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연구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 중에서 다른 나라와 다른 특별한 것은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과 이로 인해 사교육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교육을 공교육(public education)이라고 할 때, 사교육(private education)은 민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사립학교 교육을 사교육 통계로 잡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를 포함하여 정규 학교 교육은 모두 공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정규 학교 교육을 제외하고 학습의 주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일체의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정부에서 모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예산의 측면이나 인력의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한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교육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인적자본론의 관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매우 의미있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사교육이 사회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면에 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는 것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사교육도 존재한다.

불필요한 사교육이 교육제도나 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이 높다. 국가적으로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정책들이 시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교육비 경감 정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나뉘고 있고,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특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방과 후 학교는 학교 교육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가정 아래 국가적으로 개인의 부족한 학습을 보충해주는 제도이다.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교육에 대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이를 제공해 주는 방식을 소위 ‘국가과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EBS 수능강의와 방과 후 학교가 대표적인 국가과외 정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제도는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더욱 발전적 제도로 개선하기 위한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방과 후 학교 제도의 개요와 현황

‘방과 후 학교’라는 명칭을 교육정책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2005년 참여정부 시절이다. ‘방과 후 학교’라는 정책 명칭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작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과 후 학교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의 개념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학교 시설을 활용하여 다양한 교육 주체가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속의 또 다른 학교’라고 규정되었다.

방과 후 학교 제도가 나오기 이전에도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보충수업’이 진행되어 왔는데, 이때의 보충수업은 학교의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과 수업의 연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제시된 방과 후 학교의 개념은 교과나 비교과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학생들의 학습 수요가 있는 경우에 외부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 는 점에서 기존 보충수업과는 다르다.

하지만 ‘방과 후 학교’ 아이디어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구체화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교육을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학교 시설에 대한 책임이 학교장에게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주체에게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맡기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어 결국 방과 후 학교 운영도 학교장이 책임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학교장이 책임지는 형태의 방과 후 학교 제도가 학교 현장에 도입된 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교육부에서는 매년 통계청과 공동으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그 안에 방과 후 학교 수강 현황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3년 이후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경우 학교급별로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60.2%, 중학교 40.8%, 고등학교 67.2%로 나타났다.

유상으로 수강하는 방과 후 학교 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초등학 생은 52.2%가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44.3%, 교과 프로그램은 15.9%로 나타났고, 중학생은 26.7%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데, 특기 적성프로그램에 13.4%, 교과 프로그램에 15.7%가 참여하고 있으며,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58.6%가 참여하고 있는데,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6.2%, 교과 프로그램은 56.3%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방과 후 학교의 운영 형태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년별로 필요로 하는 사교육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제도의 의의와 한계

2005년에 처음으로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시행되면서 제시된 정책목표는 ‘사교육비 경감, 교육복지 실현, 학교 기능의 보완, 학교의 지역사회화’라고 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사교육 비를 경감시키겠다는 목적이 가장 강조되었다.

또한 사교육의 수요는 있으나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저소득층 학 생들에게는 정부가 무상으로 방과 후 학교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육복지적 접근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방과 후 학교에서는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의 경직성을 극복하여 수요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학교 기능을 보완하도록 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의 대상을 좀 더 확대 하여 지역사회의 학습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설정했던 정책 목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평가해 봄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첫째,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 경감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교육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방과 후 학교 수강은 사교 육비 경감에 효과적인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성균관대 사교육혁신 교육연구소의 공 분산 분석 결과로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한 학생의 사교육비 절감액이 월간 4.3만 원(연간 51.9 만 원), 중학교는 월간 3.3만 원(연간 39.8 만 원), 일반고는 월간 3.1만 원(연간 37.2 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것이다.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게 되면 참여하지 않는 학생과 비교하여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근거로 방과 후 학교의 효과를 논의한 것인데 효과의 크기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둘째,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복지 혜택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일정 부분 긍정적인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2015년 방과 후 학교 운영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바우처 형태의 자유수강권을 지원한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에 598,55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169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학교 기능의 보완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살펴보면, 일부 긍정적인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의 교육과정은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교육과정의 틀에서 벗어난 수업 운영이 힘들 정도로 경직적이다. 교실 수업에서 교사가 자율성을 갖기 힘들고,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해진 내용과 범위를 벗어나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방과 후 학교는 이러한 교육과 정의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목표가 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지역사회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방과 후 학교는 아직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 방과 후 학교 현황 자료에 나타난 프로그램별 강사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현직 교원이 52.7%, 외부 강사가 47.3%로 나타나서 외부의 참여가 많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학교의 지역사회화라는 개념은 강사의 측면보다는 참여하는 수강생의 측면이 더 중요한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수강생은 역시 그 학교의 재학생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학교의 지역사회화가 구현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교육 제도를 개선하여 방과 후 학교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앞에서 방과 후 학교 제도는 현재까지 초기에 설정한 정책목표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많은 교육정책이 만들어졌다가 폐기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정권의 변화를 넘어서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설계될 때 설정한 사교육 프레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방과 후 학교 제도는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특히 교과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제도의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사교육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사교육은 말 그대로 해석해 보면 학습자가 본인이 필요한 부분을 학습하기 위해 사적으로 비용을 지불하여 교육받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밖에서 학습자의 필요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교육을 받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존재하는 형태의 학교 밖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교육과 같은 공교육 체제가 모든 학습 수요를 다 반영하여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 이외의 다양한 교육 경험이 사교육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문제라고 인식되는 사교육은 학교 교육에서는 충족할 수 없거나 학업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받을 수밖에 없는 과도한 사교육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교육을 ‘특정한 교육 제도에 의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정한 교육 제도에 의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교육에 대해서 정부가 인정하고 있다면 이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정한 교육 제도에 의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교육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에서 이전 단계 학교 교육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을 평가하는 입시제도에 의한 사교육이다. 이 경우에는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내용을 학교 교육을 통해 완전히 해결할 수 없게 되며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학의 조건으로 외국어 인증 점수를 요구하거나, 외부의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해당하며, 학교별 시험에서 학교교육 과정을 벗어나 어려움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선발 시험에서 하급학교의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평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학생을 선발하는 상급학교의 욕심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과도한 스펙이나 교육적 성과를 요구하는 입학 제도에 대해서는 자율적 규제를 통해 점검하고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교들의 노력에 의해 상당히 해소되어 왔고, 앞으로도 철저한 관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문제의 소지는 줄어들고 있다. 둘째,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교육 제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사교육이 있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교육제도의 핵심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대평가 형태의 내신평가와 입시에 활용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고부담 평가가 이에 해당한다.

상대 평가는 어떤 교육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보다는 경쟁의 그룹 내에서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을 두는 방식이며, 학습의 과정보다는 동일한 조건에서 누가 앞서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서열을 매기기 위한 상대평가는 짧은 시간에 정확한 답을 맞히는 능력을 재고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위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상대평가의 과정에서는 상대적 서열에 의해 무조건 실패자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의 교육 목적이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는 기능적 측면에 치중하게 된다.

교육에서 경쟁이 필요하다면 내용적으로 더 심화되고 더 첨단의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쟁은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을 맞히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정해진 교육과정을 무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있으며, 한 치의 실수가 없도록 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의 과정이라기보다는 훈련(training)의 과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짧은 시간에 정확한 답을 재생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반복하는 사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에 해당한다.

이러한 교육내용의 반복 연습은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 바이엘 상권에 나오는 ‘나비야’ 노래를 연주하는데 한 치의 실수가 없도록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반복 연습은 결국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교육의 과정 자체보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에 대비하여 실수를 줄이도록 하는 연습을 반복하도록 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결정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고 평가 결과의 교육적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 속도에 맞추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모두가 학습에 성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절대평가는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뿐 아니라 경쟁에 의해 유발되는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학을 포함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상급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절대평가의 결과와 비인지적 활동 결과를 활용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이제 절대평가로 의 획기적인 변화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며 학습을 위한 학습이 이루어 지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면 방과 후 학교는 더 큰 교육적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방과 후 학교, 학교의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로

“주민들은 일과 시간을 마치고 퇴근 후에 저녁 식사를 하고 자녀와 함께 인근 학교에 학습을 하러 간다. 학교에서 이웃 주민들과 함께 취미 생활을 위해 바둑이나 체스를 배우기도 하고, 축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하기도 하며, 논어나 국가론 등 동서양의 고전을 배우기도 한다. 외국어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기도 하고, 함께 음악 감상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학교 도서관에서 가족들이 함께 원하는 책을 골라서 독서를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의 학교는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즐거운 학습의 공간이다. 이러한 학교의 사례가 있다면 정말 삶과 학습이 어우러지는 배움의 공간으로 학교가 활용되는 모습이다.

방과 후 학교가 원래 계획되었던 초기의 목적 중에서 ‘학교의 지역사회화’ 라는 부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방과 후 학교 제도를 다시 한 번 재설계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의 용도가 주로 일과시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습에만 국한되어 있고, 일과 후에 이루어지는 방과 후 학교는 재학 중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학교 시설이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국가적으로 본다면 11,500여 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시설이 상당한 시간 동안 활용되지 않고 있다. 방과 후에 학교 시설이 다양한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해외 사례는 상당히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학교의 시설 관리 책임을 학교장이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어서, 학교장은 학교 운영을 위해 시설을 빌려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시간 동 안만 학교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 이외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학교의 시설을 활용하여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과시간 중에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이 함께 운영되고, 방과 후에는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물론 일과시간에는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과 후 학교를 지역사회화 하는 것이 꿈같은 미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학교 시설이 남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노령화로 인해 노인복지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학교 시설을 지역사회의 학습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과 후 학교 제도가 처음 기획될 때의 정책 목표에 반영되어 있는 ‘학교의 지역 사회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작은 하나의 학교로도 충분하다. 시범적으로 성공하는 학교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그 숫자를 서서히 늘려간다면 즐거운 방과 후 학교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