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금옥초등학교는 학교내에 유휴공간을 이용해 생태 체험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이 다양한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세간에 학교 옥상에 텃밭과 텃논을 꾸며 각종 작물을 수확하는 체험을 하며 소외된 지역민에 나눠주는 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생명사랑, 체험 및 땀방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초등학교가 있어 화제다. 바로 서울 도심 한복판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서울금옥초등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는 ‘12년 9월 임원규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여 2013년부터 성동구청,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옥상에 텃밭과 텃논을 조성하여 각종 농작물, 야채, 벼재배, 국화재배, 화훼류 재배 등의 도시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도시농업이 어떻게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임 교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지성배 기자

도깨비 같은 교장선생님, 학교를 자연생태 · 환경체험공간으로 변화시키다

“우리 학교는 성동구 금호동 비탈진 언덕과 암반 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흙을 접할 기회가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고민은 학교의 지리적 환경에서부터 시작했다. ‘12년 9월 금옥초에 부임하여 주변 환경을 살펴보니 공원, 놀이터, 문화시설, 체육․여가시설등이 부족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서 주거환경이 많이 개선되었고 지금도 재개발 건축이 진행 중에 있다.

성동구 금호동은 강남(압구정동) 쪽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산과 강이 근처에 있어 공기가 좋다는 것이 느껴졌다. 강남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라면 호감이 가는 주거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회사 다니며 월급 받는 젊은 샐러리맨이 거주하기에는 경제적인 면에서 고민이 좀 생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주변 환경여건에 대한 결과는 아이들에게서 바로 나타납니다.”

교장선생님은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경제적 여유와 주변에 자연친화적 환경이 풍족하고 시간이 넉넉한 지역은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근린공원이라든가 놀이시설, 각종 여가시설을 즐기거나 체험할 여건이 좋은데 당시 우리 학교 주변의 환경은 재개발과 지리적 환경으로 이런 여건이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당시는 문화적 괴리가 있었고 이런 현상은 어린이들의 인성이나 심리·문화적인 면에서 학교장의 고민거리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괴리를 없도록 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관심 있는 것 중에서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것을 만들어 줄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몇 달 간의 고민과 지역사회 형편에 대한 조사, 어린이들을 관찰하며 임 교장의 결론은 바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아이들에게 조성해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자연친화적인 환경’ 말이다.

<서울금옥초등학교 옥상에서는 벼를 기르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옥상 텃밭의 시작

교장선생님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자연생태·환경 여건을 학교 시설 중 어디에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학교 구석구석 다녀보았으나 화단이나 운동장 등의 땅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막막해진 가슴에 한 아름 맑은 공기를 넣어주고자 잠겨진 옥상문을 열고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해답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평소 도시생태·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교장이 옥상에 올라간 순간, 비어있는 80여 평의 옥상이 두 눈으로 들어왔고 텃밭과 텃논으로 꾸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라는 것을 직감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풍부한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이 있는 이곳은 아이들이 자연생태 및 환경체험교육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임 교장은 하늘과 맞닿은 이 공간을 ‘옥상 텃밭’이라 명명하고 2013학년도부터 교직원,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꾸며 농작물, 야채, 각종 꽃들을 심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견학이나 컨설팅, 강의요청이 들어와 ‘옥상 텃밭’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어 올해는 어느 해 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서울금옥초등학교 옥상에서 잘 길러진 벼를 학생들이 수확하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옥상에서 벼농사를 체험하는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옥상에서 벼를 직접 길러 쌀을 수확해 인절미 체험을 하기도 하고 주변에 나눠주기도 합니다. 조금 놀라셨나요? 학교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말입니다.”

벼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자 조성 당시의 경험이 떠오르는지 얼굴에 띈 미소가 점점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기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쌀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쌀은 보리, 밀과 함께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산물입니다. 세계 총 생산량의 92% 정도를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아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우리는 4,000년 넘게 쌀을 먹고 있다는 뜻입니다.”

쌀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우리와 함께해 왔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고 있을 때쯤 왜 학생들에게 쌀을 재배하도록 하는지 의도를 알 수 있는 설명을 해주셨다.

“우리나라는 풍부해진 각종 먹을거리로 인해 쌀이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 미곡창고에는 쌀이 넘쳐나고 있고 쌀값이 떨어져 쌀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아이들이 쌀에 대한 소중함을 모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쌀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떻게 쌀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직접 기르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마침 충청남도와 보령시 친환경영농조합에서 벼 키우기 체험 프로그램을 공모했고 우리 학교가 신청해 선정되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논과 같은 조건을 갖춘 텃논 상자 100개를 지원받아 학년, 학급별로 모내기, 물주기, 개구리밥 관찰, 벼꽃이 피는 모습, 고개를 숙이며 익는 모습, 벼베기 체험, 재래식 탈곡기 활용 등을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여 전 과정을 매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임 교장은 그 당시의 상황을 되새기며 하늘이 자기 노력을 알아준 것 같아 정말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천우신조(天佑神助)로 표현하면 딱 맞겠다고 했다. 벼는 보통 5개월의 재배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임 교장은 5월 말에 준비된 텃논에 어린이들이 직접 모내기 체험을 실시한다. 옥상에서 뜨거운 여름볕과 장마를 견디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이삭이 나오면서 익기 시작해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벼가 꽃이 피어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는 9월~10월이 되면 학생들의 더욱 신기해 하는 모습에 가슴 흐뭇하며 직접 벤 벼를 전통적인 방법(홀태나 탈곡기)으로 탈곡을 하면 학생, 학부모, 교사들 모두 절로 탄성이 나온다고 합니다.”

탈곡 과정에서는 탈곡기 등 각종 장비가 필요한데 이 역시 보령시 친환경영농조합에서 일체를 지원해 준다. 아이들은 우리 조상들이 이용한 탈곡기를 직접 체험해보고, 벼타작을 직접 하면서 옛 선조의 지혜를 배운다.

<학교 옥상에서 기른 배추를 수확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금옥초등학교>

재배부터 수확, 나눔까지

“아이들이 벼농사 체험을 하고 김장용 무와 배추를 직접 길러서 하는 김장 체험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임 교장은 벼 뿐만 아니라 옥상에서 키울 수 있는 모든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게 땀방울의 보람을 알려주고 싶어 벼와 무, 배추를 키우게 됐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추운 겨울을 대비해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궈 겨우내 먹는 풍습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전통과 풍습, 그리고 수확물을 나누며 갖는 보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교육,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 등을 주입식이 아닌 산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1학기 동안 옥상 텃밭에서 각종 야채(상추, 치커리, 비트, 가지, 토마토, 고추 등)기르기 체험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끝난 8월 말이면 2모작으로 무씨를 뿌리고 배추모종을 심지요. 김장용 무와 배추는 3개월간의 재배기간을 거쳐 수확을 할 수 있지요.”

옥상은 햇볕이 풍부하여 무, 배추가 그야말로 쑥쑥 자라는 최적의 조건이다. 석 달이 되면 김장을 할 수 있게 되어 학생들이 직접 수확을 한다. 다 같이 수확한 배추와 무는 옥상에서 1층까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릴레이로 주고받으며 나르고, 식당으로 옮겨진 무와 배추는 학부모회 어머님들이 다듬는다. 어머님들은 학생들이 기른 배추와 무이기에 다듬을 때 내 자식 다루듯이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사랑과 정성으로 다듬어진 배추와 무는 하루 동안 소금에 절여 간을 맞추게 된다. 여기까지는 과정별로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 등이 따로 진행하기도 하고 같이 진행하기도 하지만,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는 과정에서는 모두 함께 참여해 같이 만든다.

“아이들의 손과 선생님의 손, 학부모의 손이 마주칠 때마다 정겨운 웃음이 식당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어느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산 체험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교장이 추구하는 교육은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교육인 것만은 확실했다.

“저는 학생들이 각종 체험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쌀로 떡을 만들어 나누며, 직접 담근 김치와 각종 야채, 농작물을 급식시간에 먹기도 하고 주변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아이들이 직접 전달하며 재롱잔치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임 교장은 이러한 경험이 비록 한두 번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성취감을 남겨줄 것이라며 땀방울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서울금옥초등학교 임원규 교장선생님이 학교 '옥상 텃밭'에서 잘 익고 있는 조롱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

임원규 교장은 1달에 1회 정도 학년별 학급을 찾아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관리직으로써는 접하기 드문 사례였다. 그가 직접 수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아이들을 좀 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런 개념의 수업을 위해 수업 전에 항상 아이들에게 질문지를 받는다.

“아이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 수업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아이들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진행하는 수업은 1시간이 되기도 하고 2시간이 되기도 한다. 먼저 다가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상대방을 알아야 수업이 끝나기에 수업시간에 대한 제한도 없다.

임 교장은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자연, 생태, 환경 등 지구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없는 것들,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역적인 한계(언덕이 많은 암반지역, 도심지역, 주거환경의 격차 등) 때문에 문화적인 혜택을 받음에 있어 차이가 좀 있지요. 학교가 대신 경험하게 해줘야 된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옥상 텃밭을 만들게 됐고, 아이들이 직접 지은 ‘금옥동산’ 가운데 마당에 인공폭포를 만들어 수생식물, 야생화 등을 키우게 됐습니다.

모든 것은 아이들이 중심입니다.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나 저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러한 일이 우리가 학생들에게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서울금옥초등학교에 임 교장이 부임한지 만 4년을 맞이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관심 있는 교육계 관계자들이 견학하거나 배우러 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3~4년 남짓이라는 의미다. 임 교장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현장에 적용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흥미꺼리와 즐거움을 선사했고, 다양한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색다른 사고와 행동으로 먼저 변화할 수 있는 리더가 있으면 학교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평소의 신념을 서울금옥초등학교에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