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열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안전교육이 발달되어온 나라, 일본

일본은 지진, 태풍, 화산, 해일 등과 같은 재해가 많은 자연환경으로 인해 일찍부터 안전교육이 발달되어온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1930년대부터 《이나무라의 불(稲村の火)》과 같은 방재교육 교재가 사용되었던 예가 이를 말해준다.

그 후 이러저러한 방식의 안전교육이 시행되어 오다가 1970년대 후반 이후 이지메 현상이 점차 심각해져 가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학교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야말로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은 1995년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일명 ‘고베 대지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약 6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일본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는데, 이때 그 원인으로서 학교 시설의 내진 설비 부족과 재난 대비 교육의 미흡 등이 지적되면서 방재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때 그 조치의 하나로서 1998년에 방재교육을 위한 참고자료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방재교육의 전개(‘いきる力’をは ぐくむ防災教育の展開)》가 발간되었다.

이어서 다음 해인 1999년 12월 교토 히노 초등학교에서 아동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2년 뒤 2001년에 오사카 이케다 초등학교에서 8명의 아동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 일본 사회가 대충격에 휩싸이면서 학교 방범 대책이 본격화되었다.

더하여 이지메에 의한 자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학교 급식 식중독 사건 등 학교에서의 다양한 사건, 사고, 재해 등으로 인해 학교 안전에 관한 관심과 대책이 점차 그 범위와 강도를 더해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이 기반이 되어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정, 시행되어 오던 기존의 학교보건법이 2008년 6월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즉, 종래의 학교보건법에 안전에 관한 규정이 새롭게 더해져서 학교보건안전법으로 개칭되고 이듬해 4월부터 시행되게 된 것이다.

이때 이 학교보건안전 법에 의하여 학교에서의 사고, 재해 등으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 내기 위한 보다 강력한 대응이 시도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교 안전’이 부각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학교보건안전법 함께 같은 해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에 안전과 관련된 내용들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학교 안전교육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었다.

이후 2011년 3월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여 2만여 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하고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함은 물론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하게 되자 학교 안전교육에서 관련 내용들이 보강되고 교육 및 훈련의 강도 또한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2012년에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학교에서의 안전교육(‘生きる力’をがぐくむ学校での安全教育)》이 발간되고,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학교 안전의 추진에 관한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2014년에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방재교육의 전개(‘生きる力’をがぐくむ防 災教育の展開)》가 학교 안전교육 참고자료이자 지침서로 발간되었다.

결국 일본에서의 학교 안전교육은 그동안 일련의 사건, 사고 등을 거쳐 오면서 학교보건법이 학교보건안전법으로 개정되고 같은 해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에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 반영되는 등 줄곧 강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에서도 학교 안전이 계속 강조되고 있으며 특별교과로서의 도덕에도 ‘안전’과 관련된 영역이 기존의 ‘도덕의 시간’에 포함되었던 내용에 추가되어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를 계기로 방재교육을 중심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학교 안전의 추진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자립·협동·창조’라는 세 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보다 강력한 학교 안전교육을 추진, 실행해오고 있다.

일본 학교 안전 구성과 실행

일본의 학교보건안전법에 의하면 학교에서는 안전교육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아동, 학생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당 학교의 시설 및 설비에 대한 안전 점검과 통학, 학교생활 및 기타 일상생활의 안전에 관한 지도, 직원 연수 및 기타 학교의 안전에 관한 사항에 대해 계획을 책정하고 실시하도록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2014년 5월 현재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에 의하면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학교 안전계획을 책정한 비율은 94.9%, 학교의 시설 및 설비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한 비율은 98.1%로 나타나 의무 이행 정도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학교 안전은 학교 보건, 학교 급식과 함께 학교 건강교육의 세 영역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러한 학교 안전은 안전교육과 안전관리 및 이 두 활동을 원만히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조직 활동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안전교육은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서 안전학습과 안전지도로 이루어지며, 안전관리는 학교 환경이나 학생들 행동에서의 사고 요인, 위험 등을 조기에 발견, 제거하고 사건·사고ㆍ재해 발생 시 적절한 응급대응이나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직활동은 안전교육과 안전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학교 교직원에 대한 연수를 수행하고, 학생들을 포함한 교내의 협력 체제 및 가정,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연대를 위해 조직 구성 및 활동을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일본의 학교에서는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 관련 지식과 이해, 사고와 판단 및 가치ㆍ태도의 형성을 도모하면서, 대인 및 대물 차원에서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조직 활동을 통해 가정 및 지역사회까지 연대, 협력하여 학교 및 사회 안전을 확보해 가는 개념에 의거하여 실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학교 안전교육의 목표는 총괄적으로 보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의 생명 존중을 기반으로 생애를 통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배양함과 아울러,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참가하여 공헌할 수 있도록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대체로 안전과 관련된 지식, 사고 및 판단력을 기르는 일, 위험 예측과 주체적인 안전 행동의 실천력을 기르는 일, 그리고 안전한 사회 형성 및 운영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일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안전교육을 생명 존중 교육으로 연결, 고양시키면서 개인을 넘어 타인 배려 및 안전한 사회 구 현에의 참여 및 공헌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특징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에는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여 크게 세 가지 영역의 내용들을 교육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즉, 생활안전, 교통안전, 재해안전이 그것인데 이러한 각 영역에 따라 9~10개의 주요 지도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이 외에도 학교 급식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약물 남용, 위법· 유해 사이트를 통한 범죄, 학생 간 폭력의 방지 및 해결과 학교 환경의 위생 등에 관해서는 학급 급식, 학교 보건, 학생 지도 등의 관련 영역에서 교육하도록 하고 있어 위 세 가지 영역과는 별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쓰나미와 화산, 방사선 관련 안전 등의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강조하여 가르치는 면을 볼 수 있다.

반면에 약물 및 사이버중독 예방, 폭력 예방 및 신변 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을 포함하여 7대 영역으로 구성하여 교육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 비해서는 다소 포괄성 및 체계성이 미흡한 측면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전학습과 안전지도 및 도덕교육을 통한 안전교육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교 안전교육 측면으로만 좁혀서 보면, 일본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안전교육 내용들을 크게 안전학습과 안전지도 및 양자를 연계하는 도덕교육을 통해 지도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학교보건안전법 시행 및 학습지도요령 개정에 맞추어 각 학교의 안전교육 및 안전관리 등을 위한 지침으로 2012년에 발간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학교에서의 안전교육(‘生きる力’をがぐくむ学 校での安全教育)》에 학교 안전교육의 영역 및 구조로서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안전학습은 안전에 관한 기초적·기본적 사항을 계통적으로 이해하고,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 안전에 관하여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안전학습은 주로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안전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체육과의 보건 영역/보건체육과의 보건 분야·과목 보건에서의 안전에 관한 학습, 체육과·생활과·사회과·이과·도화 공작과·미술과 등 관련 교과에서의 안전에 관한 학습, ‘종합적인 학습의 시 간’에서의 안전에 관한 학습, 자립활동에서의 안전에 관한 학습 등이 그 예가 된다.

안전지도는 가까운 장래에 당면할 수 있는 안전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안전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한 실천적인 능력이나 태도, 바람직한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지도는 학교의 다양한 활동이나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에 실제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습과 훈련, 체험 등을 통해 안전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학급 활동·홈룸 활동에서의 안전지도, 학교 행사 등에서의 안전지도, 학생회·생도회·클럽활동에서의 안전지도, 부활동 등의 과외에서의 안전지도, 일상의 학교생활에서의 안전지도 등이 그 예가 된다.

위의 안전학습과 안전지도가 개념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상호 맞물려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학교 안전교육에서는 이러한 안전학습과 안전지도의 가운데에서 양자를 연계하는 지점에 ‘특별교과로서의 도덕’을 위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15년 3월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소·중학교에 특별 교과로서의 도덕을 설치하였는데 소·중학교에서 이 도덕의 시간을 지도할 때 생명 존중, 준법정신이나 공덕심, 공공심 등 안전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지도하여 안전교육의 효과를 증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학교에서는 위에서 본 안전학습과 안전지도 및 도덕교육을 통한 안전교육 외에, 앞에서 잠시 언급한 조직활동을 통해서도 학교가 가정 및 유관기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학교의 대응을 자체 조사한 결과 학교에서의 방재교육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역사회와 연계된 안전교육이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측면을 개선하여 학교가 가정 및 지역사회와 연계, 안전교육을 계획하고 실천적으로 실행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고 있다.

일본의 야마구치, 효고, 아키타, 홋카이도 등 몇몇 현의 실천사례들만을 보더라도 이러한 노력들이 상당히 적극적이고도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학교 안전교육은 매우 체계적,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동일본 대지진시 치바현 이이오카 중학교의 예에서 보듯이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학교 안전교육이 처음부터 잘 되어온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의 자연재해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 등을 겪어오면서 그 과정에서 새로이 창안하고 미비점을 계속적으로 보완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왔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의 경우도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이후 전 국가적으로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시켜 가고 있는데 보다 체계적이고 실제적이며 실효적으로 접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 개선, 노력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