영화를 만들고, 그 가난한 예술가들 중에서 한 명의 스타가 나오기도 하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10년, 20년을 가난한 연극쟁이로 지낼 때는 저를 인정 안 했지만 〈서편제〉로 인정받고, 장관이 되니까 “어떻게 저 사람이 장관이 됐지?” 하고 놀라는 일이 벌어진 거죠. 이러한 성공은 예술 행위에 최고의 의미를 두고 즐기다가 부수적으로 생겨난 열매였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스타를 목표로 가르쳐서는 안 되고, 그 행위 자체를 즐기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속에서 나오는 창의적, 활력, 에너지가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합니다. 에디슨이 2천 번째 실패를 거듭하다 전구를 발명했을 때 한 기자가 “1999번 실패한 기분 어떤가요?” 하고 물었답니다. 그때 에디슨은 “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시도했을 뿐입니다”라고 얘기했대요. 에디슨 역시도 시도하는 것에의미를 둔 거지 발명해서 돈 벌려고 한 건 아니었죠.

시도하는 인간, 시도하는 젊은이, 이것에대한 가치를 사회가 알아줄 때 결과물이 생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단 결과물을 내놓지않으면 인정을 못 받는 현실입니다. 프랑스 문화 예술 쪽 종사자들은 가난하고 돈을 못 버는 사람일지라도 이 사람들 노력으로 프랑스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가난한 예술가에게 정부에서 공연예술 실업급여를 지급합니다.

그러다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담이 크다고 돈을 줄이자 예술가들이 데모하고 난리가 나서 ‘개미와 베짱이’ 논쟁이 사회적으로 생겼던 적이 있었죠. “노래하고 춤추고 좋아하는 걸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리나?”, “아니다! 우리가 먹여 살릴 가치가 있다” 하는 논쟁이었죠. 이처럼 문화 선진국에서 바라보는 문화 예술의 시각과 우리나라와는 아직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돈희) 대중문화가 상업주의에 빠져 대량 소비체제로 되어 있고 또한 그 소비의 중심에 우리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떤 경계를 해야 할까요?

김명곤) 그게 제일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중문화는 거대한 자본, 특히 국제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거기에서 잘못하면 젊은 예술 창작자들이 그 자본에 종속이 되거나 노예가 될 수 있는 상황도 생기죠.

그래서 교육적 차원에서는 상업적인 대중문화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경계하고 학생들이 이용당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잘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그 흐름을 먼저 읽고 예비해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잘 모르니까 늘 뒷전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상업성과 대중문화 위험 속에 노출되고 망가지는 사례가 생기게 되구요.

이돈희)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와 학생은 대중문화의 소비자입니다. 연주하는 사람도 아니고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연극을 보고 노래를 듣는 소비자인데 그런 차원에서 대중문화의 소비자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명곤) 학교에서부터 노래든 춤이든 연극이든 직접 체험해봐야 건강한 소비자가 될 수가 있어요. 자기 나름대로 문화소비를 통해 자기 삶에 새로운 휴식과 활력을 얻으려면 뭔가 교감이 있어야 하죠. 결국은 소비지와 창조자가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창조와 소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대중문화를 접하는 것도 단순히 시간 날 때 돈 내고 소비하는 게아니라 그걸 통해 내 삶이 새롭게 변화되고 창조되는 체험을 하도록 길러내는 데 목표를 둬야하겠죠.

순수예술과 고급예술은 교재 속에 들어 있지만, 교재 속에 없는 것들이나 일반선생님들이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은 강사든 특별활동이든 교외활동이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고급문화가 대중문화와 섞이면서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대중문화는 거의 순수 문화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와 융합이 되어 있어요. 셰익스피어는 연극 외에도 영화, TV, 드라마에 나오고, 비틀스 음악은 이미 고급문화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 중에는 최고의 예술성을 가지고 평가받는 예술 작품도 매우 많아요. 순수예술,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쪽도 훨씬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될 거로 생각합니다.

대중문화라는 건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험하고 상업적이고 청소년 삶을 타락시키고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분명히 있지만 청소년들이 자기 적성을 찾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도 해줍니다. 양면의 날을 가진 칼이라고 볼 수 있죠.

어려서부터 대중문화 교육이 중요하고 올바른 대중문화를 감상하는 것, 대중문화를 올바로 소비하는 법, 대중문화를 올바로 창조하는 법 등 이런 것들이 잘 인식되어 교육이 되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질과 수준도 훨씬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돈희) 오늘 저도 대중문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든 교육계 종사자들도 이번을 기회로 대중문화와 학교교육의 관련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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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정 기자  hjkara@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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