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남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1)  본 내용은 김용남(2016). ‘학교회계제도의 실태 및 개선 방안’. 『지방교육재정제도의 실태 및 개선 방안』, 제98차 KEDI 교육정책포럼 자  료집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임

학교에서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습 경험이 달라지며, 학생들의 학습경험이 달라지면 학교 교육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학교의 교육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은 학생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학교에게 학내·외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교육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교육과정, 유능한 교사, 쾌적한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이들이 잘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재정이다.

학교회계제도는 단위학교 중심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통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여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하나로 통합된 세입재원을 학교장 책임 하에 교직원 등의 예산요구를 받아 단위학교의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세출예산안을 편성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집행하는 제도(송기창 외, 2012)이다.

학교회계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품목별 예산에서 사업별 예산제도로 변경된 지 7년째인 지금 학교회계제도가 학교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0년 항목별 예산에서 사업별 예산으로 변경된 이후 학교회계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교육재정 여건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위학교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2010년 사업별 예산제도 도입 이후 학교 재정 규모는 최근 2년 연속 감소하였다.

단위학교 교육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교육성과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학교회계제도의 문제점을 제도적 측면과 운용 측면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학교회계 제도적 쟁점

학교회계를 둘러싼 제도적 쟁점은 주로 개별 법령 및 법체계상의 문제에서 주로 발생한다. 여기서는 학교회계와 교육비특별회계(이하 ‘교특회계’)와의 관계, 학교회계 사업별 예산 구조, 교육과정 운용계획과 예산의 연계, 학교 재정 투명성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회계의 자율적 재정 운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미약하다. 학교회계 세입 재원 중 57%가 교특회계 이전재원(2015년 공립학교 기준)이며, 단위 학교의 포괄적인지도·감독권은 시·도교육청에 있어 학교회계를 교특회계의 하위 회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특회계 예산을 수립하는 예산 팀에서 학교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예산팀 인력 중에서도 학교회계는 가장 말단 직원이 담당한다.

재정 운용상에도 이러한 예는 쉽게 발견된다. 교특회계 지원금을 회계 간 자금의 이전인 ‘전출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과거와 같이 ‘교부·배부’ 등과 같이 처리하거나, 목적 사업비 잔액을 예산상의 정산을 하지 않고 자금상의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

목적 사업비 집행잔액을 교육청에 반납하기 위하여 1,000원 미만의 소액을 이월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윤희성, 2016).

교특회계는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시·도의 교육· 학예에 관한 경비를 별도로 경리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예산이며, 학교회계는 학교 재정활동의 관리를 위해 단위학교에 설치된 예산이다.

학교회계는 법률적으로 교특회계와 분리된 독립적인 위치에 있다. 설치 목적과 근거법도 다르다. 「지방재정법」에 근거하여 재무결산을 하는 교특회계와는 달리 학교회계에서 굳이 재무결산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두 회계 간 명확한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회계 사업별 예산 제도가 복잡하여 학내 구성원들이 학교회계 운영에 파편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회계가 사업별 예산 제도를 도입하면서 학내 구성원, 특히 교육과정을 직접 운영하는 교사들이 필요한 예산을 요구하고 사업을 집행하는 등 교원의 참여가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정책사업-단위사업-세부사업으로 이어지는 사업별 예산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실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집행을 위해서는 원가통계목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학기 중간에 외부에서 내려오는 목적 사업비의 예산 편성은 더 어렵다. 성립 전 예산으로 집행하거나, 추경이라는 과정을 걸쳐야 한다.

더구나 혁신학교운영, 학력 증진, 통폐합 학교 지원금 등의 목적 사업비는 이를 하나의 세부사업으로 편성을 해야 하는지, 세부 항목별로 서로 다른 정책사업으로 편성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예산 편성 및 집행 과정에서 행정실이 주도하게 되며,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보다는 교부기관이 제시하는지 침대로 집행하게 된다.

교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업에 대한 정보만 에듀파인 학교회계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학교 교육목표 달성을 위하여 담당 사업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본예산에 편성된 사업과 목적 사업비로 편성된 사업 간 중복이 발생하지만 이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셋째, 교육과정 운영계획과 학교예산이 연계되어 있지 않다. 학교예산 편성 과정에 학교회계담당자와 교감 및 일부 부장교사만 참여하고 있다.

학교 예산은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계획의 재정계획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과정 운영계획이 작성된 후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예산편성이 먼저 이루어진다.

교육과정 운영계획은 일반적으로 3월에 완성이 되는 반면, 학교예산은 이미 전년도 12월 말 또는 1월 말에 편성된다. 연계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매년 3월 초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의 학교 간 인사이동이 있어, 학교 내에서 보직 변경 등이 발생한다.

예산을 정성 들여 수립할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교육과정 운영계획과 예산 편성 시기의 불일치, 3월 인사이동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2001년 학교회계제도 도입 초기부터 계속 지적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넷째, 학교회계 재정 투명성이 낮은 수준이다. 학교 재정 투명성은 학교 교육활동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가 주체가 되어 경비를 조달하고 그것을 관리·사용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완전한 정보와 그것의 자유로운 흐름을 공개하는 것이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재정 운영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종현, 2012)이다.

학교는 재정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정보의 접근성을 보장하여 학부모들이 재정 운영 과정에 시의 적절하게 참여하여 재정운영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김용남 외, 2015)할 필요가 있다. 학교 재정정보는 학교알리미 및 학교 홈페이지에 예산서 및 결산서를 그대로 게시하고 있다.

학교회계 전문가가 아닌 한 예산서와 결산서를 이해하기에는 불가능하다. 학교 운영 및 재정 정보가 학교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공개될 때 구성원들의 학교 재정 운용 과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참여가 가능해지며, 학교 운영위원회가 예산 결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심의를 할 수 있다. 

2. 학교회계제도 운용 쟁점

학교회계는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학부모 등 다양한 세입재원을 학교장 책임 하에 교직원 등의 예산 요구를 받아 단위학교가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직접 집행하는 제도이다.

학교회계 운영 측면에서는 과도한 목적 사업비 규모, 학교 재정 투자 방향, 재정 운영의 자율성 및 건전성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는 돈이 많지만 정작 쓸 수 있는 돈은 적다. 사용 목적과 용도가 지정된 목적 사업비성 경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목적 사업비는 교부 기관에서 특정 목적이나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산정하여 단위학교로 교부하는 사업비로, 교부 기관·부서가 요구하는 사항을 이행해야 하고, 집행 기간 종료 후 잔액을 반환해야 하는 등 단위학교에서 자율적 운영이 어려운 재원이다.

학교회계 재정 규모는 2011년 대비 2015년 19.6%(공립학교 기준) 증가하였지만 세입결산액 대비 목적 사업비성 경비 비율은 2015년 61.9%로 2010년 64.3%에서 약간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높다. 학교재정 확대가 재정 운영의 자율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재정 규모는 전체 예산의 40%가 되지 않으며, 여기서 다시 공공요금 및 제세(4.6%)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할 경우 단위학교 자율재량 재원 규모는 30% 초반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의 주요 항목 변동 추이를 보면, 세입결산액이 7.0% 증가하고, 학교기본운영비는 4.5% 증가한 반면, 목적 사업비성 경비가 대부분인 학생복지 및 교육격차 해소 투자액은 18.6%나 증가하였다.

학교 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이 낮은 학생복지/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투자 중심으로 재정이 확대된 것이다.

학교의 교육목적을 달성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교육을 위하여 학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 집행할 수 있도록 목적 사업비를 줄이고 학교기본운영비를 표준교육비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기본적 교육활동비 규모가 학교 재정 규모에 비하여 과소하게 투자되고 있다. 세출결산액 대비 기본적 교육활동비 비율은 2010년 16.7%에서 2015년 13.7%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가 부담하는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규모가 크다. 기본적 교육활동 투자액에 대한 학부모 부담 비율은 18.3%이다.

특히 단위사업인 창의적 체험활동 경비 투자액에 대한 학부모 부담 비율은 54.8%이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51.2%로 가장 높고, 고등학교 41.7%, 중학교 34.1% 순이다.

<표 2>를 보면,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투자 규모가 학부모 부담 정도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창의적 체험활동 투자 규모가 증가한 것은 2014년에 세월호 사고 이후 학생 체험활동 등이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였다가 2015년 들어 학부모 부담이 증가하면서 2013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2)

2) 창의적 체험활동 경비가 140억 원 증가한 이유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현장체험활동이 취소 또는 축소되었다가 다소 회복된 것이다.   수익자부담경비(지원금 제외)가 1,171억 원 증가하였는바, 이는 세입 현장체험학습비가 전년 대비 1,085억 원(지원금 86억 원 제외) 증가  한 결과이다.

이러한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재원 부담 구조는 학부모의 부담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기본적 교육 활동 참여기회 차이를 야기하고3), 결과적으로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김소형(2011)의 연구에 의하면, 동일 교육청의 학생 1인당 학생수련활동비 차이는 289,892원, 현장학습비 차이는 205,215원으로 나타났다.

최소한 의무교육기관에서는 정규교육과정과 관련된 경비는 학부모부담이 아닌 학교 재정에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교회계제도는 단위학교 중심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통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도입되었음에도 학교 재정 운용 자율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학교회 계에서 목적 사업비성 경비 비중이 매우 높다.

학기 중 수시로 교부되는 목적 사업비는 학교회계 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저해시킨다. 학교예산이 편성 된 후 학기 중 교부되어 학교의 교육 수요와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운영할 수 없게 된다.

목적 사업비 규모가 클수록 단위학교 가용재원 규모는 작아지고,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예산을 편성할 필요성은 낮아지게 된다.

2014년 공립학교 기준 최종예산대비 본예산 비율은 63%에 불과하며, 교과활동 단위사업의 경우 44.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교과활동 관련 경비는 목적 사업비로 주로 편성되고 있기 때문에 연초에 사업계획을 미리 수립할 필요가 없게 된다.

넷째, 학교회계 예산의 계획적이고 건전한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집행시기 또한 4분기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되고 있다. 불용· 이월률이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5년 기준 교당 불용액은 3천4백만 원이며, 고등학교의 경우 8천3백만 원에 달한다.

학교회계 도입 목적인 단위학교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특회계와는 다른 학교 회계 운영을 위한 학교회계 관련 법규 정비, 학교회계 구조 단순화 등의 제도적 정비와 함께 목적 사업비 감소 및 학교회계 기본운영비 중심의 배분 구조 확립,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투자 확대, 건전한 재정 운영 노력 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