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1) 이 원고에서의 쿠바 교육 내용은 요시다 다로 (2012), 위종훈 옮김, 《교육천국, 쿠바를 가다》를 참고했으며, 일부 내용은 쿠바를 방문하여 현지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쿠바는 의료와 교육 그리고 농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로서 우리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와는 달리 국민들에게 자유는 보장되지 않으며, 경쟁도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경제나 국민의 편의 시설은 매우 낙후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측면에서는 지난 2004년 유네스코가 발표한 ‘만인을 위한 교육 모니터링 리포트 2005’에서 교육 모델 국가로 선정한 네 곳중 한 곳으로(핀란드, 한국, 캐나다와 함께) 선정되기도 했고, 식자율(읽고 쓸 수 있는 비율)이 100%인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로 소개되기도 했으며 현재 영국이 쿠바 교육을 많은 측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와는 아주 다른 여건과 체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쿠바의 교육이지만 우리교육에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시사를 주고 있다.

우리가 쿠바 교육의 장점을 체제의 차이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쿠바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개선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교육에서의 ‘경쟁’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쿠바 교육의 경쟁력

우리 교육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은 대부분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딪치고 있는 교육에서의 과도한 경쟁은 매년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만큼(비공식 조사로도 180명이 넘게)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우리 교육에서는 다른 사람을 떨어뜨려야 내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경쟁 시스템이고 또 그것을 통해서 ‘고학력’을 갖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쿠바의 교육은 근본적으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는 하나, 소위 에몰리시온이라는 경쟁 시스템을 갖고 타인을 떨어뜨리는 수단이 아닌 서로 갈고닦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상호 협력 학습’을 통해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목표와의 경쟁 속에서 고학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것의 밑받침에는 쿠바가 학력 사회가 아니라 자격 사회라는 점과 대학 졸업을 하든 안 하든 처우가 다르지 않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라는 점 때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쿠바 교육에서 우리의 경쟁 시스템에 주는 시사점은 경쟁만이 ‘고학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교육-학습 상황에서의 경쟁완화를 위해, 그리고 미래의 교육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상호협력학습(이미, 핀란드의 교육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시행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의 과도한 경쟁시스템을 완화시키면서도 고학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고학력을 위해 상호 협력 학습을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구성주의의 입장에서 ‘지식이 개인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진다’는 최근의 교육사조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정책에서의 교육투자 순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쿠바의 교육투자 정책

우리나라 교육에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의 하나는 국가정책에서 교육의 우선순위가 늘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발전이나 국가의 부를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OECD 국가 중 늘 하위에 머물고 있고(물론, 비정상적인 사교육에 드는 경비는 적지 않지만) 이것은 교육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어느 정도까지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지금에는 부의 분배와 함께 교육의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여겨진다. 

쿠바가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이고, 체제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현상이기는 하나, 세계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 순위가 가장 높은 국가가 쿠바이다.

GDP의 10~11%, 국가 예산의 23%~24%를 교육비가 차지하고 있다. 쿠바의 교육에 대한 투자 비율은 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알려진 핀란드(GDP의 6%)보다도 월등히 높다.

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사회 발전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해지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쿠바의 교육 투자 우선순위는 우리에게 매우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교양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쿠바의 교양 교육

우리 교육의 매우 큰 과제 중 하나는 교양인을 양성하고 이를 위해 어떤 교육 체제 속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기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도 여러 다른 말로 표현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교양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교육목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쿠바 교육은 ‘인간은 교양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라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고 그것은 쿠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이를 제창한 호세 마르티가 수도인 아바나 광장에 혁명가인 체 게바라와 함께 대형 벽화로 그려져 있는 데에서도 쿠바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쿠바 교육과정에서는 초등 1~2학년에 체육, 예술이 기본적으로 강화되어있고 5~6학년에서는 ‘가치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교양 교육을 어렵게 하는 경쟁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 평가를 하고 있고 평가 결과에 등수를 기재하지 않는다.

쿠바는 어려운 국가 여건이지만 소수정원의 학급 운영(초등 20명 이내, 중학교 15명 이내, 고등학교 30명 이내, 대학 10~11명)을 통해 교육의 궁극 목적인 교양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개혁을 통해 교양인 양성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를 교과 담임제에서 다시 학급 담임제로 변경하였다.

특히, 우리나라도 비슷하지만 사춘기 학생들인 중학교 학생들의 교양지도를 위해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보다 학급 정원을 줄였다. 또한 교과 담임제에서 학급 담임제로의 변경으로 인한 교사 지도의 어려움을 보충하기 위해 TV, 컴퓨터, 비디오 등을 중학교에 집중 배치하였다.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이 발생하면 지역, 가정, 학교가 공동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 같다.(이 내용을 문서로 찾아볼 수는 없었고, 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얻은 정보임)

특히, 쿠바에서의 교사의 지위는 상당히 높으며(대졸 후 반드시 분야별 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보수는 여타 전문직(교수, 의사 등)과 별 차이가 없으며 전문가로서의 인정과 학생지도에서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서 학생지도를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용이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쿠바의 교양 교육은 우리 교육에서 궁극적인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즉, 쿠바의 교육을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교육 투자 강화를 선결 조건으로 학급당 학생 수의 조정, 교육과정의 개편, 교수 학습방법의 개선, 평가 체제의 변화 등 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쿠바가 공산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쿠바의 교양 교육을 순수한 교양 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가치(정치) 교육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향하고 있는 순수교양 혹은 시민 교육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계층 간, 지역 간 학력 격차와  대학입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쿠바의 교육정책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의 하나는 소위 계층 간, 지역 간 학력 격차와 누구나 대학에 가야만 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와 대학의 서열화로 파생되는 극심한 경쟁 속의 대학 입시 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 문제를 논의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단골 화두로 대학 입시와 계층 간 학력 격차 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우선, 쿠바에서는 대학 입시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입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입시 경쟁이 없는 것은 학력 자격 사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국가에 귀속되어 있고, 국가가 의식주를 책임지면서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모든 영역의 종사자에게 획일적인 보수를 주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 때문이고, 그것은 결국 개인의 자유를 희생한 대가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 가는 사람은 고등학교까지 공부하면서(의무교육 기간에) 특정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기거나 지적 호기심이 특별히 있는 사람만 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입시 경쟁도 없다. 대학에 가면 국가가 모든 것을 부담해 주기는 하나 그만큼 국가나 사회에 대한 봉사를 요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무작정 대학에 가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쿠바의 대학정책에서 시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대학 입시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정책만의 변화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부분적으로만 시행되고 있는 국가 직무 능력 기준 (N.C.S)을 바탕으로 한 사회 전반의 변화 모색은 쿠바의 대학 입시 정책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학력 사회에서 능력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사회와 구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초·중·고생의 학력과 관련시켜보면, 쿠바의 경우 지역 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력 격차도 라틴 아메리카 16개 국가 중 가장 적은 나라이다. 그러나 학력 수준은 매우 높아서 아르헨티나의 최고 수준의 학력 집단이 쿠바의 최저 수준의 학력 집단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것은 철저한 학력 관리와 (예컨대, 절대성취수준의 85% 이하가 되면, 무조건 낙제를 시키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하여 낙오되는 학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쓴다.) 학생들에 대한 학습방법을 상호 협력 학습으로 바꾸고 모두에게 맞춤형 학습을 시킴으로써 계층 간, 지역 간 학력 격차를 없애고 있다.

예를 들자면, 상호 협력 학습을 통해 교육할 내용의 20% 정도만 교사가 직접 가르치고 나머지 80%는 상호 협력 학습을 통해 학습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와 가정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학력을 향 상시킨다.

과거에는 상호 협력 학습에 문제가 많이 있었으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문제점들이 해소되고 있다고 한 교사는 지적한다. 특히,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맞춤형 학습을 제도화하여 학습 결손을 줄이고 있는바, 한가지 예로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숙제는 반드시 학생 개개인별로 수준에 맞추어 주어야 하고, 가정의 도움을 위해 숙제의 양도 많은 편이다.

좋은 학교가 어떠한 곳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쿠바 학생들의 학교 사랑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지겨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학교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학생들이나 교사나 방학을 기다리고,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좋아하면서 학교에서 나오는 장면을 TV 등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학교가 개인의 자질이나 개성을 무시한 수업 운영을 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평가 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학교 교육이 점수 따기에 급급한 시험 준비 학교로 전락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인간성 계발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즐거움과 행복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의 시설이 아무리 좋고, 잘 가르치는 것처럼 보여도 학생들이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그 학교는 좋은 학교가 아닌 듯 싶다. 쿠바에서는 열악한 학교 환경임에도 (낡은 시설, 대물림되는 교재 등등)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교육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영국 학자의 보고서를 보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더니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것이 가장 싫다” 라는 대답이 1위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대답이 왜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 우선 공부를 매우 재미있게 학생들과(상호협력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고, 공부를 할 때 강요가 아닌 자발성이 매우 크며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으나 학교보다 열악한 가정환경을 비롯한 불편한 주변 여건이나 가정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학교 일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명하게 쿠바 교육이 우리 교육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학교는 즐거워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곳이어야 하고 방학이 아니라 개학을 기다리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 이 학교의 환경과 여건이 가정보다 좋아서든,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이든,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아서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든,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이제 우리 교육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