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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육동향] 독일 김나지움의 자유교양교육
월간교육 | 승인 2016.12.12 14:49

1. 머리말: 교양교육의 이념

‘교양’(敎養)이라는 말은 서양의 문물을 수용하던 일본의 지식인들이 독일어 ‘Bildung’에 대한 번역어로 만든 말이다. 그리고 본래 이 말을 교육의 이념으로 정착시키고 구현한 사람은 바로 독일의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1767-1835)이다.

근대 이후 독일의 교육체제를 정립시킨 그는 ‘이성적 존재의 자유로운 자기실현’을 교육의 대원칙으로 삼고 이를 ‘Bildung’이라는 말로 압축하여 표현했다.1) Bildung은 Menschenbildung을 줄인 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뜻은 ‘인간형성’이다.

1) 「국가의 활동 한계를 정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Ideen zu einem Versuch, die Grenzen der Wirksamkeit des Staates zu bestimmen)  라는 글에서 ‘변덕스러운 경향에 빠지는 인간이 아니라 불변하는 이성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라면, 그 삶의 진정한 목표는 그의 능력을 최고조로 배양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에서 자유는 불가결한 전제’라고 적고 있다. W. v. Humboldt, Ges. Schriften, I, 107
  [J. Ritter (hrsg.),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Basel /Stuttgart 1971, Bd. 1, 921이하, “Bildung” 항 참조]

교양교육의 이념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어원에 충실하자면, 교양이란 ‘교육’과 다른 말이 아니다. ‘기르다’는 뜻을 ‘육’(育)이라는 한자로 쓸 것인지, ‘양’(養)이라는 한자어를 쓸 것인지 그 차이뿐이다. 

훔볼트에 따르면 ‘교양 즉 교육’이란 단적으로 ‘인간의 인간다움 그 자체만을 위한 주체적 자아를 형성하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어에서는 자기 형 성의 과정은 ‘교육’으로, 그 결과 얻어진 상태는 ‘교양’으로 표현되나, 이 둘은 뿌리가 같은 것이요, 중요한 것은 거기에 자기 형성의 이상적인 모습(Bild)이 있다는 것이요, 그것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반성적 태도, 그리고 타자 및 세계에 대한 관계가 그 내용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신을 형성하고자 하는 요구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것이므로 누구나가 교육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그는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그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는 다양한 구조의 학교제도를 구상하였다.

김나지움도 이러한 그의 교육적 이상이 구현될 학교로서 특히 인격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곳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단적으로 보편적이어야 하는 지식이 있으며, 또 그 이상으로 누구에게나 있어야 할 심성과 성품의 교양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모름지기 특정의 직업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선하고 모범적이고 각자의 신분에 맞게 계몽된 인간이자 시민이어야 비로소 훌륭한 기술자고 훌륭한 상인이고 훌륭한 군인이고 훌륭한 기업인이 될 수 있다.”2)

2) W. Rein (Hrsg.): Encyclopädisches Handbuch d. Pädagogik. 2. Auf., Langensalza 1903, 658-670, “Bildung” 항 참조

훔볼트의 교육철학은 현대에도 이어져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교양-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3)

3) 이하 모두 앞의 책에 의존하여 인용함 4) Wolfgang Klafki: Neue Studien zur Bildungstheorie und Didaktik, Weinheim/Basel 1996 5) Bernward Hoffmann: Medienpädagogik. Paderborn u. a. 2003 6) Henning Kössler: Bildung und Identität. In: H. Kössler (Hrsg.): Identität. Fünf Vorträge. Erlangen 1989 7) Hartmut von Hentig: Bildung. Ein Essay. München, Wien 1996

-객관적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사물의 세계와 정신적 현실이 인간에게  드러나 열림이며... 인간이 그 현실에 개방됨을 뜻한다.4)
- 인간의 자기형성과 교육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심성적 가치와 자질이 발현되고 발전함을 뜻한다. 형태와 본질을 제공하는 ‘형상(Bild)’을 ‘그려 넣는(ein-bilden)’ 것이다.5)
- 인간이 그의 역사적 사회적 연관체계 속에서 선택하고 평가하고 자기  표명을 할 수 있게끔 지식을 전수받고 체화함으로써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견지들의 체계를 획득하는 일이다.6)
- 인격체가 스스로를 형성하는 자립성을 갖게 됨이다.7)

4) Wolfgang Klafki: Neue Studien zur Bildungstheorie und Didaktik, Weinheim/Basel 1996 5) Bernward Hoffmann: Medienpädagogik. Paderborn u. a. 2003 6) Henning Kössler: Bildung und Identität. In: H. Kössler (Hrsg.): Identität. Fünf Vorträge. Erlangen 1989 7) Hartmut von Hentig: Bildung. Ein Essay. München, Wien 1996

정보화와 세계화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의 현대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런 고전적인 교양교육의 이념이 여전히 유의미할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로 ‘디지털 기술혁명’이 가져온 오늘의 ‘유목적’ 사회상,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새로운 지적 지형이 우리에게 교양교육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역설하고 있다.

정보의 산출과 유통이 더없이 자유로워진 정보사회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문제 자체가 융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지식도 기술도 융합, 종합화의 길을 가야 더 큰 탐구적 성과를 거두고 산업도 분화, 전문화보다는 융합, 종합화의 길을 가야 더 큰 산업적 성과를 가져온다.

각 전문 분야들의 지식도 하나의 문제 앞에서 서로 결합되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력한 것이 되기 쉽다.

오늘의 문화 사회적 상황은 여러 문제들이 서로 결합되어 우리의 해결을 기다리기 때문이요, 이는 또 문화 사회적 삶이 영역별로 분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융합되어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치와 경제가 융합됨은 물론, 산업과 문화가 융합되고 예술과 공학이 융합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총체적 맥락 속에서 그 맥락과 더불어 한꺼번에 다가온다면 문제 해결의 방식도 총합적일 수밖에 없다.

각 전문분야들의 지식을 폭넓고 깊이 있는 안목 아래서 조망하고 연결해 주는 ‘지적 연결지평’이 요구되는 것이다. 교양교육은 이에 기여하는 것으로, 본래 융합교육의 성격을 갖는 교양교육이 바람직한 전문 직업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독일 교육의 기본 이념

이러한 교양교육의 이념은 오늘에도 여전히 독일 교육의 지침으로 전수되고 있다. 독일 교육의 기본 이념은 2016년의 연방교육위원회(KMK)에서 제시한 교육기획에 잘 드러나 있다.8)

8) Kultusminister Konferenz(KMK)의 논의 및 제안 사항은 아래 참조:  https://www.kmk.org/dokumentation-und-statistik/rechtsvorschriften-lehrplaene/lehrplan-datenbank.html

독일 연방교육위원회는 교육목표 등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Baden-Württemberg주의 교육목표를 모범적인 것으로 수용하기로 한다.

그에 따르면 독일에서 학교는 “지식과 능력의 전수를 넘어 학생을 신에 대한 경외와 기독교적 인인 애(隣人愛)의 정신 및 민족애, 향토애 속에서 타인의 존엄성과 신념을 존중하는 수행능력과 책임감이 있으며 사회적 신뢰를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해야 하며, 학생의 인품과 재능을 펼치도록 지원해주어야 하고, 주 헌법에 명시돼 있는 자유민주적인 근본질서의 가치와 이념을 의심하지 않고 인정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학교는 헌법에 맞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인지케하고 그에 필요한 판단과 결정의 능력을 전수해 주어야 하며, 상이한 과제를 안고 상이하게 전개되는 직업-노동의 세계가 요구하는 판단 및 결정 능력을 함양토록 해야 한다.” 9)

9) 이 목적 설정은 Baden-Württemberg의 주헌법 12조 1항의 다음과 같은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젊은이는 신에 대한 경외심, 만인에  대한 기독적인 인인애, 평화에 대한 애호, 민족애 및 향토애를 품은 가운데 도덕적 정치적으로 책임지고, 직업적 사회적으로 안정되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http://www.bildungsplaene-bw.de/,Lde/3748176 참조

이러한 일반적인 교육목표는 일종의 규범적 원칙으로서 범교과적인 포괄적 지침뿐 아니라 각 교과의 내용 구성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요, 시대상에 맞도록, 즉 각 세대가 변화하는 시대적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인격 함양의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문화 사회 및 글로벌 사회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공동체 교육이다.

이 교육에서는 나아가 자원의 한계와 관련되는 생존의 문제, 현대사회의 경쟁적 구도와 관련되는 세계 정향 및 갈등 해소의 문제 등을 다뤄야 하고, 또한 디지털화된 경제활동의 여건 아래서 변화해 가는 직업 및 노동 세계에 대해서도 주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교육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일반적인 능력과 지식과 가치관에 대해 상기하는 바와 같이 교육목적에서 서술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부차적으로 구체적인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즉 어떤 교과나 교과 내 영역에서 혹은 어떤 활동 영역에서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실 이 ‘역량’ 개념은 학술적인 일반교육의 이념과 직업 능력 함양이라는 현실적 목표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도록 70년대에 등장한 개념이다. 

바덴뷔르텐베르크 의회의 교육계획은 교육학, 심리학, 교수법 등에서 널리 인정받는 역량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10)

10) http://www.bildungsplaene-bw.de/,Lde/3748176

- 다양한 상황에서 제기되는 상이한 과제들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지식과 능력을 유연하게 연동시키는 능력
- 자기 통제의 능력, 즉 사유와 의지와 실행(지식과 동기와 자발성)을 결합하는 능력
- 책임지고 자립적인 행동을 하려는 자세를 지니면서도 사회적 의사소통을 하고 협동할 수 있는 능력
- 인간과 공동체와 자연에 대해 지니는 비판적 반성적 존중의 태도

3. 독일의 기본 학제

이러한 교육 이념을 구현하는 학교 제도로서 독일은 기본적으로 유치원기본학교의 초등교육에서 출발해 이후 세 갈래의 중등교육과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물론 그 후에는 대학 또는 고등직업학교(=전문대학)로 구성되는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그 세 갈래의 교육과정이란 각기 중학교, 실업학교, 김나지움이며, 이 구별을 유보하는 종합학교도 있다.11)

11) 이 초중등교육기관들, 즉 Grundschule, Hauptschule, Realschule, Gymnasium을 국내에서는 각각 초등학교, 기본학교, 실업학교,
  김나지움이라고 번역하여 명명하기도 하는데, 그 원어의 뜻을 살리자면, 오히려 앞의 둘은 각각 기본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기본학교,
  중심을 이룬다는 뜻에서 중학교라고 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유치원(Kindergarten)은 독일 밖의 나라에서도 그 명칭 자체가 독일어인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듯이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한 교육과정이다. 독일의 유치원은 주로 교회나 사회복지단체 등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유치원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지만, 1996년 8월 이후 모든 어린이는 유치원에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기본학교(Grundschule)는 4년제로 취학 연령은 만 6세이다. (예외적으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에서는 6년제로 운영된다.)

이 학교는 가정 밖에서 이루어지는 최초의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기본적인 생활능력의 배양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업은 독어, 산수, 상식(Sachkunde), 음악, 종교 등에 집중되고, 점수나 등급으로 성적을 산출하는 대신 학생의 학업상의 특성이나 그 성취도 등을 상세히 기술하는 것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이 학교 졸업생은 세 종류의 중등교육기관, 즉 중학교(Hauptschule), 실업학교(Realschule), 김나지움(Gymnasium)12)으로 진학한다. 예외적으로 이 구별을 유보하고 이 세 학교가 공존하는 종합학교(Gesamtschule)로 진학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 명의 담임교사에게서 4년간 모든 수업을 받으며, 그 의 평가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본인이나 학부모의 희망이 반영되기도 한다.

기본학교가 1차 영역/초급 단계의 교육과정이라면 2차 영역/중급 단계의 교육과정은 중학교, 실업학교, 그리고 김나지움이나 종합학교의 2차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중학교(Hauptschule)는 처음부터 직업교육을 준비하는 곳으로 실질적인 활동 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둔다.

5년제로 운영되고 졸업생은 공장이나 산업계 등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업을 계속하여 18세까지 별도의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교육과정에서는 실과 분야의 실습과 노작 교육(Arbeitslehre)에 중점이 주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실업학교(Realschule)는 6년제로 운영되며 중학교(Hauptschule)와 김나지움(Gymna- sium)의 중간 수준 학교로 ‘일반교육’의 시행을 확장한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대체로 상승하는 중산 시민층의 자녀들이 취학한 학교였다.

실업학교에서는 점증하는 직업군의 다양화와 직업적 능력에 대한 요구의 상승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을 시행하게 되었고, 대체로 한편으로는 중견 회사원이나 관청 직원 등 직업 활동을 위한 교육을 수행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의 고등교육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교육도 시행하게 되었다.

즉 졸업생은 후에 대학이나 전문대학(Fachhochschule)에서 학업을 연장할 수도 있게 되었다. 김나지움(Gymnasium)은 전통적으로 9년 과정의 엘리트 양성 기관이었는데, 1960년대 후반 교육개혁 이후엔 이런 성격에 다소의 변화가 생겼다.

입학조건이 대폭 완화되고 고학력 선호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기본학교(Grundschule) 졸업 후 김나지움 진학률은 1960년대에 20% 미만에서 오늘날엔 35%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김나지움 13학년(4개 주에서는 12학년)을 이수하고 졸업시험 겸 대학입학자격시험(Abitur)에 합격하면 대학입학 자격을 획득한다.

김나지움의 상급학년인 11~13학년(4개 주에서는 10~12학년 또는 11~12학년이 되면 언어 및 문학, 사회과학, 수학 및 과학 등 3개 계열로 분류되는 교육과정에서 과목을 자유로이 이수할 수 있다.13)

13) 대개 김나지움은 5학년부터 시작되는데, 기본학교가 6년제인 주(Berlin과 Brandenburg)에서는 7학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2005/2006 학년도에는 3,096개 학교에 243만 명의 학생이 6만 2천여 학급에 재학했고, 16만 3천여 명의 교사가 가르쳤다. 그런가 하면 2008/2009 학년도에는 다소 줄어 3,070개 학교에 247만 명의 학생이 재학했다. https://de.wikipedia.org/wiki/Bildung

종합학교(Gesamtschule)는 중등 교육과정을 세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너무 일찍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비판에 따라 사회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설립한 학교로 5~10학년으로 구성된다.

종합학교는 위의 세 종류의 학교 유형을 동시에 운영하며 학생의 소질과 적성, 학업 성취능력에 따라 학교 유형 간 이동을 더욱 원활하게 보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14)

14) 이상의 교육과정을 단계별로 구분하여, 기본학교를 1차 영역(Primarbereich), 중학교와 실업학교, 그리고 김나지움의 10학년까지를  2차 영역 I(Sekundarbereich I), 김나지움의 11~13학년을 2차 영역 II(Sekundarbereich II)로 구분하기도 한다. 60년대 중반 이후, 특히 90년도의 독일 통일 이후 이 전통적인 교육과정의 구분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위한 논란이 많아 오늘날에는 그 과정이 지방에 따라 상이해지고 다양해진 점도 많다.

4. 김나지움의 교육과정: 자유학예교육

위에서 보듯이 김나지움은 대학에 진학할 것을 전제로 학업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전통적인 엘리트 교육기관으로서의 특성은 상당 부분 변화하였으나15)

15) 1990년부터는 기본학교나 실업학교 진학생보다 김나지움 진학생이 더 많아졌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기본학교 진학자는  전체의 14%, 실업학교 진학자는 23%, 김나지움 진학자는 36%, 종합학교 진학자는 13%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김나지움 진학자가 동일 세대의 3~4%에 지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졸업시험에 합격하여 아비투어를 취득하는 사람은 동일 세대의 2%를 넘지 않았다. https://de.wikipedia.org/wiki/Bildung

여전히 직업교육과는 별도로 일단 심화 된 ‘교양교육’을 수행하는 상급 교육기관이다. 졸업시험이기도 한 아비투어(Abitur) 시험을 통과하면 대학을 비롯한 각종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할 수 있 는 자격을 얻게 된다.

19세기 초엽에 교육개혁이 단행되어 김나지움에 관한 법률이 정비되면서 신인문주의의 깃발 아래 고대 헬라스(=그리스) 로마문화가 이상으로 간주되고, 그것을 배움으로써 인간성의 전인적 함양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신운동의 일환으로서 교육개혁이 착수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교육이념이 김나지움의 교과 과정에 반영되었다.

전인교육의 이념은 고대 헬라스(=그리스)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자유학예교육’을 통해 그 기초가 놓이는 것으로 인식되고 실행되어 왔는데, 이 교육은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곧 ‘자유교양교육’에 다름 아니다.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이란 본래 그 이념에 따르면, 직업, 신분, 종족, 성별 등의 구별에서 오는 차별적 ‘소속’ 및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오직 ‘인간다운 삶’을 살 아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다. 

이 자유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채택되는 교육내용이 곧  ‘자유학예’(artes liberales=Liberal Arts)인 바, 이들은 고전시대에는 문법, 논리학, 수사학의 3학(trivium)과 대수학, 기하학, 음악, 천문학의 4과(quadrivium)였고, 근대 이후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기초학문들이었다.16)

16) 인문학에는 문학, 역사학, 철학이; 기초사회과학에는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이; 그리고 기초자연과학에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이 속한다는 것은 오늘날 상식이다.

이러한 전통에 충실한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에는 자연스럽게 고대 헬라스와 로마의 고전을 그 고전어, 즉 헬라어와 라틴어로 학습하는 교과가 편성되었다.

고전어, 특히 라틴어는 천 년 가까이 유럽 지식인의 언어로서 지적 유산을 전승하는 언어였기 때문에 이미 일상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문어(文語)에 불과했지만, 여전히 ‘교양인의 언어’로 간주되었다.17)

17) 이 고전어 교육도 현대의 산업화 과정에서 제기된 효용성에 대한 요구로 인해 점차 현대 외국어 교육에 자리를 내주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을 지키는 김나지움(이른바 Alt- gymnasium)이 여전히 도시마다 적잖이 남아있고, 적어도  대학의 학문적 연구과정에서는 높은 수준의 고전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

김나지움의 교육은 대학의 고등 교육 수학의 전제 조건으로 각 전공분야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 식견과 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그 목표를 두기 때문에 현대적 지적 지형에서 볼 때 보편적 지적 연결지평을 구성해 주는 ‘자유학예’ 교과들로 그 커리큘럼이 편성된다.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교과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8)

18) http://www.isb.bayern.de/schulartspezifisches/lehrplan/gymnasium

- 독일어, 외국어(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고전어(헬라어, 라틴어)
-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정보학(Informatik)
- 가톨릭교, 개신교, 이슬람교, 유대교, 윤리학
- 지리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 - 철학, 종교학
- 조형예술, 음악, 문학, 연극, 스포츠

이 교과들의 수업이 어떤 비중으로 어떤 단계로 이루어지는지 엿보기 위해 평준적인 김나지움의 하나인 Mainz시에 있는 Rabanus-Maurus 김나지움의 5~10학년 필수교과 시간표를 일별해 본다: 19)[숫자는 주당 수업시간 수]

19) http://www.rama-mainz.de/angebote-aktivitaeten/beratung/beratungsnetzwerk

이 교과들은 모두가 기초학문분야의 교과들이거나 정의적(情意的) 신체적 체험을 통한 인성함양의 교과들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격언의 의미를 새겨 매 학년 스포츠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것도 인성 함양을 위한 것이다. 

정의정의(情意) 체험에 관계되는 과목으로 예술 외에 종교가 있는데, 기독교가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고 신앙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해 가톨릭교든 개신교든 그 종파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슬람교의 수업도 허용하며, 무신앙인은 자신의 주견대로 종교 수업대신 윤리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이 교과들의 학습은 또 단계적 코스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5~10학년의 하급반에서는 같은 주제 영역이라도 그 교과 내용이 일반적이고 광범한 것으로써 교과 내용이 채워지는 데 반해 11~13학년의 상급반에서는 학생의 선택에 따라 범위를 좁혀 특정 분야의 학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과목을 특화시키기도 한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이를테면, <청각과 음파>라든가 < 중량과 온도>같은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즉 김나지움 상급반인 11~13학년 중 11학년은 오리엔테이션의 성격이 짙은 과목을 수강하고 12~13학년 때는 심화 단계의 수업을 듣게 된다.

이 교과들의 학술적 수준은 상당히 높은데, 동일 학령의 학생 중 상위 25%~35%에 해당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5. 맺음말: 교양교육 이념의 구현

현대적 버전의 자유학예 교과 수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교육목표는 결국 자유교양교육 이념의 구현이다. 그 구체적 내용을 Bayern주의 김나지움 교육목표를 통해 알아보자: 20)

20) https://www.km.bayern.de/eltern/schularten/gymnasium.html

Ⓐ - 신을 경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확립함 
   -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을 수용하고 추구하려는 개방적 마음가짐을 확립함
Ⓑ - 지식 습득을 넘어 전인적 인격을 도야함 
   - 자기통제의 힘과 책임감을 기름
   - 자신의 주변을 비판적 자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름
   - 가치관을 확립하고 판단력을 기름
Ⓒ - 윤리적 문제에서 주견을 확립하고 이를 주변과 공유하는 능력을 기름 
   - 약자를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을 확립함  
   - 사회적 삶의 능력을 기름  
   - 윤리적 토대 위에서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그 안에서 도덕적 규범 토대를
견지함
Ⓓ - 자유민주주의적인 사회질서를 신뢰하고 이의 확립에 기여하는 자세를 견지함
Ⓔ - 자연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

이상의 교육목표들에서 우리는 이들이 ‘자유교양교육’의 구체적 내용임을 확인하게 된다. 

A 항목들은 초월적 이상을 추구함으로써 모든 상이하고 상대적인 현실 속에서 그 차별성이 야기하는 갈등을 넘어서서 보편가치를 추구하려는 숭고한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교양의 내용이다.  

B 항목들은 자기완성의 노력을 통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양의 내용이다.

C 항목들은 타인과의 인격적 관계를 통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양의 내용이다.

D 항목은 공동체와 자아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함으로써 사회생활을 통한 인간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교양의 내용이다. 

E 항목은 인간의 삶을 넘어 대자연 및 우주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맺음으로써 세계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교양의 내용이다. 

이로써 김나지움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참된 이해와 세계 속의 인간 및 자아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토대로, 삶을 통해 지고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치관의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교양교육’에 기여하는 교육임이 밝혀진 셈이다.

 

*이 글은 손동현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석좌교수가 월간교육 12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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