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보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지만, 글로벌 교육 의제로서 국내외의 교육 논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하여 국경을 넘어선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국가 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심화되었다.

이와 함께 빈곤, 환경문제, 테러, 전염병 등 어느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가 확대됨에 따라, 이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지구 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계시민의식의 함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로벌 교육의제로서의 세계시민교육

지난해 5월 인천에서 개최된 2015 세계교육포럼(2015 World Education Forum)과 9월의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을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공동의 교육 목표로 설정하였다.

한국 정부는 세계교육포럼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세계시민교육을 핵심 교육 의제로 제안했고, 2016년 교육부 업무 계획에도 세계시민교육의 확산을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지역교육청 차원에서도 초중등 학생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과 교사 연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시민교육의 실천과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KOICA ODA 교육원, 개발 NGO 등 학교 밖에서도 교사 연수나 파견교육 및 청소년 캠프 등을 통해 국 내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시민 교육에 대한 국내의 높은 관심은 올해 5월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경주에서 개최된 UN DPI/NGO 포럼으로 이어졌고, 국내적으로 ‘세계시민교육=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세계교육포럼의 인천 개최를 계기로 세계시민교육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으며,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실천 사례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태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세계시민교육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형성 없이 실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

세계시민은 법적 기반을 토대로 하는 전통적인 시민 개념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법적 지위와 무를 수반하는 개념이 아닌 일종의 기풍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을 어느 한 가지로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국제이해교육, 평화교육, 지속가능발전 교육, 개발교육, 시민교육 등 기존의 다양한 교육적 논의가 진화하고 수렴된 형태의 포괄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국내외의 논의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세계시민교육은 전 지구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기저에는 민족이나 국가 같은 특정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서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강조하는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의 전통이 존재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하여 국경을 넘어선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국가 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심화되었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인종, 종교, 국적은 다르더라도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둘째, 세계시민교육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다. 인권, 평화, 사회정의와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

즉, 세계 시민교육은 가치 중립적인 교육이 아니라, 가치 지향적인 교육이다. 그러나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는 합의가 필요하며, 이는 기존의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조직되었던 교육에 글로벌 요소를 포함시켜 전 지구적인 맥락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현시점에서 합의가 가능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이다.

셋째, 세계시민교육은 글로벌 시민사회의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책무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시민의식 함양을 지향한다. 세계화의 진행은 빈곤, 환경문제, 테러, 전염병 등과 같이 어느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의 급속한 확산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세계시민은 전 지구적 문제와 이슈를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구공동체에 대한 주인의 식을 갖고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가 스스로 지역사회부터 전 지구적 문제까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역량 개발도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전개된 정치경제적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글로벌 역량 개발이 강조되었다.

앞의 세 가지 세계 시민교육에 대한 관점과는 다르게, 글로벌 역량개발의 관점에서는 외국어 능력, 타문화에 대한 감수성,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지식과 기술 등이 교육의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자문화중심적인 관점에서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태도를 갖춘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이처럼 세계시민교육은 세계시민의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발현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전 지구적 공동체를 상정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빈곤, 인권, 평화, 지속가능발전 등 전 지구적으로 직면한 도전과제와 이슈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세계시민교육은 지구공동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가치 및 태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포괄적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은 초중등학교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을 포함한 전 교육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정규교육과 비형식 및 무형식 교육을 포괄하는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생은 학생인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학 입학은 시민교육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미 10년 전에 하버드대학의 교육과정 개편 위원회는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을 세계시민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에서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오랫동안 한국 고등교육의 화두가 균등한 교육기회 확대에 있었을 뿐, 정작 대학에서 어떠한 사람을 길러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민교육은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사회과학 계열의 학과에서 전공 교육과정으로 다루거나 일부 대학에서 교양선택 과목으로 편성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교양인으로서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청소년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곳이며, 나를 둘러싼 가족, 이웃, 지역, 국가, 세계 속에서 세계시민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절실한 공간이다.

또한 고등교육의 국제화와 더불어 대학 구성원의 국제 교류가 활발해졌으며, 대학 자체도 하나의 지구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교육이 추구하는 교양인 양성은 바로 세계시민을 기르는 일이 되어야 하며,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관점의 연속 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대학교육의 과제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에서 세계시민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비판적 성찰이 가능한 교육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빈곤, 인권, 평화, 지속가능발전 등 전지구적인 이슈를 이해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지구공동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함양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입학시험을 정점으로 구축된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경쟁 중심의 교육 체제 속에서는 세계시민교육에서 강조하는 비판적 성찰과 가치관 형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대학교육조차도 취업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경쟁적 교육 풍토 속에서 학습자는 수동적으로 지식을 수용할 뿐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교육의 풍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운 것이 교육 풍토의 변화이다.

또한 원론적인 문제제기이기 때문에 가정-학교-사회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 적인 대안을 넘어서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재차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학습 과정에서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 풍토가 세계시민교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시민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글로벌 경쟁력이나 역량 제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개념적 모호성으로 인하여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마치 국제교류 활동만을 세계시민교육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세계시민교육은 민족이나 국가 같은 특정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서,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은 전 지구적 문제와 이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가나 지역적 수준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참여 역시 강조된다.

빈곤, 인권, 평화, 지속가능발전 등 전 지구적인 이슈는 특정한 국가나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지역사회, 더 작은 단위의 공동체 내에서도 존재하며 그것이 세계를 하 나의 단위로 서로 연결되고 의존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시민교육은 공통의 글로벌 과제에 대해 대응한다는 점에서는 지역사회 문제부터 전 지구적 문제까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글로컬(glocal) 교육이다.

따라서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일은 전 지구적 맥락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시민을 기르는 일이며, 이를 위한 연대와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글로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오히려 이러한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이 갖고 있는 중층적이고 다원적인 특성에서 기인한 혼란뿐만 아니라 글로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국제화를 교육의 성과로 평가하는 왜곡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국제교류 활동 자체가 세계 시민교육과 무관한 것은 아니며, 세계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주요한 방법 중에 하나라는 점도 분명하다.

다만 세계시민교육을 단순히 개인의 글로벌 경쟁력이나 역량 제고에 국한시키고, 이를 위한 국제교류 활동에만 천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세계시민교육은 한국 교육의 주요한 화두로 등장하였다.

비록 학교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고 수용된 정책의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교육 현장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세계시민교육에서 다루려는 주제나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개념적․실천적인 논의도 아직 초기 단계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정착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보다 활발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