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화 충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사가 하는 일이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은 가르치는 일이다. 교사는 전문가이고 교직은 전문직이기에, 교사는 전문직 수행에 필요한 훈련을 통해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과 달리 잘하게 되는 전문분야를 갖게 된다.

의사가 의대를 나와야만 의료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생기고 의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사범대와 교육대를 통해 키워지고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하는 자격증이 주어진다.

교사의 전문성인 가르치는 일은 훈련에 의해 키워질 수 있는 능력이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그 스킬이 더욱 발달한다고 본다. 따라서 신임교사와 교직 경력이 있는 교사와는 전문성에 있어서 차이가 나고, 신임교사가 경력교사 수준의 전문성을 가급적 빨리 갖게 되는 것이 교직에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목표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는 교사가 부족하고, 새로 교직에 영입되는 재원들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교직을 그 만두는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교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신임교사들이 교직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로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잘 가르치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직업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교육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신임교원들이 교직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직업 만족도를 높일 수 있나, 또 현직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이다.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교실 수업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네덜란드 교사가 가장 수업 전문성을 갖게 되는 것은 17년의 교사 경력을 갖게 되었을 때라는 연구가 있다. 신임교사가 17년을 잘 버텨주어야 기량이 뛰어난 교사가 되는 것이다.

초임 발령 후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교사가 많은데 이들을 초임 때부터 잘 가르치는 교사로 만들어 직업 만족도도 높이고, 따라서 잘 가르치는 교사로 교직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초임교사를 수업 역량이 최고인 교사로 만들기 위한 수업관찰도구

네덜란드 북부에 있는 흐로닝겐 대학의 Wim van de Grift 교수팀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다. 윔 그리프트교수와 그의 연구진들은 교실수업에서 교사의 행동을 관찰하고, 교사의 수업 전문성 정도를 판단하고, 이에 관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수업관찰도구를 개발하기 위하여 그의 연구팀은 수업 전문성에 관한 수많은 논문들을 메타 분석하여 논문에서 검증된 효과적인 교수에 관한 여러 변인을 찾아 백여 개로 분류하였고, 이를 교과목 특성이나 주제의 수준, 문화나 환경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변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변인들 32개와 이들 변인의 수행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3개를 포함하여 전체 35개의 변인들을 개발하였다.

이를 7개의 도메인으로 분류하여 객관식 5점 척도 관찰지로 만들었다. 7개 도메인은 ‘안전하고 고무적인 수업 분위기’, ‘수업의 효율적인 운영’, ‘명료하고 구조화된 수업 분위기’, ‘집중적이고 활발한 수업’, ‘학습자의 개인차 반영’, ‘교수학습전략 제공’, ‘학습자 참여’이다.

이들 35개의 하부 항목은 다시 여러 예를 보여주어 이들 예가 발견되는 정도와 강도에 따라 5점 척도의 점수를 매기게 되어 있다. 각 항목들은 항목반응이론(item response theory)의 하나인 래쉬모델을 활용하여 개발되어 이들 항목 및 도메인 간에는 난이도의 순위가 있다.

수행하기 쉬운 수업기술은 외부 관찰이 쉽게 되지만, 고난이도의 수업기술은 관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개별화 수업의 수행은 그룹활동과 비교하여 공평성을 잘 지키며 이루어져야 한다.

개별화 수업의 대상이 되는 학생은 소수가 될 수밖에 없고, 개별화 수업의 대상이 안 된 학생들도 공정하게 느끼면서 수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

또 수업 전략을 가르치는 일은 도메인 지식없이 잘 관찰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현재 교실수업관찰도구는 북부 호르닝겐 지역의 교사들과 사범대에서 예비교사를 교육시키는데 사용되고 있다.

북부지역은 교육 낙후지역으로 정부가 이 지역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윔교수팀은 2015년부터 3년간 호르닝겐 지역에서 5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1,000개의 수업을 관찰하고 있다.

학교당 10~20명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고 교사 1인은 6개월에 한 번씩 관찰을 위해 교실 수업을 개방하여, 3년간 6번의 수업 관찰에 동의하고 참가한다. 현재 한 명의 교사 수업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3시간이 걸리고 있으나 피드백 자동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은 관찰지 데이터를 입력하는 순간 수업 전문성 수준이 시각화된 자료와 함께 설명이 제공되는 피드백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교사에게 개별 통지하게 될 것이다.

수업관찰 후 피드백을 받은 교사들은 잘 가르친다는 평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관찰평가 참여 이후 좋은 교사라는 평가를 받게 되어 흡족해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교사가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수를 받거나 노력을 하게 되면 이를 정부가 지원한다. 현재까지 교사관찰지로 관찰에 참여한 교사는 1,700명에 이르고 4,000 수업이 관찰되었고 70,000명 학생이 설문에 응했다.

이 자료는 다른 교사들의 수업관찰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기반이 되는 정보로 사용된다. 교실 수업 관찰지 사용으로 교사의 전문성 성취가 3~5년이 단축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수업관찰도구를 만든 그리프트 윔 교수 자신이 대학으로 오기 전에 20년간 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수업을 관찰하고 수업장학을 한 수업관찰의 전문가였다.

그는 대학에서 수업을 잘하는 기술을 가르칠 수 있고, 초임교사를 수업역량이 최고인 교사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과학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론에 기반을 두고 검증된 변인들로 수업관찰 도구를 개발하여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다른 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OECD가 수행하는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연구가 그중 대표적인 것이 될 것이다.

TALIS 연구와의 차이는 TALIS가 교사가 답하는 설문지에 기반을 둔 것에 비해 본 연구는 수업관찰 데이터에 기반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설문으로 조사하는 데이터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ICALT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검증된 수업 전문성 변인을 가지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여야

본 연구에 다른 나라들을 초청하여 교실수업행동 국제비교분석 연구팀을 꾸리게 되고 이 연구를 ICALT(International Comparative Analysis of Learning and Teaching)라 명명하였다.

현재 본 연구에 동참하는 나라들은 네덜란드를 포함하여 8개국으로 인도네시아, 홍콩, 한국, 스페인, 남아공, 터키, 영국이 있다. 현재 참여를 협상 중인 국가와 잠재참여의사를 밝힌 국가들이 6개국이 있어 ICALT 연구참가국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충남과 충북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충남교육청, 충북교육청의 지원으로 2014년도에 일차 자료 수집을 한 바 있고, 2016년에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수업장학, 수업컨설팅, 수업지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수업역량을 키우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수업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은 대체로 질적 방법을 사용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통상 몇 차례 학교 방문 및 수업관찰을 하게 되고 보고서 작성도 깊이 있는 질적 관찰 보고서가 된다.

수업 과목에 따라서, 수업을 진행하는 주제에 따라, 학생들의 그룹 특성에 따라, 학교의 특성에 따라 보여지는 교사의 교실수업행동에 많은 변수가 있고 교육 환경이나 문화 때문에 교사의 수업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교사의 수업기술 증진을 위한 컨설팅(장학)이 해당 교사 및 학교를 여러 번 방문하여 관찰과 면담을 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면, 좀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실수업관찰지 사용을 권고해 볼 수 있다.

교실수업관찰지 방식으로 교사의 교실수업행동을 양적 자료로 수집하고 수업 전문성 수준을 분석하여 리포트로 즉각 제공한다. 훈련받는 관찰자는 일차시분의 수업을 보고 관찰지를 작성하는데 15분 남짓 걸린다. 그리고 피드백은 자동화된 텍스트와 시각화된 성취수준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지를 받아보게 되는 (예비)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역량을 스스로 판단하게 되고 잘 못 하는 부분은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 있게 된다. 본 연구에서 교사의 수업 전문성 수준을 판단하는 데 수업관찰지로 교사의 행동을 관찰하는 외에도 다른 2가지 방법을 더 사용한다.

학생들의 설문지, 정의적 측면 검사가 그것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일차시분의 수업관찰로 평가하게 되는 교사의 수업행동에 대한 보완방법이 될 수 있다.

본 국제비교연구는 3단계로 수행되는데 첫 단계에서 연구에 사용되는 도구의 타당화, 두 번째 단계에서는 국제간의 데이터 비교, 세 번째는 종단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첫 단계에서는 수업의 전문성 수준을 진단해 내는 도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각기 수업관찰 도구의 타당화를 수행한다. 본 연구에 사용되는 3가지 도구는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타당도를 검증한다.

본 관찰 도구는 이미 네덜란드에서 20년간 사용됐지만, 문화와 교육환경이 다른 곳에서 번역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검증해 본다. 그다음 단계는 여러국가들의 교사의 수업역량을 비교하게 된다.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각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이 각국의 데이터로 각국의 교사들의 전문성 정도를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PISA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성취도가 다른 원인을 교사 역량으로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의 성취도는 교사의 역량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하나 이를 실제 적용하여 둘 간의 비교를 보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PISA 성적이 우월한데, 교사의 전문성 수준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매년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종속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매년 수집되는 수업행동분석자료의 변화를 통해 교사들이 수업 관찰도구 사용으로 수업 전문성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ICALT 연구에서 교사들에게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피드백 리포트를 접한 교사들이 연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 요청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에 서는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각국의 상황에 맞는 교원연수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잘 가르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는 차이가 있고, 차이는 교실 수업 행동으로 알아볼 수 있다. 검증된 수업 전문성 변인을 가지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수행하여 교직 초보자가 빨리 능력있는 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교사가 자기의 수업 기술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고, 어떤 분야를 잘하고 어떤 분야는 잘 못 하는지 알게 되면 좋은 교사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사대나 교대에서 예비 교사를 양성하는 데 좋은 기반이 될 것이다.(http://www.rug.nl/education/lerarenopleiding/ onderzoek/ic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