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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쓰고 떠난 세계일주] 신들의 정원의 이구아수 폭포를 걷다
월간교육 | 승인 2016.08.29 14:50
<쏟아지는 물줄기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사이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브라질 쪽 이구아수와 아르헨티나 이구아수의 ‘악마의 목구멍’은 남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지구 상 최대 폭포 이구아수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신비를 느껴보았다.

김동우 여행·사진작가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남미 여행 중 지구에서 가장 큰 폭포를 보러 가는 날이 오고 말았다. 잠자고 있는 내 여행 본능이 뜰채에 담긴 장어처럼 힘차게 꿈틀거렸다. 지구 상 최대 폭포가 주는 기대는 생각 이상이었다.

언제 또 올지 모를 남미 여행에서 이구아수를 빼놓으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만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구아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장 18시간의 여정 끝에 아르헨티나 국경도시 ‘뿌에르또 이구아수 센뜨로(Puerto Iguazu′ Centro)’에 도착했다.

뿌에르또 이구아수는 세계적 관광지답게 여행자 숙소로 넘쳐났다. 사전에 점찍어 둔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 곧장 브라질 쪽 ‘포스 두 이구아수(Fozdo Iguazu)’행 버스에 올랐다. 거리상으론 아르헨티나 쪽 폭포가 가까웠지만, 국경을 넘는 게 이번 여행의 첫 순서였다.

많은 여행자가 브라질 쪽 이구아수를 먼저 보고 다음 날 아르헨티나 이구아수에서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을 봐야 제대로 된 클라이맥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구아수 폭포는 하나의 폭포가 아니라 270여 개 크고 작은 폭포로 이뤄져 있다. 전체 폭을 단순히 합하면 3km에 달한다. 낙폭은 평균 60m 정도지만 최고 90m에 달하는 곳도 있다.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영부인 엘리너 여사가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My Pool Niagara”라고 말했을 정도다.

<브라질 쪽 이구아수는 이곳이 신들의 정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게 할 만큼 굉장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구아수는 원주민 말로, ‘이’는 ‘크다’, ‘구아수’는물’을 뜻한다. 버스는 브라질 국경에서 한 차례 승객을 쏟아냈다. 이들은 브라질에 여러 날 체류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일치기로 이구아수를 보고 돌아올 사람은 따로 여권 도장이 필요치 않다.

이구아수 국립공원(Iguaç National Park) 입장료는 41.10헤알(BRL). 당시 한국 돈으로 2만 원 정도였다. “쿠우우웅~ 쿠우우웅~”빼곡히 들어찬 나무 너머에서 대지를 뒤흔들고 있는 폭포가 또렷하게 느껴졌다. 심장도 덩달아 고동쳤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나무 장막 사이로 시야가 열렸다.

“으~아~앗! 어쩜 저럴 수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스케일이 순식간에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 싱크홀이 뚫린 느낌이랄까. 길게 이어진 절벽을 따라 폭포의 군무가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포말은 안개처럼 세상을 뒤덮고 물줄기는 하얀 비단을 끊임없이 게워내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의 연쇄 폭발음처럼 끝도 없는 파열음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신들의 정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사람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 인류 최고의 걸작 콜로세움, 만리장성, 페트라, 피라미드 등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브라질 이구아수는 폭포 앞까지 걸어갈 수 있는 데크가 설치돼 있다.>

아르헨티나 ‘악마의 목구멍’

우비를 입고 뱀처럼 허리를 꼰 우중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폭포에서 떨어져 나온 희뿌연 부스러기들이 시야를 가리며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폭포 앞에 서자 모래 알갱이만 한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들어 냈다. 폭포를 향해 길게 뻗은 산책로는 폭포의 경이로움을 좀 더 가까이 느끼게 했다.

두 팔을 벌려 몸을 맡겼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수많은 물방울이 나를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오르게 할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아르헨티나 쪽 이구아수는 관람 방식이 조금 달랐다.

하이킹 코스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걸으며 각각 다른 뷰에서 변화무쌍한 폭포를 감상할 수 있고, 폭포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보트 투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에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악마의 목구멍’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 위로 나 있는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악마의 목구멍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에선 기차를 타고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2만 원이 넘는 130페소. 전투적 트레킹은 잠시 접어 두고 폭포 둘레길을 따라 구석구석을 가볍게 돌아볼 시간이었다. 기분 나쁜 입장료에 대한 불만도 싹 잊고, 자연이 뽐내는 관능으로의 초대에 기꺼이 응할 시간이었다.

미치도록 걷고 싶은 길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도 좋았다. 길바닥은 폭신했고, 자연과 잘 어우러졌다. 그러다 갑작스레 조망이 열리며 크고 작은 폭포의 웅장한 모습이 펼쳐졌다.

브라질 이구아수가 여성적이라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는 남성적 모습이었다(아르헨티나 이구아수를 보기 전까진 브라질 이구아수가 결코 여성적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허공으로 몸을 날린 물줄기가 무서운 기세로 곤두박질치며 하얀 생크림처럼 부서졌다.

강은 긴 여정과 이별하듯 힘없이 스러졌다. 그리고 다시 강으로 환생했다. 이구아수의 얼굴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걷던 길을 벗어나 이구아수의 비현실적 장면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길은 우악스러운 폭포가 다시 잔잔한 강물로 바뀌는 지점으로 이어졌다. 천하제일 폭포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두려움 속에서 폭포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해본다. 작은 보트에 올라 구명조끼를 입었다. 보트 엔진음이 출발을 알렸다.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움켜쥐며 뒤로 젖혀진 몸을 애써 곧추세웠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보트는 물결이 요동치는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수십 미터를 낙하한 폭포가 수면을 때리는 통에 배가 뒤집힐 것만 같았다. 보트가 서서히 폭포 속으로 다가섰다.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이 공기처럼 보트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환호와 비명이 배 안에서 엇갈렸다. 그럴수록 폭포는 더 험상궂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보트가 뒷걸음질하며 폭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머리를 돌린 보트는 속도를 높여 파도치는 물결을 헤치고 나갔다.

다음은 폭포가 쏟아내고 있는 물벼락을 맞으러 갈 차례였다. 속도를 올리던 보트가 폭포의 괴괴한 기세에 엔진을 멈추고 유영을 즐긴다. 폭우 뒤 댐의 수문이 모두 열린 듯한 포악스러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숨을 고른 보트가 두려움 없이 폭포 앞으로 뛰어든다.

쭈뼛 촉각이 곤두섰고, 폭포수 파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보트가 폭포의 기세에 밀려 꽁무니를 빼자, 싱그러운 물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며 난분분히 내 뺨에 내려앉는다. 가쁜 숨을 몰아쉰다. 온몸을 휘감은 긴장이 채 가시기 전 하선을 마무리했다.

이번엔 작은 협궤열차에 올랐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길이었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사람들의 열기로 기차 안은 떠들썩했다. 열차에서 내려 강 위에 놓인 길을 걸었다. 뒤엉킨 뱀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넓은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윽고 악마가 녹갈색 입을 쩍 벌리며 실체를 드러냈다. 정지된 듯한 물줄기가 흰 포말로 변하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90m의 자유낙하. 산산이 조각난 강물의 파편들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 사방에 흩날렸다. 한동안 망연히 그 모습에 취해 본다. 악마의 목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폭포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했다. 하염없는 물살을 바라보고 있자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수런거리는 주변 소음이 점점 희미해졌다.

 

*이 글은 김동우 여행·사진작가가 월간교육 8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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