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교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정책에서 교원정책 분야는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분야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측면도 있지만, 교원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명확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에듀인뉴스는 교원정책을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좌담과 토론도 진행한다. 교원정책 담론을 형성하는 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교사평가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승진, 성과급 등 인사 자료 제공이라는 총괄적(summative) 목적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형성적(formative) 목적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가지 평가 목적이 서로 연계되지 못한 채, 교사의 전문적 발달보다는 외적 책무성 중심의 교사평가제를 운용해 온 것으로 볼수 있다.

현행 교사평가인 ‘성과평가’와 ‘교원능력평가’는 교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동기유발이나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을 끌어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직에 헌신하도록 하려면 교사평가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재웅 서강대 교육학과 교수

교사평가의 목적

오늘날 ‘평가만능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평가가 시행되고 있으며, 평가에 거는 기대도 큰 것으로 보인다.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교육 분야도 이제는 평가로부터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교사평가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승진, 성과급 등 인사자료 제공이라는 총괄적(summative) 목적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형성적(formative) 목적의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모종의 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교사의 전문적 발달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히 관련이 되어 있기는 하나, 대체로 국회의원, 정책결정자, 그리고 일반 시민과 학부모들은 전자를, 교육 전문가와 교사들은 후자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교사평가의 이러한 두 가지 목적은 때때로 갈등하기도 하고 긴장 관계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양보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교사들을 신뢰롭고 타당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승진, 전보, 성과급 등 인사 관련 결정을 공정하게 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평가는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소위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면서, “학교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학부모들은 마음 놓고 자녀를 학교에 맡겨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주기 위한 목적도 띠게 된다.

이러한 의미의 교사평가는 주로 ‘외적 책무성’의 맥락에서 논의된다. 한편, 교사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교사평가는 특히 교사의 직무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전문적 학습을 통하여 교사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수업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수업 전문성 발달은 교직 생애 전반에 걸쳐 일어나야 하는 과업이라고 할 수 있고, 교사평가는 바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되는 교사평가는 ‘내적 책무성’과 관련을 맺고 있다.

교사평가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할 수는 있으나 두 가지 평가 목적이 상호 연결되어 운영될 때 교수-학습 활동과 학교 조직의 효과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증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가지 평가 목적이 서로 연계되지 못한 채, 교사의 전문적 발달보다는 외적 책무성 중심의 교사평가제를 운용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교사평가에서는 총괄적 목적이 형성적 목적을 압도하고 있어 현행 교사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발달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외적 책무성 중심의 교사평가가 확산될 경우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평가 목적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 좋은 교사평가는 교사의 능력과 실적을 판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조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인사관리, 외적 책무성 보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행 교사평가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교사평가의 문제

그동안 교사들에 대한 평가는 ‘공무원승진규정’에 따라 1964년부터 부분적인 손질을 거쳐 시행되어 온 교원근무성적평정(이하 근평)을 통하여 이루어져 왔다. 교사들은 상급자인 교장과 교감으로부터 (최근에는 동료 교사들도 포함) 평가를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완벽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근평은 교사들로 하여금 전문성을 스스로 신장하게 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고, 책무성을 묻는 데도 별 소용이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동안 근평은 승진을 염두에 두고 교직 생활을 하는 일부의 교사들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제도였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교사들은 근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지, 하면서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평은 승진을 코앞에 둔 일부 교사들이 몇 년 만 잘 ‘관리’하면 되는 제도일 뿐이었다.

그래서 2010년 전면 도입된 것이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이다. 2004년 2월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새로운 교원능력개발평가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능력개발평가제는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해집단 간의 갈등도 컸지만 결국 도입된 이후에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을 받아 왔다. 여전히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사한 내용의 평가인 근평과 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학교 현장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성과급을 위한 교사평가는 현실적으로 급간 성과금의 차이가 증가함에 따라 교사들이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성과 판정의 기준에 대해서는 말도 많다.

2001년도에 교원 성과에 따른 차등지급 기준이 세워지고 시행지침이 학교 현장에 통보되었으나 교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2001년 추석을 전후하여 지급된 성과급에 대해서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납운동이 전개되어 실질적인 성과급은 도입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교원 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으로 2002년 성과급 지급기준을 ‘90% 균등지급 및 10% 차등지급’으로 결정하였으며, 이러한 차등지급 비율은 2005년까지 적용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에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차등지급률이최저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되었고, 2011년부터는 교육청 수준의 학교평가와 단위학교 내 교사평가 결과를 각각 S(30%), A(40%), B(30%)로 평가하고, 전자를 20~30%, 후자를 70~80%로 합산하여 성과급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학교평가 성과급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여, 2016년부터는 학교평가 성과급은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비슷한 목적의 중복평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과급 평가는 근평에 통합된다.

근평에서 교사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와 교원능력개발평가제에서 동료 교사에 대한 평가의 경우 교사들은 평가의 목적에 인지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왜곡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자기중심적 방어문화’와 ‘우리끼리 봐주기 문화’가 지배하는 교직 문화 속에서 객관적인 교사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교사들은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어떠한 종류의 평가에 대해서도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형식적으로만 순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지금까지 시행된 세 가지 종류의 교사평가는 (2016년부터는 근평과 성과급 평가를 통합한 성과평가와 수정된 교원능력평가 두 가지로 시행) 교사들에게 어떠한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지에 대하여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해 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평가가 교사들로 하여금 교직 생활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동기유발 장치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즉 현행 교사평가는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평가의 발전 방향

그렇다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직에 헌신하도록 하려면 교사평가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장기적으로, 교사평가는 외적 평가에서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믿는 가운데 교육 당사자들의 자기 판단을 존중하는 내적 평가 중심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신뢰하여 개별 학교에 교사평가의 책임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내적 평가 또는 자기 평가의 경우 대체로 평가에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전문가란 자기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란 점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내적 평가를 통해 교육 서비스의 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교사를 미성숙한 관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선,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성숙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러한 방향 전환이 사회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교사 스스로 자존심을 갖고 자기 인식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양성과정에서부터 교과와 인성 측면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의 문화가 ‘가르침과 배움’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사평가는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평가 중복에 따른 교원들의 부담감, 평가 결과의 신뢰성 부족, 교사의 핵심 직무인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뛰어난 교사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 학부모나 학생의 교사평가 참여의 적절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근평과 성과상여금 평가를 통합하여 운영한다는 정부의 기본 방향은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되어 교장을 공모하여 적격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교장임용제도가 확립된다면 승진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한 근평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교장임용제도의 개선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안건이지만, 적어도 교사평가가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평 결과를 통한 교감승진제도에서 학교별 공모를 통한 임용제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행착오 속에 정착되어 가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일부 수정을 통하여 교사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평가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우선, 학생이 평가하는 교사만족도는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여, 수업과 학생지도에 초점을 맞추어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평가 결과의 의미와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사의 전문성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업 전문성 개발을 위하여 동료 교사의 수업을 반드시 참관하고 평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지 않은 채 동료 교사 평가가 온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교사 평가의 자율성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업이 교사의 핵심 직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별도로 시간을 내서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나름대로 피드백을 주는 것은 교원평가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폐지한다.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을 직접 참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사 수업 동영상을 시청하고 이에 근거하여 교사의 수업을 평가할 만한 정성을 가진 학부모는 일부에 한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를 통해 교사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단편적인 인상이나 경험에 근거하여 교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사의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교사평가는 교사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교사를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성숙한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니면 비전문적이고 타율적인 미성숙한 존재로 볼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의 교사평가가 외부에서 강요되는 평가를 통해 교사의 헌신을 유도하고자 했다면, 그것은 교사를 후자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교직 사회에서 진정한 변화는 교사공동체 내부에 의한 자발적 참여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우리가 기대고 있던 교사에 대한 인식과 교사평가의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