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하고 험난한 등산길을 나섰다.  잊었는지 모르지만 딱 2년전 이미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거쳤다. 균형된 역사교육을 통해 바른 역사교육을 하려고 했던 현 정부의 시도가 참담한 실패를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교과서 파동이 있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의 근현대사교과가 국사에 통합되어 ‘한국사’ 교과를 만들게 되었으나, 불행히도 교학사 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지고 정작 주무부처인 교육부 수정명령도 무력화되더니 급기야 오늘에 이르러 국정화를 둘러싼 극심한 역사전쟁으로 교육민생은 다시 도탄에 빠지고 말았다.

교과서는 우리의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교육의 기본지침서이다.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근본 중의 근본은 선대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를 역사교육이라고 하지만, 인류사는 역사교육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사이기도 하다. 십자군전쟁사가 그러하며 한국전쟁사가 그러하다. 역사를 바로 가르치면 평화와 번영이 오고 그르게 가르치면 전쟁과 고난이 따른다.

이제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면 가족이 파탄나고 나라가 절단날 것 같은 조급증에 참다못해 회초리를 들어 자녀들을 꾸짖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제 이미 머리가 커져버렸고 어디서 들은 못된 이야기에 홀려버린지 오래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것인가? 우선 먼저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어째서 나라를 남에게 빼았겼으며 어째서 전쟁에 휘말렸는가? 누구의 공으로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이렇게 자녀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게 되었는 가를 겸허히 배워야 한다. 우리는 정말 자녀들 앞에 바르게 가르칠 자신이 있는지 부터 살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아직 그럴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아무래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의 잘못을 먼저 살피고 우리가 자녀들을 잘못 가르친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분명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근현대사 부문 한국사는 많이 잘못되어 있지만, 우리 스스로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 지도 모르고서는 바로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뿐 아니라  대학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 다수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과서를 설령 바꾼다해도,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대로이다. 교과서는 수업의 지침서일뿐이며 실제로 가르쳐져지는 내용은 선생님이 어떻게 알고 있으며, 그 선생님이 교과서로 부족한 학습자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당장 EBS수능강의를 들어보고, 시중 서점에 나와있는 참고서를 읽어보면 교과서는 빙산의 일각임을 알수 있다.

바른 역사교과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바른 교과서를 쓸 수 있는 준비가 아직은 멀었다. 좀 더 기다리며 역사 공부를 해야할 때이다. 전쟁을 벌일 일이 아니고 한발씩 물러나서 역사를 정말 바로 공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리안된 이야기들은 당분간 하얀거짓말로라도 둘러대야한다. 쟁론이 있는 근현대사는 역사로 가르칠 일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사의 일부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편이 안전하다. 살아있는 부모의 이야기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의 이름으로 부모를 재판정에 세우게 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모두가 살자고 하는 일이다. 부모가 할 일은 묵묵히 살면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는 일이며, 아이가 할 일은 무조건적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일이다.

국정교과서를 지금 쓰기 시작하면 일년후, 일정대로 끝난다면 2017년 봄 학기부터 사용하게 된다. 험로임이 분명함에도 국가의 결정은 내려졌다. 더 이상 국정교과서 여부를 두고 싸울 여력이 없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넘어야 하는 산인만큼 함께 힘을 합쳐 넘어야한다.

천세영(충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