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 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어떤 교육제도든 새로운 방식의 도입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유학기제 역시 발전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그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최미덕 안용중학교 교사

자유학기제에 대한 현장 반응은?
2015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학교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다’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의 설문 결과로 만족도를 드러내었다.

현재 3학년, 그리고 작년에 자유학기제 활동을 경험한 2학년조차도 새삼 1학년이 부럽다고 한다. 여름 방학을 앞둔 1학년들은 벌써부터 2학기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다음은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한 본교 1학년부의 성과 보고서 중 일부다.

✓ 지필평가로부터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냄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를 마음껏 발
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
✓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보다는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여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함.
✓ 택견, 뮤지컬, 음악줄넘기 등의 교사들이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전문 강사를 활용하여 지도함으로써 학생들의 예술체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 신장과 함께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를 달성함.
✓ 학부모 지원단을 운영하고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밴드(SNS)를 운영하여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여 피드백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나갈 수 있었음.
✓ 화성시 산하 기관인 유엔아이센터와 화성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근거리에 위치하여 수영장, 탁구장, 체육관, 공연장 등을 활용하기에 유리함.
✓ 자유롭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수업 진행이 가능했음.
✓ 주입이 아니라 분명 아이들로부터 이끌어내는 ‘교육’이어서 아이들이 2,3학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함. 특히 자기 표현능력과 프로젝트 실행 능력 등이 월등히 뛰어남.
✓ 키우는 대로 키워지는 인재형이 된다는 생각이 듦. 운영이 어렵기는 하지만 교육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제도라고 생각함.
✓ 교과 특성에 맞는 참여활동 중심의 교육, 조별 프로젝트 등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었음.

이를 근거로 표면적으로만 판단한다면 학생 주도형 참여 수업과 진로탐색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학교생활 전 영역에서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학교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유학기제는 목적의 일정 수준까지는 달성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행복감이 다음 학기로까지 연계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어서 1학년 때 너무 놀아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법을 잊었다며 끊었던 학원을 다시 다녀야 할 것 같다고,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고민을 털어놓은 남학생이 있었고 그에 공감하는 다수가 있다.

“꿈과 끼를 찾는 것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됐어요. 솔직히 재미는 있었지만 뭐가 도움이 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고백한 여학생도 있었다. 자유학기제가 뭐가 부럽냐는 질문에 “시험 안보고 노니까요!” 대다수 학생들의 즉답이다.

지방의 한 중학생 학부모인 친척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자유학기제 준비 작업의 하나로, 재능 기부가 가능한 학부모들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재능 기부할 수 있는 학부모를 찾는대요. 웬만한 학부모들 대부분 취미 생활로 했던 정도의 수준이겠죠. 그걸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모양인데, 무슨 전문성이 있겠어요? 자유학기제, 뭐가 자유롭다는 거예요?”

취미 활동 정도의 재능을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에서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결국엔 다시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것밖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것이 자유학기제를 보는 학부모들의 인식 수준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예술체육 분야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자녀를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교과에 대한 선행 학습을 통해 입시 대비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모가 많다는 것, 학원가에 ‘자유학기제 특강’이라는 새로운 과정이 대거 생겨난 것을 보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사교육 절감의 효과를 달성했다는 조사 결과는 다소 공감이 어렵다.

자칫 학생들은 방황하고 학부모들은 불만이고 교사들은 지치는 결과만을 초래하는 교육과정이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운 반응도 있다.

‘학업 수준이 높은 명문학교에서는 사실 시늉만 하고 성적 향상에 주력한다더라’는 말들이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교사 중심의 수업 방식과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 중심, 결과 중심의 평가 방식의 학교 교육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자기주도학습능력 배양, 인성 및 미래역량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

조기에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평가 방식의 전환, 진로 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여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 역량을 키워 주자는, 자유학기제 운용의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오바마와 한국기자단’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다소 당혹스러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G20 회의에서 연설을 끝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아마도 배려 차원에서 한국기자단을 특정하여 질문권을 준다.

뜻밖에도 한국 기자단 중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통역도 가능하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도 역시 침묵이 흐르고 상황은 어색해진다. 이때 중국인 기자가 나서지만, 미국 대통령은 끝까지 한국을 배려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끝내 한국인 기자들은 침묵하였고, 결국 중국인 기자가 한국을 대신하여 ‘아시아를 대표하여’ 질문권을 얻는다. ‘한국 과학자 너무 조용… 노벨상 나올 풍토 못돼’ 올해 6월 3일 자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 과학계 노벨상 수상 전망에 대해 네이처가 꼽은 5대 불가론 중에 하나로 토론이 거의 없는 상명하복 풍토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의 일부 내용을 옮겨 본다.

“연구실 막내이다 보니까 상명하복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요.”(B대 박사 과정 연구원)이 같은 한국 과학계의 연구 현실에 대해 국제 과학학술지가 일침을 놨다. ‘네이처’는 1일(현지 시간)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중략)

한국인의 조용하고 보수적인 문화도 걸림돌이라고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연구실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인 연구자들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은 “연구실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면 조용해지는 게 한국의 문화”라고 말했다.(2016.6.3. 동아일보)

이런 현상들이 과연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를 교육의 차원에서 고민해 볼 때 자유학기제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를 확보하려는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과잉 해석일까.

그러나 어떤 교육제도든 새로운 방식의 도입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유학기제 역시 발전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다음은 본교에서 발견한 문제들 중의 일부다.

✓ 교사들이 기본 교과와 추가로 1~2개의 자율과정 프로그램을 담당함으로써, 과중한 업무 부담과 함께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업무 과중으로 자유학기제 학년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함.
✓ 지필평가의 부담을 덜어내는 대신 수업태도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어 교사들의 관리가 더 필요함.
✓ 학교 또는 교육청과 시설 보유 기관 간에 시설사용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시설을 이용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용 시간의 제약이 많음.
✓ 자유학기제에 대한 교직원 전체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함.
✓ 직접 체험 가능한 직업 현장 시설의 절대 부족
✓ 일반교과 교사들이 다수 예술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연수가 보다 확대되어야 함.
✓ 지역사회의 인적 자원을 활용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나, 학부모의 참여가 저조하고 체험터에 등록된 시설이나 기관조차도 과도한 예산이 소요되어 실효성이 떨어짐.

자유학기제 개선 방향과 해결 과제는?
이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교사협의회에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각종 연수 지원으로 외부 강사의 비중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유용한 자원에 대한 시설 이용을 위한 MOU 체결이 필요하다.

양질의 학부모 자원 유치를 위한 지속적 학부모 연수 실시, 학부모 참여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교사의 업무 경감 노력을 통해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더불어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적극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이 학년별로, 학기별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단절된다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부장에게 ‘자유학기제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하고 물었다.

“많이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른다. 중학교 아이들 시험 안 보고 진로 체험시키고 놀려 주는 거 아닌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등학교까지 갈 것도 없다. 같은 중학교 내에서도 해당하지 않는 학년의 교사들과의 공감대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이들은 학년이 바뀌면 다시 원래의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 돌아가 지필 시험 성적 위주의 교실 수업, 교사 중심 수업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유학기제 선행형, 연계형 교육과정, 진로교육 집중학년제, POST-자유학기제 단계의 진로진학설계 모형 계발 등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은 반가운 소식이다.

체험 위주의 진로활동에 대한 중요성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직업 세계와 관련된 양질의 체험처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지역별 체험 인프라 격차, 진로 체험시 학생 안전 문제 대책 부족 등의 문제 역시 해결 과제다.

교육부 산하 기관이 주관하고 주최하지 않은 체험활동이나 상급학교에서의 체험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다는 지침이 있다. 이는 지역사회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라는 권고와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학교 밖 체험활동을 실시함에 있어 사전 체험처 안전실태 점검 보고 등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학교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학교 밖 체험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문제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의 많은 활동들이 산만하게 운영될 뿐 유기적으로 융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연구와 성찰 또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