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주민반대 공사 중단에 설명회만 6번째

전형적 ‘님비’ 현상…지자체도 반대, 합의점 도출 어려워

교육감 '학교설립권' 있으나 시설개선 등 처리권한 없어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일 오후 4시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서 '서울커리어월드(가칭)' 설립을 위한 6번째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시교육청은 이번에는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뿌리 깊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집값 하락 우려 등 님비(NIMBY) 현상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커리어월드는 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협력해 만드는 기관으로 발달장애학생의 진로 및 직업교육을 위한 체험형 훈련센터다. 성일중학교의 유휴 시설을 활용해 설립을 추진해왔으며, 14개 직업체험실습실, 4개 테마존을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시교육청과 공단이 지난 7월부터 5차례에 걸쳐 서울커리어월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주민 설명회와 주민 대표 간담회를 열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설립 공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인근 주택가에 내걸린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 설치 반대 현수막. 특수학교 뿐 아니라 장애인 교육시설 상당수가 설립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커리어월드와 성일중 학생은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다. 등·하교 시간에 차이를 두고, 별도의 출입문과 독립된 공간을 설립해 동선이 겹치는 일도 없다는 것. 또 서울커리어월드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재학생 2500여 명 중 선발된 학생 50명과 선발평가에서 합격한 학생 졸업생(졸업 후 2년 이내)이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일부 주민이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40세 이상 발달장애인이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도 않고 ‘동선도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은 개발이 완료된 인구 밀집지일수록 극심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02년 이후 13년째 단 한 개교도 설립하지 못했다. 서울커리어월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미 장례식장이나 임대주택 등 비선호 시설이 들어와 있다”면서 “이 저역에만 부담을 지울 게 아니라 잘 개발된 부촌에 짓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균형개발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부동산 문제라는 관측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수차례 설명했지만 전혀 설득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 동의 없이 일방 추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난감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광주, 대전 등 대도시도 최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경남의 경우는 주민 반대를 의식해 비밀리에 부지선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문제가 지속됨에도 교육청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감에게 학교설립권만 있을 뿐, 지역 주민들이 조건으로 내거는 지역시설 개선 등 민원을 처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 입장에선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읍소하거나, 지자체장의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모두 '선출직'이기에 주민 표를 의식, 반대편에 서는 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15년 9월 기준 전국 특수학교는 총 168개교에 불과하다. 2010년 교육부는 2014년까지 21개교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신설된 학교 수는 14개에 불과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서울커리어월드는 지역 주민을 위해 열린 카페, 제과점, 도서관, 음악회, 장터, 복사·팩스·출력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 및 학생 모두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참여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관계자는 "공사 진척이 늦어지면서 발달장애학생 학부모와 관련 단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면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교사의 직무지도 역량 및 학부모의 만족도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