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늦게 의정부 광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장부환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내일 잠깐 시간이 되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내일은 어렵다'고 했다. 웬만하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건데 정말 중요한 약속인가보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카카오 톡에 글과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 아침부터 김장준비 차 왔다면서, 산속이라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었다는 간단한 메시지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배추밭, 무우밭 사진이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간 변함없이 수 백 평을 자비로 직접 임대해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의 어려움의 회복과 치유, 자활 교육 프로그램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가 지은 농산물로 200여분이 넘는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고구마, 상추, 김장 김치 등을 손수 담아서 학생들과 함께  집까지 직접배달 해 주시는 따뜻한 농부 선생님이다. 나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그의 손이 좋다.

때론 의견 차이로 충돌도 있지만 그를 믿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결국 같은 방향으로 뜻을 모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사실 직접 말은 못했지만, 여러 가지로 배우는 게 많은 그는, 나의 교육동지이자 인생의 선배이기도 하다.

그가 하는 일은 농사뿐만이 아니다. 지난 수 십 년 간 아침 일찍 논술 토론반을 운영해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고, 당당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 나는 그를 농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그를 만난 건 거의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면, 그때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 그 눈빛은 한 번도 변함이 없었다.

굳이 편안하게 살아도 되는데 주말마다 아침 일찍 나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농사를 짓고, 어렵고 상처 받은 아이들을 한결같이 보듬어 안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학교 현장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울에 올라와서 교육운동을 한다고 15년을 넘는 세월을 보냈지만, 여전히 우리 교육 현장에는 암울하고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따뜻한 농부 선생님처럼 살아있는 선생님들이 아직은 학교현장에 많아서 희망적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많지만 좀 더 힘을 내어 학교 현장이 희망의 공간, 행복의 공간, 나눔의 공간으로 나갈 수 있게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 정호영(교육활동가, 글로벌청년재단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