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서울시 NPO지원센터 기획위원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의 변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우리 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또 우리 교육은 그에 상응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혁명과 우리 교육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조명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교육과 관련한 바람직한 담론 형성과 대안 제시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첫 번째 순서로 서울시 NPO지원센터 기획위원인 신하영 박사가 제안한 내용을 싣는다.<편집자 주>  

디지털 혁명으로 교육이 변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고, 이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어떤 부분이 변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교육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민주화를 거치면서 여러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르네상스는 종교가 가지고 있던 교육의 권위를 인간에게 옮겨왔고, 산업혁명은 조직화된 체계를 교육에 가져다주었다. 민주화는 교실 속의 권력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 기술은 이전의 기계 기술이 가져다주었던 교육의 변화와는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기계 기술은 교수 방법과 학생의 접근성, 교실의 환경 등을 변화시켰다.

원격 교육이 가능해지면서 수월성과 편리함이 교실 환경에 찾아왔고, 학생에게는 물리적 장벽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변화는 지식 정보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도 교육의 외연을 확장해 주기는 했으나, 교육 자체의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에서 지금 우리는 교육의 정체성, 교육 현상이라는 개념 아래 포함되는 이미지와 개념 자체의 변화를 겪어내고 있다.

스마트 기술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는 신인류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받는 엄청난 변화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술의 등장이 아닌, 전반적으로 논리와 직관 간의 관계를 바꿔놓고,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Michael Peter Edson et al., 2014)

이 페이지에서는 디지털 사회에 인터넷상에 공개, 공유된 인류 지식의 축적물을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다루어 보고자 한다.

신하영 교육학 박사, 서울시 NPO지원센터 기획위원

디지털 혁신은 가르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확장은 우리 사회와 교육의 가능성과 장벽을 모두 증폭시키는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기술은 물리성을 극복한 코드(code)를 가장 작은 변화의 질료로 가진다는 측면에서 변화와 혁신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수많은 실리콘 밸리의 혁신가들이 허름한 뒷마당 차고에서 세상을 뒤집을 혁신(garage innovation)을 만들어낸다. 저비용으로 혁신이 일어나지만, 그 효과와 여파는 엄청나다.

기계설비 없이 스마트폰에 ‘까는’(install) 어플 하나로 제품이 판매되고, 원격으로 제품을 자동 업데이트해 주면 되니, 소프트웨어 상품은 그야말로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까지 절감되는 초(超)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 그야 말로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의 교육은 산업 사회의 표준화된 교육, 지식기반사회의 문제 해결 교육과는 또 다른 접근과 인재상을 필요로 한다.

이미 주어진 설비와 토대를 잘 활용하는 능력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필요를 창출하는 창의력과 통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고력과 상상력은 학령기에 주어지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통해서 배양될 수 없다.

흔히들 디지털 분야에서는 일상생활보다 학계가 10년 빠르고, 학계보다 산업계가 20년 빠르게 그 변화를 체감한다고 일컬어진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계 혹은 변화를 선도하는 이들을 학교가 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Hargreaves, 2003).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무방비하게 디지털 사회, 변화의 소용돌이에 던져지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우리 교육은 무엇을 길러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변화 그 자체를 학습하는 능력이고, 지속가능한 학습 즉 ‘평생학습’을 위한 자세와 능력이리라.

지속가능 한 학습은 공유와 개방의 시대, 무한대의 인터넷 공간에 주어진 막대한 교육 자원을 통해 가능해진다.

OER-공개하고, 공유하고, 공부하다

‘열린교육자원(Open Educational Resources)’ 즉 OER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고 기기 간(inter-device) 경계를 넘어 공개 혹은 공유되는 학습자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OER의 개념은 기존의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의 개념과 미국의 예일대학이 운영하던 오픈 예일 코스(Open Yale Course), MIT가 운영하는 MIT 오픈 코스 웨어(Open Course Ware : OCW) 등의 개념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기존에 공유재 혹은 공공재(commons)로 정의되던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및 서비스 중 교육 영역에 해당되는 물질적·비물질적 콘텐츠를 모두 포괄한다. OER이란 강의 동영상, 수업 자료, 단위, 소프트웨어, 평가 및 관련 플랫폼 등 모든 자료들을 교육적인 목적으로 접근, 재생산, 재활용을 포함한다.1)

1) 출처: 열린지식재단(Open Knowledge Foundation OER 그룹 블로그(http://education.okfn.org/)

OER 운동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그 시작과 발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인터넷과 스마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난 교육 및 학습 분야의 혁신이다.

학계에서는 OER의 형태 및 연원을 1990년대 중반부터 학습 객체 혹은 요소 자료로서의 재구성, 재활용을 강조하는 주장으로 시작되어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FOSS)’ 형태로서 발전된 것이라 본다.

실제로 교사들이 자신들이 학습공동체를 통해 공유하고 피드백을 통해 서로 발전해 나가면서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만들어낸 교재 및 자료가 곧 OER에 해당된다. 더 나아가서 서로 공개하고 공유한 자료를 모아두는 아카이브 즉 문서 및 콘텐츠 저장소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또 다른 OER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또한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의 결과물 뿐 아니라 과정의 궤적(log)을 인터넷상에 무료로, 쉽게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및 동영상 콘텐츠로 공유함으로써 다른 학습자가 이를 통해 더 풍성한 학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교육공학 및 교수학습의 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할 때 OER은 확장적이고 창의적인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교수학습 행위가 발전한 것이다.

둘째, 비영리·공익 국제개발 영역에서 교육기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주력하는 운동 영역이다. 2000년 다카 (Dakar) 회의에서 결정된 유엔교육문화기구, 즉 유네스코(UNESCO)를 중심으로 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다.2)

2) 출처: EFA 위키피디아 항목(https://en.wikipedia.org/wiki/Education_For_All)

유엔은 새천년 개발 목표(MDGs)와 함께 EFA를 아동 및 청소년, 성인 모두의 교육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운동영역을 두고 2015년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 기회 평등을 위한 캠페인과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개발도상국 또는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학습자들의 교육기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두되는 운동의 방향이 학습자료의 공개 및 공유인 OER 운동이다.3)

3) 사실상 MDGs 중 교육 분야의 목표를 2015년까지 완성하기란 요원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외국교육동향.  2011.11.24.

공유와 개방 운동은 창작적 공유재 운동(Creative Commons)을 통해서 탄력을 받으며 모든 기술과 문화, 지적재산 분야에 걸쳐서 폐쇄적인 저작권·지적재산권 및 특허의 장벽을 허물어 왔다.

이 운동은 그동안 물리적 재화의 교환 및 거래 방식의 한계로 인해서 생겨난 격차를 모든 분야에서 극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OER은 교육 분야에서 경제적·지리적· 언어적 장벽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교육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교육기회 불평등 해소의 기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셋째, 교육개방과 평생교육, 원격교육의 변화를 세계 유수 대학이 발 빠르게 받아들인 교육혁신이다. 이미 OER 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대학 강의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MOOC이다.

2009년 OCW 운동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세계의 유수 대학들은 현재 코세라(www. coursera.org), 유데미(www.udemy. com) 등의 초국가적인 MOOC 플랫폼을 통해 대학의 대표 강의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처음 MIT와 하버드, 예일,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들이 공격적으로 그들의 강의를 무료로 공개하기 위해, 대학의 막대한 자산을 투자해가며 강의를 고화질로 촬영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유지·보수해가며 운영한 것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사회에 대한 대학의 책무성을 수행한다는 측면이다. 이는 초창기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 자신의 유명 강좌 ‘정의란 무엇인가(What is the right thing to do?)’를 모두 공개하고 해당 강의의 강의록과 슬라이드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면서 밝힌 것과 상통한다.4)

4) 출처: 마이클 샌델 홈페이지(http://www.justiceharvard.org/)

또 다른 측면은 교육개방에 따라 전 세계에서 미국의 유수 대학으로 유입 되는(in-bound) 학생들을 의식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서 MOOC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대학들은 전 세계의 더 경쟁력 있는 학생들에게 우수하고 질 높은 강의를 미리 공개하고 이들에게 진학을 결정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OER은 우리 교육을 어디까지 변화시켰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OER이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분야는 MOOC가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대학 즉 고등교육 분야이다.

대표적인 MOOC 플랫폼인 코세라는 전 세계 140개 이상의 유수 대학의 수천 개의 강좌를 총망라해 예술 및 인문학, 경영, 컴퓨터과학, 정보과학, 생명과학, 수학 및 논리학, 개인 역량 강화, 물리학 및 기계공학, 사회과학, 언어학습의 10개 영역으로 재편성해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최근 인기 및 전문강좌를 유료로 전환해 해당 학교의 강좌 및 일부 전문가 과정에 대한 수료증을 발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진정한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OER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2012년 4월 플랫폼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정규 대학 수료 및 졸업 제도와 연결하기 위한 실험을 해 온 결과물이라는 측면에서 고등교육 분야의 투자적 성격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OER은 비단 고등교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아교육 및 초중등교육에서도 OER이 스마트 기술과 결합하여 날로 그 형태와 공유 경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강의안, 수업계획서, 강의 동영상을 공유함으로써 자생적인 교사연구회, 교사 학습공동체를 기존의 교내 영역에서 확장해서 인터넷상으로 더 많은 동료 교사에게 교수학습 전문성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교사들이 공개 및 공유한 OER은 인터넷상에서 기존의 물리적 장벽을 넘어서 여러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접근 가능해졌다는 측면과 함께, 학습 자료의 전문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육전문가로서 교사가 사회적 책무성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로 124개국 교사 1,473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59.5%에 해당하는 교사들이 더 다양한 학습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교수학습 계획안을 짜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OER을 활용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5)

5) 출처: OER Hub Data Report 2015: Building Understanding of Open Education (http://oerhub.net/wp-content/uploads/2015/11/20151117-  OER-Hub-Data-Report.pdf)

미국의 대표적인 교사 OER 플랫폼인 Education World(www.educationworld.com)는 수업계획안, 과제물 샘플, 슬라이드 등을 제공하고, 이러한 OER을 활용한 수업 경험에 대해서 교사들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SNS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학습자들도 자발적으로 OER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학습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과제물을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공유하거나 유튜브(YouTube)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학습 과정 및 학습 노하우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공유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먼저 전공 강의를 배우고 전수해주던 노하우를 이제는 동영상이나 블로그 글로 정리해서 올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넓게 해석해 보자면, 기존의 교육기부, 지식 나눔 운동이 스마트 기술로 날개를 달고 보다 활발히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학습놀이터(http:// cafe.naver.com/welearning2011/)가 현직 교사들과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활발한 OER 플랫폼으로 운영된 바 있다. 학습 놀이터는 ‘학원 없이 공부하는 습관’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원에서 따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학교 수업 진도를 소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수업 동영상을 OER로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T 나는 공부-또래쌤’이라는 파트를 따로 두고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각자 영어, 수학, 국어 등의 여러 과목에 걸쳐서 자신의 학습 노하우를 간단한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공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 스스로 또래들의 쌤(선생님)이 되어주는 소중한 학습과 자기표현의 경험을 가져보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생들이 교사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다양한 동영상 만들기 툴킷을 스스로 습득해 자신의 학습 동영상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는 점이다.


스마트 기술과 교육의 행복한 만남, OER

OER은 사실 어렵거나 새로운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학생들끼리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거나, 교사들이 엮어낸 자발적인 학습 공동체를 통해 초임교사가 베테랑 교사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는 등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던 지식과 경험의 나눔이 스마트 기술을 통해 더 넓게, 빠르게 가능해진 것이다.

OER은 비공식적으로,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던 이러한 공유와 나눔이 인터넷 공간에서 스마트 기술을 통해 언어와 거리, 국경의 장벽을 극복해 나가는 하나의 방향이요, 지향점일 것이다.

나눔과 공유는 이미 안 이(先生)가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교육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생태계 안에 속하는 교사, 학습자, 학부모, 교육전문가 모두 OER 을 만들고, 활용하고, 또 전하는 선순환 구조에 참여할 때 스마트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기술격차가 교육기회의 불평등, 교육 격차를 증폭시키는 위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학습자들, 어린 학생들은 스마트 기술에 매우 많이 노출되어 있고, 또 습득이 빠른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다. 이런 측면에서 OER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우리 학생들은 이미 한 걸음 앞서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학생들이 풍성한 OER 생태계에서 얻은 더욱 다채로운 학습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블로그 포스팅, 간단한 동영상 등의 OER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는, 스마트 기술과 교육의 행복한 만남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