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현황과 분석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고 고질적인 문제다. 교육의 경쟁이 강화될수록 사교육에 대한 수요도 커지게 마련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사교육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공교육의 보완재가 아니라 공교육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에듀인뉴스가 사교육 현황과 실태를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김승현 숭실고 교사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경쟁이 강조되는 교육환경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 더 많이, 잘 배우겠다는 사교육의 동기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지나친 사교육은 창의적인 교육과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방해하며 공교육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사교육의 영향력 확대는 교육 기회의 격차를 벌리고 가계의 건전성을 위협하여 가정의 노후대비는 물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 전반의 왜곡을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 시행하여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통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사교육비 현황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방향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사교육비 현황

(1) 총사교육비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 규모는 17조 8천억 원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2009년 21조 6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6년 연속 감소한 수치이며 전년과 대비하여도 4천억 원이 감소한 결과이다.

교육부는 이 수치를 바탕으로 사교육비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홍보하였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에도 전년 대비 4천억 원이 감소하였지만, 이는 전체 초중고 학생 수의 감소(19만 7천 명) 효과를 따지면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2) 사교육 참여율

전체 사교육 참여율은 2015년 68.8%인 것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0.2%p 소폭 증가하였다. 하지만 참여율은 2007년 77.0%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을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감소함을 알 수 있다.

(3)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총사교육비 규모는 줄었지만, 사교육비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이다. 2015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4천 원으로 오히려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명박 정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은 적게나마 감소 흐름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2013년에 증가세로 돌아서서 3천 원이 오르더니 이번 조사에서 결국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그런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최고치라고 하더라도 24만 4천 원에 그친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과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이는 교육부의 통계가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과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평균을 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 참여 대상 자체로만 한정해서 별도로 사교육비를 도출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전체는 35.5만 원으로 11.1만 원 차이가 나고 특히 사교육 참여율이 낮은 고등학생의 경우 2015년에 전체 학생 대비 사교육비가 23.6만 원으로 나타났는데,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 한정하여 다시 계산할 경우 47.0만 원으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만약 한 가정에 자녀가 두 명이라면 최소한 70만 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이 평균 수준에 몰려 있지 않고 소득 계층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3/4분기 ‘가계동향 지수’ 중 학생학원교육비(사교육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저소득)와 10분위(고소득) 간의 소비지출 격차는 4.3배인데 반해서 학생학원교육비 지출은 16.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3/4분기에 소비지출 격차가 4.0배, 학생학원교육비 격차가 10.1배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해서도 더욱 벌어진 결과이다.

(4) 과목별 사교육비

사교육 대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항목 중 하나가 과목별 사교육비이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사교육비 지출은 영어와 수학에 집중되어 있다.

2015년의 경우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는 각각 5조 8,348억 원, 5조 5,932억 원을 기록하여 전체 사교육비의 64%를 차지하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시기에는 영어가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다가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수학에 지출하는 비용이 영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5) 방과 후 교육비 및 영유아 사교육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각 가정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지출한 총비용은 1조 1천 6백억 원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방과 후 프로그램은 사교육 경감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방과 후 비용도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원 등에 지출하는 비용과 똑같은 사부담 교육비이기 때문에 사교육비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발표하는 사교육비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하는 사교육비 통계에 빠져 있는 또 다른 중요한 항목은 영유아 사교육비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추정연구’에 따르면 영유아 사교육비가 2013년에는 2조 6천억 원, 2014년에는 3조 2,28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1)

1) 육아정책연구소는 작년 12월 발표한 연구에서 2015년 영유아 사교육비가 1조 2,0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조 238억이 줄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영유아 사교육비 증가가 문제가 되자 조사에서 유치원/어린이집 특별 활동비 등 이전에는 포함되었던 사교육비 항목을 대폭 축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영유아 사교육비는 명백한 사교육비 지출에 해당하며 그 규모와 참여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사교육비 통계에서 빠져 있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사교육 대책의 방향

사교육 문제에 접근하는 정책의 방향을 크게 분류하면 사교육의 수요 자체를 없애는 정책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체계 안으로 흡수하는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책의 성격으로 보면 전자는 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며 후자는 해열제나 진통제의 성격을 갖는 대중적인 처방 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한다면 사교육의 효과에 대한 부모들의 오해 와 의존을 바로 잡는 인식 개선 노력이 있을 것이다. 

(1) 경쟁을 유발하는 입시와 제도의 근본적 개선2)

2) 물론 더욱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양극화 등 교육 바깥의 사회 환경 요인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너무 큰 담론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교육 경쟁을 유발하는 입시와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수직으로 서열화된 고교와 대학 체제를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다.

고교는 수평적인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학은 고교와 다르겠지만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입학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3)

3)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 선발을 탈피하기 위하여 그동안 시도되었던 다양한 시도들(논술, 특기자전형, 최근의 학생부종합전형 등)은 전형요소가 무엇이든 각각의 장점에도 불구하도 촘촘한 대학서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도록 대학서열을 완화하는 근본적인 대입전형의 변화를 담은 대안을 올해 안에 사회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각 단계의 입시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세심하게 찾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학교 이후 특히 고교 단계에서 집중되고 있는 수학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 시험 범위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사교육의 수요를 대체하는 공교육의 역할 제고

방과 후 프로그램, EBS 강의와 수능 연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책은 현실적으로 사교육의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그 수요를 대신함으로써 일정 부분 사교육 경감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보완적인 수준에서 그쳐야지 무리하게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어 현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EBS-수능 연계’ 정책은 어느 정도의 사교육 경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더 큰 것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3) 사교육 효과에 대한 인식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사교육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사교육에는 너무 많은 ‘거품’이 끼어 있어서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해롭기까지 한 사교육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교육 효과에 대한 오해와 의존은 학교급이 낮을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영어는 일찍 가르칠수록 효과가 있다’는 조기 영어 교육의 신화가 가장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된다.

사교육비 현황에서 확인한 것처럼 초등학교 단계에서 영어의 총 사교육비 규모는 2조 2,886억 원으로 수학의 1.6배에 달하고 있으며, 영유아 사교육비에서도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뇌과학자들도 우리나라와 같은 영어 환경에서는 ‘조기교육’의 폐해와 심각한 비효율에 대해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의 잘못된 정보와 논리에 포섭되어 있는 현실에서 부모 개인의 가치관과 판단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의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특목고 입시 개선을 제외하면 사교육 경쟁을 유발하는 입시와 제도의 근본적 개선보다는 사교육 수요를 대체하는 정책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거나 심지어는 자사고와 같이 경쟁을 더욱 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사교육 문제를 정부의 주된 정책 과제로 삼아 추진하였고 실제로 미세하게나마 사교육비가 감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줄어들었던 감소분마저 2년 만에 다시 원상회복되면서 결국 2015년에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지난 2월 2015년 사교육비 통계 결과를 발표 하면서 주로 제시한 내용은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도 선행교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교육 수요를 대체하는 공급 대책을 손질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제대로 된 처방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 과 제도적 요인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