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은 요약하자면, 자신의 주장을 독자(읽는 이)에게 유연하게 전달하기 위한 글이라 하겠다. 야구로 치면 직구가 아닌, 공의 속도와 궤적을 바꾸어 던지는 변화구에 가깝다. 다시 말해, 나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완곡하게 표현한 논술과 수필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주장이 담긴 '논술'의 영역과 자신의 경험과 감상이 실린 '수필'의 간극을 어떤 재료로 채우는가에 따라 칼럼의 질이 결정된다.

1. 독자들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일일 농사꾼 체험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오늘의 할 일은 과일을 수확하는 것. 다행히 마음씨 좋은 농장 주인은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여기 두 종류의 과일이 있다.

하나는 높이 10미터 쯤 되는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이고, 또 하나는 텃밭에서 기르는 딸기라고 할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딸기를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위험과 수고를 감수해야하는 사과 수확에 비해 딸기는 비교적 수월하게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럼의 도입부도 마찬가지. 첫 문장부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전문지식을 자랑한다면 독자는 '내가 읽을 만한 글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 논리의 완성은 완벽한 근거에 있다

서두를 유연하게 시작했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칼럼을 쓰는 본래의 목적이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하는 바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는 만큼, 핵심은 본론에 있다. 전채 요리가 제아무리 훌륭하다한들 메인 요리가 형편없다면 입맛만 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본론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우선, 내용을 구성하기에 앞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부터 찾아야 한다. 근거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증거의 뿌리'로 '시험은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펼치려면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뿌리, 즉 '왜'에 대한 확고한 배경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학생들의 교과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배운 것을 숙지하기 위해 등등 여럿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근거를 찾았다면 이제 거기에 반박하는 근거를 찾을 차례다. 의아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나의 주장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바로 자신이다.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글을 써서 뭐하겠는가.

시험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 나왔다면, 시험이 '반드시' 필요없는 이유도 똑같은 수만큼 찾아내라. 반박을 또 다른 반박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치에 맞게 이끌어 나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기술, 그것이 바로 논리인 것이다.

3. 논리에 재미있는 예화를 얹어라

주장에 걸맞는 논리적인 근거를 갖추었다면 칼럼이란 쿠키를 굽기 위한 반죽까지 마친 것이다. 이제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휴지 시키도록 하자. 쿠키 반죽을 냉장고에 넣는 이유는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쉽게 모양을 내기 위함이다. 칼럼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휴지의 시간을 거쳐야 좋은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자칫 논리에만 치우치다 보면 연설문이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지루해질 수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칼럼은 단지 주장만을 앞세우는 글이 아닌, 수필의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으므로 생각의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찾아보도록 한다.

자신의 체험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적절한 예화는 얼마든지 있다. 단, 아무리 재미있는 예화라 할지라도 주제와 상관이 없거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소재라면 차라리 안 쓰는 것이 나으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4. 칼럼에도 '얼굴 마담'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어여쁘고 귀할 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여쁘고 귀한 문장을 문단의 제일 앞부분에 배치할 줄 아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리드문, 즉 전문이 살아야 전체가 살기 때문이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포장의 방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은 얘기가 다르다. 첫 문장에서 풍기는 인상이 결국 글의 운명을 좌우하니까. 앞부분에 배치할 내용은 본론이든, 예화든 상관 없다.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고 충격을 던져주거나 질문으로 시작해도 무방하다. 요지는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있으므로.

5. 문체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처럼

가수 이승환의 노래 중 '화려하지 않은 고백'의 가사를 보면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게'라는 구절이 나온다. 약속은 말이 아닌 지키는 행위 자체에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칼럼의 문체 역시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야 진정성과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고 건조한 말투로 일관하는 것도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6. 실크가 최고급 원단으로 손꼽히는 까닭

2500년 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왕이 동방정벌에서 승리를 거둘 때마다 얻은 전리품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겼던 것은 다름 아닌 실크라고 한다. 당시만 해도 거칠고 투박한 아마 섬유로 된 옷을 입을 때니 실크의 아름다운 광택과 부드러운 촉감 그리고 깃털 같은 가벼움에 매료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실크는 고치실 7가닥을 한 가닥으로 꼬아 만든 생사에서 피브로인과 세리신이라는 단백질을 정련한 후 얻게 되는 견사로 지금까지도 섬유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잘 쓰인 칼럼도 이 같은 정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불필요한 문장을 없애고 날것의 문장은 익히고, 헐거운 구조는 단단하게 조여서 간결하게 만드는 것.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는 글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읽히기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둔다면 칼럼을 쓰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 않을 것이다.

글. 제리안

*위 글은 제리안 작가가 위키트리에 연재한 칼럼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재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