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잠실여자고등학교 교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에서 주관하는 2017학년도 수시모집 대입 설명회가 7월2일 가천대학교에서 있었다. 전국의 2천여 명의 선생님들이 교통비도 스스로 부담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참여한 그야말로 자발연수였다.

이 연수에는 특목고·자율고 보다는 일반고, 농·어촌지역 소재 고교, 그리고 진학의 새내기 선생님들이 주로 참여했다. 이번 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의 특징과 지원 전략을 진학 상담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설명해주고, 대학별로 전형의 특징을 하나씩 짚어주었다.

일반고는 수시모집에 약한가?

점심시간에 선생님들의 화제는 지난 6월 중순 00 일보 기사에 관한 것이었다. “교내활동이 ‘입시의 핵’으로 떠올랐는데 일반고는 지금 위기이다. 일반고가 특목고나 자사고보다 최근 대입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수시모집 위주로 변한 입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기를 쓰고 몰려갈 수밖에 없다”라는 기사를 놓고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정시모집의 수능 성적만으로는 명문대 합격을 꿈도 못 꾸었을 일반고 학생이, 수시모집 학생부 위주 전형 덕분에 합격한 사례가 아주 많은데 왜 일반고가 수시모집에서 불리하나?”

“특목고 학생은 수시 논술전형과 정시 수능 중심 전형에서 유리하고, 일반고 학생은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사에 특목고와 일반고의 동아리수를 비교했던데, 특목고 교사는 동아리 활동 지도가 열정적이어서 동아리수가 많고, 일반고 교사는 나태해서 적은 것 아니다. 특목고의 동아리 활동을보면 외부 강사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다. 비용은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일반고는 학생부 기록 요령도 떨어진다고 기사에 썼던데, 일반고를 너무폄하하는 것 아닌가?”, “특목고 원서접수 철이 다가오니까 특목고를 부각하기 위한 저의가 있는 것 같다” 등의 얘기가 오고 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발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감소 추세이다.

그러나 수시모집 선발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여, 전체 선발 인원 중 2/3 이상을 수시모집에서 한다. 주요 대학 중에 성균관대와 한양대만 전년도보다 수시 모집인원 비율을 약간 줄였을 뿐 대다수 대학은 증가하였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은 수시모집 평균 비율인 69.9%를 넘어 70% 이상을 선발한다. 서울대 77%, 고려대 74%, 서강대 72%, 성균관대 70%, 연세대 71%, 이화여대 70%, 중앙대 76%, 한양대 72%이다. 더욱이 포스텍이나 카이스트를 포함한 과기원 역시 수시모집 비율이 높으므로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수시모집을 통하여 선발하는 인원이 많다.

일반고에 유리한 학생부 중심 전형

수시모집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은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전형 유형별 모집인원을 <표2>에서 보면 학생부 중심 전형의 비중이 전년도 보다 2.9%p 증가하여, 전체 모집인원의 60.3%(214,501명)를 선발하고 있다.

특히 수시 모집인원 248,669명 중 213,393명(85.8%)을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선발하고, 정시 모집인원 107,076명 중 93,643명(87.5%)을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하여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의 선발이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학생부 중심 전형의 수시모집 확대는 일반고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는 학생부의 교과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은 학력의 동질성이 커 독보적으로 우월한 학력 지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자기들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면 5개 학기의 평균 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고 학생들은 학력 층이 이질적이어서 5개 학기 동안 독보적인 학력우위를 점하는 우수 학생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교과 성적은 특목고·자사고 학생보다 아무래도 일반고 학생들이 유리한 구조이다.

더구나 대부분 대학은 교과 성적 5~9등급 구간은 아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특목고·자사고·일반고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한다. 고교등급제 적용 금지 원칙 때문이다. 따라서 특목고에서 5~9등급대 교과 성적과 일반고에서 1~2등급대 성적을 비교하면 당연히 일반고 학생이 유리하다.

전년도 67,631명에 비해 무려 4,470명이나 증가(7%)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도 일반고 학생들에게 절대 불리하지 않다.

지난 6월 15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제1회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서 서울대 입학관리본장(권오현)은 최근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소논문(R&E)에 대해 “서울대는 소논문을단 한 번도 학종 평가에 반영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교 프로필 역시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자소서의 사교육 컨설팅은 합격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어학성적·외부 경시대회 등의 학교 밖 외부 활동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권 본부장은 올해 학종으로 입학한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학교 유형도 밝혔는데, 일반고 49.7%, 특목고 26.1%, 자율고 23.0%, 기타 1.1% 순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비해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에 서는 일반고 47.5%, 자율고 36.3%, 특목고 15.8%, 기타 0.4% 순으로 지원자 대비 합격자가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 순이었다고 설명하였다.

2014~2016학년도 서울대 최초 합격자 고교유형별 구성 비율에서도 3년 동안 자사고·특목고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제자리이지만 일반고의 경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며 “2014년 일반고 우수생들이 자사고로 대거 진학했던 경향을 감안하면 일반고 합격생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수시모집에서 학종은 일부 대학(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한 일반고 학생에게 더욱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2016학년도와 비교하면 서울시립대 190명에서 188명, 경희대 925명에서 920명, 고려대 1,110명에서 1,040명, 서강대 385명에서 364명, 성균관대 1,311명에서 1,214명, 중앙대 855명에서 836명, 한국외국어대 474명에서 450명, 한양대 503명에서 432명으로 감소하였다.

논술전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다. 건국대, 경기대, 광운대, 단국대(죽전),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한양대(서울) 등 일부 대학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이 낮지 않은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에서 논술전형 지원자의 50%(자연계는 그 이상)가량이 수능 최저 미충족으로 탈락하는 현상을 고려하면, 수능 최저가 없는 학생부 중심 전형의 확대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교협에서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낮추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 제출하는 자소서나 추천서에 공인어학 성적, 외부 경시대회 실적 등 ‘외부 스펙’을 기록하면 0점 처리하도록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6월 모의평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쉽게 출제되는 기조이다.

결국,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입의 흐름이 이런 추세라면 일반고의 대입 경쟁력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대입 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대입 진학 연수에 열정적인 분들은 일반고 선생님들이다. 일반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믿고 수시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정시모집에서보다 오히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