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개인, 조직, 심지어 국가도 평가를 받는다. 교육분야에서 '교육평가'는 학생들의 교육 성취를 재는 활동이기도 하고 교육 기회를 학생들에게 적절히 배분하기 위한 절차나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사실상 세계적으로도) 교육은 경쟁의 장이고 경쟁은 평가를 통해 판가름나야 한다. 이때 평가는 물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서 평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에듀인뉴스가 '교육평가를 평가한다'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의 교육평가에 대한 진단과 대안 제시부터 좌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준비한 기획에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대학평가의 시작은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시행된 실험대학 선정을 위한 평가였다(김종철, 1989: pp.586-590). 그러나 본격적인 대학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2년에 설립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곧바로 대학기관평가를 시작하였고,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제1주기 대학종합평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대학평가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교육개혁위원회가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한 1995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은 “학교 및 학교운영을 평가·공개하고, 평가 결과와 행·재정 지원과의 연계를 강화를 통하여 교육기관의 책무성을 강조함으로써, 교육의 질이 향상되도록 한다”고 천명하였다.

1995년에는 이미 대학종합평가가 진행 중이었지만, 평가결과와 행·재정 지원을 연계한다는 것은 매우 생소한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교육부가 대학정원은 물론 학사제도 전반을 직접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들은 평가결과를 행·재정지원과 연계하는 간접 통제방식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로 대학들이 온갖 평가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평가기획팀, 평가관리실이 생겼고, 각종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 해당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정책유도지표들이 들어감으로써 대학들은 평가지표에 대응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히 평가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 같은 평가의 홍수 속에 대학들은 신음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 교수

대학평가 결과, 대학평가의 수만큼 다양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평가를 평가주관기관을 중심으로 분류해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한 대학기관인증평가와 각종 교육인증원에 의한 프로그램인증평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한 산업계 관점의 학과평가, 교육부 등 정부부처에 의한 직접 또는 위탁평가로 대학구조개혁평가(한국교육개발원)와 각종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 및 성과평가(한국연구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생교육진흥원 등), 언론사(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의한 대학평가, 대학정보공시를 위한 대학자체평가 등이다.

이들 평가는 결과에 따라 인증, 서열화, 등급화, 선별, 진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평가기관에 따라 평가의 목적과 유형이 다르다 보니 평가기준과 평가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평가목적과 유형별로 평가기준과 평가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은 평가결과도 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어떤 평가에서 상위 평가를 받은 대학이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탈락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대학은 선정되는 일도 흔히 목격되고 있다. 2015년 조선일보평가에서 최상위권에 들었던 서울대가 동아일보평가에서는 4등급(청년드림후보대학) 평가를 받는 데 그쳤다.

평가유형간 공통분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대학평가의 결과는 대학평가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천차만별의 대학평가 결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대학평가 목적과 유형이 다양한 만큼 대학평가의 결과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대학을 선택하려는 입시준비생과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모든 대학들은 자신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유형의 대학평가 결과를 집중 홍보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초에 교육개혁위원회가 제안했던 대학평가의 목적은 ‘교육기관의 책무성을 강조함으로써, 교육의 질이 향상되도록 한다’는 것이었지만, 대학들은 어떤 평가기준에 맞춰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평가결과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프로그램평가와 학과평가, 언론사평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재정지원을 위한 교육부의 평가결과 간에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우수대 뽑혀 올 529억 지원받은 19개 대 D등급 날벼락’(중앙일보, ’15.9.2), ‘남자 더 뽑으라는 위법 대학까지 고교 정상화 기여 지원금 퍼줬다’(서울신문, ’16.6.22), ‘구조조정한다면서…… 부실대학에 600억 퍼준 정부’(조선일보, ’16.7.4) 등의 보도는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기사들이다.

일반 국민들은, 적어도 정부부처가 주도하는 대학평가의 결과만큼은 일관성 있게 보고되기를 기대한다. 민간 평가기관보다 정부기관을 더 공신력있는 평가기관으로 믿고 있고, 정부평가의 결과는 재정이나 정원 등과 같은 행·재정지원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목적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정부부처 간, 사업 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평가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정부가 주도한 대학평가들 간에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지원사업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고 평가기준과 평가방법이 다른 만큼 결과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정상적이고 오히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였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업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 할지라도 부실대학이라고 평가했던 대학에 재정을 지원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계속 양산해내는 한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평가결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대학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일반 국민들의 정부평가에 대한 기대와 달리, 정부의 대학평가는 일관성있는 결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정부 기관과 정부 사업이 너무 많고, 기관별·사업별로 평가지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2016년 현재 교육부가 직접 시행하고 있는 재정지원사업은 9개나 되며, 이외에도 다른 부처, 각종 재단, 각종 공단 등에서 지원하는 크고 작은 재정지원사업은 무수히 많다.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미래부, 고용노동부), IPP 일학습병행제 사업(고용노동부), 학교기업 지원사업(한국산업기술진흥원),국가장학금 Ⅱ유형지원사업(한국장학재단) 등이 그것이다.

지원사업이 많다보니 유사·중복사업이 불가피하고, 평가과정에서 기본여건지표 배점의 비중이나 정책유도지표의 비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대학 전체를 평가하여 포괄적으로 경상비를 지원하는 방식의 재정지원사업을 도입하지 않고, 현재처럼 각종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평가하여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한 평가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평가결과의 활용에 혼란을 겪는 상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은 너무 많은 평가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 평가의 경우에는 평가 결과와 재정지원이 연계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들은 평가를 거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대학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를 하면서 해당 재정지원사업과 무관한 평가기준, 소위 정책유도지표이다.

대부분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2016년 신규사업인 프라임 사업의 경우, 국립대학은 총장간선제 도입, 사립대학은 평의원회 설치에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교육부의 정책방향을 강제한 바 있다.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의 경우에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간강사 보수수준’을 평가내용에 반영하였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ACE)의 경우에는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평가 결과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은 사업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정부가 대학에 대한 기관지원을 거부하고 사업단에 대한 지원을 고집하는 한 사업별로 다양한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하고, 정부의 대학평가 결과는 일관성을 보여주기 어렵고, 평가를 통해 어떤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하여 해당 사업에 불균형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지만, 선정된 후에도 사업비를 해당 사업에만 써야 한다는 제약도 문제다. 정부가 대학에 계속 재정을 투입하지만, 대학의 교육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원인이 어디 있는지 숙고할 때가 되었다.

정부가 먼저 대학평가와 교육의 질을 연계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대학평가를 대학통제의 수단에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기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위한 대학평가를 계속하는 한 대학 평가는 대학통제의 수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학평가는 재정지원과 분리되거나 느슨하게 연계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사업은 대폭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 대신 대학에 대한 경상비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경상비 지원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송기창, 2010: p.141).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취지는 대학에 대하여 지출용도를 제한하는 사업비 지원 대신에 지출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경상비 지원을 통해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 있다. 대학은 사업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은 ‘사업’에 대하여가 아니라 ‘교육’에 대하여 지원되어야 한다.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평가가 도입된다면, 대학평가는 좋은 대학을 뽑아주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지원방식의 재정지원이 유지되는 한, 대학평가결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학평가가 ‘좋은 대학’을 뽑아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참고 문헌 ]
김종철(1989). 한국교육정책연구. 서울: 교육과학사.
박주호 외(2014).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평가체제 개선방안 연구. 교육부정책연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