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으로 우리나라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는 필수 지출항목이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초· 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약 17조 8천억 원이다.

입시 경쟁의 불공정 요인으로 꼽히는 사교육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육의 질적 편차가 심화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재단의 포항제철고는 사교육의 열풍을 비켜가고 있다. 

 

<기숙사(청암학사)>

교육보국敎育報國

포항제철고는 교육으로 보국을 하겠다는 ‘교육보국(敎育報國)’의 정신으로 ‘자주인, 도덕인, 창의인을 육성한다’는 건학이념을 가지고 있다.

학교 설립이전 포스코 직원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서울로 직장을 옮기기를 원했고, 주말만 되면 가족이 있는 서울로 가는 등의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지자 회사는 직원들이 생활 안정을 되찾고, 수준높은 자녀교육을 할 수 있도록 포항의 지곡동에 고등학교를 지었다.

학교에는 회사직원의 자녀와 일반인 자녀들이 자유경쟁을 통해 입학하였고, 포스코 재단에서는 학교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1년 개교한 포항제철고는 2001년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받아 운영되다가 2010년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지정되었다.

현재 학생 구성은 직원자녀 60%, 일반자녀 40%이며, 2017학년도부터는 직원자녀를 50%로 감축하여 운영한다.  학교 설립자인 故 박태준 초대이사장(POSCO 창립자)은 교육에 대해서는 철저했다. 학교에 작은 부실 공사가 드러나면 바로 해결해야 했고, 회사보다 학교를 우대하라고 말했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내에 정원수가 많아 학교가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포항제철고는 61,557㎡ 넓은 부지에 건물 면적 16,680㎡ 규모다. 건물은 ‘ㅁ’ 자 형태로 되어 있으며 모든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이 외에도 체육관과 도서관, 운동장, 국제기준의 잔디 축구장이 있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도서관은 학생당 1인 1좌석 수를 자랑하고, 기숙사는 4인 1실로 총 30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축구인조잔디구장>

지·덕·체의 균형 있는 교육

포항제철고는 나라를 짊어질 우수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 토론 학습을 장려하고, 다양한 분야의 대학교수를 초빙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새로운 시각과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

학교는 지·덕·체의 균형 있는 교육을 위하여 학업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각종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 또한 높은 수준의 실력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교장을 비롯해 전교사가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이 외에도 하브루타 연수, 자기주도학습 코칭 연수, 진로코칭 연수를 받는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교사들이 직접 자신의 수업을 촬영하여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고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진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명품 교육을 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포항제철고는 개교 이래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해 왔다.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 중에서 지역적으로 서울과는 먼 지역에 위치하고, 60%라는 직원자녀의 비율 때문에 학생들의 입학 성적 평균은 높지 않지만 2016년 서울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에 졸업생의 30%가 입학할 정도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다. 졸업생들은 법조인, 공무원, 방송 PD, 방송 작가, 영화감독, 교수 등 사회 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포항제철고의 특별한 학습 프로그램

1. ITP Integrative Thinking Program

ITP는 1학년 성적 상위권 학생 약 180명을 대상으로 융합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한 기본소양교육 프로그램으로 포항공대(POSTECH) 교수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C언어, Python언어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공통으로 배우고, 수학사 탐구(1), 수학사 탐구(2), 과학사 탐구, 인문고전 탐구, 사회과학 탐구 중 1강좌를 각자의 희망에 따라 듣는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며 방학이나 평일 저녁 또는 토요일에 실시한다.

2. ATP Advanced Thinking Program

기존에 시행하던 R&E보다 더 발전된 사고 함양 프로그램인 ATP는 학교의 정규교육을 심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식은 수업 중 자신의 관심 분야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학생 이 주제를 정하고, 교사의 조언을 받아 실험이나 탐구를 수행한 후 보고서를 제출한다.

2학년 성적 상위권 학생 약 120명을 대상으로 같은 주제를 가진 5~6명이 조를 편성해 모두 20여 개의 조로 운영되는데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인문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으로 탐구활동이 진행된다.

담당교사나 교수로부터 팀 내의 개인 능력과 활동을 서술식으로 표현한 평가 결과를 받으며,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진로 탐색을 하고, 또 대입전형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3. IR Individual Research

IR(개인연구)은 학생들 중 희망자가 학습과 관련된 분야나 자신의 관심분야의 탐구활동을 진행하여 그 결과를 소논문이나 보고서로 작성하여 제출하면, 심사 후 인증해 주는 제도로 학년별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참여한다.

4. 하크니스식 토론학습

하크니스식 영어 수업은 미국의 유명한 사립 기숙학교인 필립스엑시터아카데미에서 실시하고 있는 토론식 학습이며, 포스코 재단의 지원으로 포항 제철고 교사가 직접 연수를 받았다.

하크니스식 토론학습은 학생들이 소설 등의 원서를 읽고 감상문을 에세이 형태로 쓰면 교사가 첨삭을 해주고 학생들이 모여서 영어로 토론하는 형태의 수업이다.

학생들은 이 수업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하고 교환한다. 학교는 이 하크니스식 수업을 우선 영어 수업에 적용했다. 이 토론수업은 상위권 반의 다른 교과 수업에도 점차 적용할 예정이다.

학생 자치활동 프로그램

1. POS 시리즈

POS 시리즈와 세레노리더십 프로그램은 포항제철고만의 특별한 학생활동 중심 프로그램이다. POS 시리즈는 교사의 큰 도움 없이 학생들이 직접 사무국을 구성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POSCO의 앞 글자 POS와 대회의 특징을 살린 뒷 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POSMUN(모의유 엔회의), POSTED(아이디어 공유 및 PPT 경진대회), POSTICE(모의재판 경진대회), POSBATE(반별토론대회), POSCORP(모의사업경진대회)가 있다.

▶POSMUN은 외교 분야의 인재 육성과 세계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모의유엔회의로 UN에서 최근 쟁점이 된 주제를 선택해서 학생들이 직접 진행한다.

학생들이 사무국, 의장단, 대사단, 진행 스태프로 구성되어 실제 유엔회의와 같은 방식의 의사진행 규칙으로 실시된다. 모의유엔 회의 중 환경회의는 영어로 진행하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맡는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을 해서 예선을 거친다. 다른 학교에도 문호를 열어 2015학년도에는 5개 시·도 18개 학교 160명이 POSMUN에 참가했다.

▶POSTED는 아이디어 공유 및 PPT 경진대회로,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발표 및 PPT 발표능력 향상을 위해 하계방학 중에 열리며, 동계방학에는 포항제철고뿐 아니라 포스코재단의 광양제철고, 인천포스코고에서 입상한 10개 팀이 결선을 치른다.

▶POSTICE는 모의재판경진대회로 모의재판 과정을 통해 인권존중, 시민의식, 민주적 절차를 배우게 된다. ▶ POSBATE는 매주 한 시간씩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하는 학급별 토론대회로, 연말에 예선을 거쳐 학급대항 토론대회를 연다. POSBATE는 사고력 향상과 경청하는 자세, 토론문화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POSCORP는 모의사업경진대회로 학생들이 기업을 구성하여 각 분야의 이사를 맡아 회사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를 겨루는 대회다. 학생들의 미래의 꿈을 간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아이디어 창출, 팀워크, 협력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2. 세레노리더십 프로그램

포항제철고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인성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세레노리더십 프로그램은 기존 학생회의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섬김, 봉사, 배려의 리더십을 가지고 하는 학생 중심의 활동이다.

이탈리아어로 ‘밝고 맑다’라는 뜻의 ‘Sereno’에서 명칭을 따온 이 프로그램은 모두 4개의 부서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자치행정부는 매달 실시하는 학생회 자치행사를 기획, 주관하고, 자치봉사부는 등·하교 교통지도, 급식소 질서 유지, 환경관리 등을 진행하며, 자치법 정부는 벌점이 과다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치법정의 진행을 맡고 있다. 자치홍보부는 생활규정 안내, 홍보와 인성 및 질서 관련 동영상 제작 등을 하고 있다.

<POSTICE>

3. 자주조회

처음 학교가 개교할 때부터 실시해 왔던 ‘자주조회’는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진행하는 전체조회로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이 조회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자료를 만들어 학생 제헌을 하고 각 부서별로 발표를 한다.

자주조회 외에도 상급생이 후배가 있는 교실에 들어가 학교질서와 학교생활에 대해 조언을 하는 ‘자주종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실시하는 ‘학생참여마당’ 발표회, 학생자치순찰대 등의 각종 학생 자치 활동이 있다.

학교는 이 외에도 다양한 학생 중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교과 성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희망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하여 진로를 모색하고, 대학 수시모집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공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성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스포츠 명문

포항제철고는 스포츠의 명문으로도 알려져 있다. 학교의 축구부는 포항 스틸러스의 지원을 받아 훈련을 받고 있으며, 2014년도에 문화체육부장관기, 대통령금배,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5학년도에도 왕중왕전에서 우승하였으며, 야구부는 2015년에 대한 야구협회장기, 청룡기 대회에서 3위를 달성했다.

체조부도 여러 번의 전국대회 단체우승과 개인 1위 성적을 거두었고, 골프 또한 2015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명실상부 스포츠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특기자 운동부 외에도 학교는 축구, 농구, 탁구 등의 다양한 스포츠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포항시에서 주관하는 학생 동아리 경기인 ‘2015년 포항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포항제철고의 농구 동아리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축구는 3위를 기록했다.

학교의 동아리 활동은 정규 일반동 아리 45개 외에 심화학습동아리 61개, 봉사, 적성, 취미를 기준으로 조직된 자율동아리 32개가 별도로 있다.

또 학생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오케스트라반과 합창반이 운영되고 있고, 1학년 전 학생은 검도, 골프, 요가 중 한 종목을 정하여 주당 2시간씩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멘토링활동, 독서활동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이 중 기숙사생을 위한 청암학습멘토링은 가정이 어렵거나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포항공대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국어, 수학, 영어를 매주 2회 가르치고, 상담해 주는 봉사활동이다.

또 선후배간 멘 토링은 희망자를 받아 3학년과 2학년, 2학년과 1학년 학생이 1:1 또는 1:多의 형태로 선배가 멘토가 되어 주 1회씩 만나 후배에게 공부에 관한 정보나 생활정보를 알려주고 상담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知(지식)와 性(성품)을 겸비한 인재

포항제철고는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보다는 창의성과 좋은 인성을 가진,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김성정 교장은 학생들이 성적에 얽매이기보다 자신들의 잠재력을 키워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

“학생들이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꿈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학교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한 줄로 세우지 않고, 학생들이 가진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성정 교장은 ‘지식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는 필립스엑시터아카데미의 신념에 동감을 표했다.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약합니다. 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지식이 없으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없는 것입니다. 선함도 필요합니다. 반면에 인성이 없고 지식만 있다면 사회에 위험한 존재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업과 인성의 조화를 이루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이 사회에서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