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대중문화를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있나
학생들은 대중문화를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있나
  • 신하영 전문기자
  • 승인 2016.08.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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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토록 어린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게 된 데는 청소년들의 구매력이 배경으로 작용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지금처럼 획일화되고 상업화된 대중문화 구조 내에서 청소년들이 자아를 형성하고 학습의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수록 대중문화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기회를 학교와 교육현장에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무해한 대중문화를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마주했을 때 더 좋은 것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다.

신하영 에듀인뉴스 전문기자(교육학 박사 과정)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

대중문화 시장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 중심이 되면서,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은 이제 청소년이 되었다. 2014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총 규모 1조 원의 음원사이트와 웹툰, 동영상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등 대표적인 대중문화 콘텐츠 유료 사용자의 40%가 청소년들이었다.

‘한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연예 기획 산업의 규모는 1조 5천억 규모고,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삼는 것은 청소년이다. 청소년의 ‘용돈’이 매출액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아이돌과 인기 연예인 중심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게임 산업과 영상물 산업까지 합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의 총규모는 100조 원에 달하고, 이중 첨단 콘텐츠 산업의 주요 소비층은 청소년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토록 어린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게 된 데는 청소년들의 구매력이 배경으로 작용한 부분이 크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가입자의 35%가 10대라는 점도 여기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방송통신위원회, 2010).

이러한 통계자료는 이제 청소년들이 잠시 쉴 틈을 찾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상으로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자리 잡았음을 알려준다. 문화를 자유롭게 누릴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던 과거 시절에 비하면 청소년들의 기호와 취향이 반영되고 이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을 스스로 갖추기 어려운 학생들은 대중문화를 상품으로서 소비하는 데는 중심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주체적으로 대중문화를 생산하고 누리는 것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절대적으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회와 자신을 확인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해 나가는 매개체로서 문화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그리고 어떻게 학생들은 대중문화를 소비할수록 대중문화로부터 소외되는 것일까?

대중문화 속 위험한 삶의 방식

대중문화는 청소년들에게 문화 그 자체가 되었다.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대세’다. 학생들은 스스로를 대중으로 동일시하고, 학교에서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대중의 취향, 대세를 학습한다.

학생들은 연예인이 입고 나오는 옷을 따라 입고, 연예인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재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연습생은 총 12만 명 정도이고, 이중 그나마 데뷔의 가능성이 있는 소속사를 가진 연습생은 1,200명 정도로 집계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으로 가장 선호되던 것은 1, 2위는 의사나 교사처럼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이 모두 보장되는 직업이었다. 창의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직업으로는 화가나 탤런트와 같이 특정한 예술 행위와 고도의 숙련된 예술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손꼽히곤 했다.

그러나 현재는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 2순위는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연예인’이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4). 연예인은 가수나 영화배우, 탤런트와 같이 특정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대중문화 예술가(artist)와는 다르다. TV와 미디어 노출되며 관심을 통해 화려한 생활을 즐기며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유명인(celebrity)에 가깝다.

소위 말하는 ‘뜨는 연예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극심한 경쟁에서 좀 더 튀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정당한 노력보다는 ‘한 방’이나 자극적인 자기 어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것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대중문화 콘텐츠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이런 무한경쟁을 향해 불나비처럼 뛰어드는 어린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이 대부분인 100여 명의 연습생들은 가수가 되지 못한 채 대중들의 인기투표로 인해 운명이 결정된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탈락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데뷔라는 성공을 거머쥐는 데는 실력이나 노력보다는 예쁜 얼굴과 화제성, 화면으로 보이는 일말의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호감 있는 이미지 정도가 크게 작용했다.

결국, 일종의 인기투표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의 결과는 11명의 승리자에게 엄청난 인기와 금전적 이익,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보상되는 것 같은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너무나 편협하고 좌절스럽다.

타인에게 선택받음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는 노력보다는 소위 말하는 ‘한 방’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이다.

대중문화는 일상의 가치를 아는 것!

대중문화가 상업적 성공을 좇기 위해 청소년들을 소비자로만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가지는 측면에서 본다면, 청소년과 대중문화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제 대중문화는 그저 향유하고 즐기는 소비재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며 좋은 것, 닮고 싶은 것을 학습해 나가는 중요한 교육 콘텐츠
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중문화는 청소년들이 자신과 사회와의 건강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생각과 감성의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학생들은 대중문화를 통해서 사회를 배우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각, 선한 것에 대한 기준을 학습해 나간다.

이것은 대중문화가 가지는 내재적 속성이다. 대중문화는 일상적인 것들이 만들어내는 보통의 감성을 담아낼 때 힘을 가진다. 보통사람들의 언어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의 탄생이 대중문화의 시작을 알린 것처럼말이다.

문화연구 이론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문화는 일상적이다(Culture is Ordinary)” 라는 명제를 통해서 문화가 가지는 힘은 일상의 가치를 발견할 때 나타남을 제시했다(R. Williams, 1961).

즉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감성에 맞는 문화를 갖게 되는 것이 진정한 대중문화라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본연 의미에 비추어본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러한 일상적 감성, 빠르고 쉽게 다가오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청소년들은 <프로듀스 101>이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또래의 참가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들이 느끼는 안타까움에 공감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탓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청소년들이 대중문화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한다.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이돌의 모습은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되어있거나, 드라마와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돈과 성공을 향해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바쳐버리는 등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 또한 대중문화 곳곳에 만연하다. 청소년들의 감각을 말초적으로 자극하여 주의를 끌려는 게임과 영상물, 연예인들의 심한 노출과 선정적인 내용과 표현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대중문화는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 부모님과 관계를 맺고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동경의 대상을 만들어내서 청소년들의 지갑을 열기에 열중한다. 이렇듯 지금처럼 획일화되고 상업화된 대중문화 구조 내에서 청소년들이 자아를 형성하고 학습의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를 읽어내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동시다발적으로 엄청나게 생산되는 이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를 일일이 걸러서 청소년에게 전해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대중문화에 끊임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모든 세대보다 더 빨리 대중문화를 통한 세계의 변화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상을 바꾸어, 대중문화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거나 학교와 가정에서 대중문화를 걸러서 전달하는 것에서 이제는 청소년 스스로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중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어떤 대중문화 콘텐츠가 일상의 가치를 알게 해 주는 것인지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대중문화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기회를 학교와 교육현장에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무해한 대중문화를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마주했을 때 더 좋은 것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다.

문화연구자들은 이렇게 미디어와 문화를 하나의 텍스트(기록물)로 보고, 그 의미와 가치를 가려내는 것을 일종의 문해능력으로 보았다. 문화를 읽어내고 그 의미를 파악하여 자신의 삶과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며, 이러한 문화적 역량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한다.

미디어는 매일 엄청난 양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쏟아낸다. 미디어 리터러시,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문해능력을 가진 청소년들은 어떤 것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만 하고 상상력을 빈곤하게 하는지, 어떤 것들이 일상적인 것의 가치를 일깨우고 가치와 신념을 형성하게 해 주는지 가려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이 실천적으로 자신의 삶을 문화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기표현의 양식을 제공한다. 21세기 대중문화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문화교육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느끼고, 표현하고 반응하여 현실에 개입하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여건종, 2011).

문화연구가 꽃을 피운 영국부터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이 한창이다. 영국 브리스톨의 퓨처 랩(Future Lab), 캐나다의 미디어 스마츠(Media Smarts) 등은 대중문화 시대, 뉴미디어 시대에 청소년들에게 비판적인 미디어 수용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적용시켜 블렌디드 러닝 등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결합시켜 문화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다(Burn, & Durran, 2007/ 콘텐츠진흥원, 2013).

대중문화, 어디까지 배워봤니?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2005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콘텐츠진흥원, 인터넷 진흥원과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 기관 중심의 교육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사용법과 특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거나 학교의 교육과정,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교육 내용으로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콘텐츠진흥원, 2013).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일회성의 인식개선 캠페인이나 학교 행사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교육 체계의 하나로 자리 잡으려면, 학계와 학교 현장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가장 성공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이라고 평가되는 독일의 경우, 대학이 주체가 되거나 연구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진행되기도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또래문화 속 대중문화 소비 실태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야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분리된 프로그램으로 적용하기보다, 학교 교과목의 교과내용과 접목시키는 접근 또한 매우 유용할 것이다. 미국의 오레곤 대학에서 개발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기존의 사회과 교과목뿐 아니라 역사, 생물, 체육 등 다양한 교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접목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대항해시대를 역사 배경으로 가지는 RPG(롤플레잉 게임; 게임 내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성취를 이루는 게임 종류)를 통해 정치·경제 과목을 학습하고, 병원 드라마를 통해 윤리적 딜레마를 겪게 하고, 학생들이 이를 두고 토론과 모의법정을 체험하게 하는 등 학생들이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렇게 학습되고 형성된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청소년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모두 청소년을 위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시작된 미디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질 때 방송사와 게임회사 등 콘텐츠 생산자를 향한 규제와 지침이 힘을 얻을 것이다.

콘텐츠 소비자, 즉 진짜 수용자의 목소리야말로 생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청소년들이 대중문화 콘텐츠에 용돈을 털어 넣는 소비자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문화로 공유하고 비판적으로 대중문화를 수용할 수 있으려면 미디어 리터러시가 말과 글에 대한 문해능력 만큼이나 기본적으로 배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때 비로소 대중문화는 진짜 대중의 손에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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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전문기자  edum@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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