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라오허지에 야시장' 입구. 사진=김동우 작가>

먹기 위해 떠나기 좋은 나라가 있다. 웬만한 국내 버스 여행보다도 시간이 적게 걸린다. 가격도 싸다. 게다가 사람도 친절하다. 이쯤 되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바로 ‘꽃보다 할배’로 유명해진 라이징 국가 ‘대만’이다. 너도나도 대만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좇아봤다. 처음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괜한 기대로 실망이 클 것 같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려는 기우였다. 대만은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나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나라가 됐다.

김동우 여행·사진작가

<대만의 망고빙수, 큼직한 망고와 달콤한
우유 얼음이 식감을 자극한다.
사진=김동우 작가>

우육면, 망고 빙수, 야시장

우리나라에서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편은 워낙 많다. 또 김포공항에서 송산으로, 혹은 인천공항에서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입맛대로 선택하면 된다. 짐을 푼 뒤 야경을 보기 위해 타이베이101 타워로 향했다.

물론 ‘모든 여행은 그 지역의 먹거리로 시작한다’는 신조답게 대만인들이 사랑하는 ‘우육면’을 맛보기 위해 근처 맛집부터 찾았다. 진짜 중국 음식에서 느껴지는 담백한 기름기와 뽀얀 육수, 거기에 살아 있는 면발은 마치 곰국에 넣은 면을 떠올리게 했다.

국물은 곰국보단 훨씬 기름지지만 거부감이 드는 맛은 아니었다. 입안에 착착 감기는 면발과 담백한 육수는 개운한 기분과 함께 건강까지 챙겨줄 것만 같다. 다음 코스는 ‘망고 빙수’. 우리나라에서 ‘망고 빙수’ 열풍을 불러일으킨 대만의 바로 그 집이다.

명성만큼 큼직큼직한 망고와 달콤한 우유 얼음이 담긴 소담스러운 그릇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움을 준다. 눈보다 더 하얀 빙수와 그 위에 노란 망고를 얹어 가만히 혀 위에 올려 본다. 스르륵 녹아버리는 빙수는 어느새 입안을 촉촉이 적시고, 살짝 언 망고는 단맛이 올라오기 전에 입안을 상큼함으로 씻어 낸다. 방금 맛본 우육면의 기름기는 온데간데없다. 이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라오허지에 야시장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먹거리는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드다. 사진=김동우 작가>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대만에는 아직도 가봐야 하고 먹어야 할 것들이 많다. 타이베이에 어둑발이 내리 깔렸다. 그럼 으레 가봐야 할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라오허지에 야시장으로 향했다.

대만의 4대 야시장 중 한 곳인 라오허지에 야시장은 특유의 화려함이 있어 나름의 매력을 뽐낸다.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야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로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600m에 이르는 길이 직선으로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걷기에도 그만이다.

천천히 걸으며 아이쇼핑을 즐겨 본다. 그런데 걷는 속도는 굼벵이처럼 더디기만 하다. 대만의 오색찬란한 음식들이 자꾸만 발걸음을 잡아 세우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을 도대체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이것저것 음식을 하나씩 사먹고 화려한 음식에 빠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 바로 야시장이다. 하루를 이렇게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다음 날은 타이베이를 떠나 좀 색다른 풍경을 감상해 보자.

대만 택시투어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타이베이 근교 ‘택시투어’였다. 대만 택시투어는 한국인들 때문에 성황을 이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로 번창하고 있다.

투어 예약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인터넷 녹색창에 ‘대만 택시투어’만 검색해도 수십, 수백 개의 투어 회사명이 나온다. 고맙게도 모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투어 회사 중에선 한국어가 가능한 드라이버를 배정해주는 곳도 있다.

투어는 택시당, 시간당 가격이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한 택시에 4명이 정원이기 때문에 혼자, 혹은 둘이라면 투어 동행자를 구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7인승, 9인승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이 있으며 인원에 맞게 선택도 가능하다.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숙소 앞에 대기 중인 택시에 올랐다. 택시투어의 순서는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타이베이 북부 해안에 위치한 예류지질공원은 해수욕장과 온천,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세계 지질학계가 중요한 해양생태계 자원으로 인정했을 만큼 각양각색의 바위들은 여행자들의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버섯 모양의 선암상 군락을 볼 수 있는데,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여왕 머리’. 고대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두상을 닮은 이 선암상 주위에는 항상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긴 줄이 이어진다. 짙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거기다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기암괴석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스펀은 1910년 말 이룽하곡에 탄광업이 발달하면서 운송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촌락이다. 스펀 여행은 대만의 옛 모습을 느끼고 자연 속에 파묻혀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펀에서는 천등에 소원을 적어 날리는 행사가 유명하다.
사진=김동우 작가>

무엇보다 스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천등 날리기’. 천등을 파는 가게가 스펀역 주변에 늘어서 있어 아무 곳에서나 천등을 구매한 뒤 날리면 된다. 천등 네 면에 붓으로 소원을 적으면 되는데, 색깔(빨간색은 건강, 노란색은 금전·재물, 파란색은 직업·일자리, 보라색은 학업·시험, 분홍색은 애정·결혼) 마다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진과스는 대만 동북쪽에 위치한 광산 마을이다. 과거 이곳은 금광으로 유명했는데 1970년대 금이 고갈되면서 쇠퇴기를 맞는다. 그러던 중 1990년대 대만 정부가 진과스를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예(류)스(펀)진(과스)지(우펀)’로 불리는 여행코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진과스를 꼽겠다.

산 정상을 향해 구불거리며 오르는 좁은 도로, 산속에 바둑알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낮은 채도의 가옥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오래된 골목길은 마음에 쏙 드는 장소였다. 특히 박물관 옆길을 따라 음양해 전망대까지 이어진 산책로를 20~30분쯤 걸어 들어가면 진과스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푸른 하늘과 발아래로 꿈틀거리는 바다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 같은 풍광이다. 진과스의 감동을 뒤로한 채 지우펀으로 향했다.

<비정성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온에어>, <꽃보다 할배> 등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 등이 유독 많이 촬영된 장소였다. 그만큼 극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고나 할까. 대만 북부 신베이시에 위치한 지우펀은 마을 전체가 계단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골목마다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지우펀의 야경이 대만 여행의 절정을 이룬다. 사진=김동우 작가>

특히 지우펀의 야경 속에서 즐기는 길거리 음식, 아기자기한 소품, 홍등 등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천천히 마주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걸어보자 식욕을 돋우는 음식 냄새가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고 방긋거리는 상인들의 미소에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진다. 중국 같기도, 일본 같기도 한 지우펀의 좁은 미로 같은 골목에 걷기 여행의 참 맛이 있다.

빠듯한 일상, 긴 비행시간이 부담스럽고, 마땅한 여행 계획도 없다. 더군다나 처음 방문하는 나라의 두려움은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연휴를 그냥 보내는 것도 싫다. 그럼 답은 ‘대만’이다. 대만은 다양한 여행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나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