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 신축되는 나래대안학교 조감도>

우리나라는 매 년 4,000여 명의 중·고등학생이 출산을 하여 미혼모가 되는 상황이지만 아기의 양육이나 학업 지속 여부, 삶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 조차 없다. 이러한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청소녀 미혼모의 학업 단절을 막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자립심을 길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된 학교가 바로 나래대안학교이다.

취재 지성배 기자

나래대안학교 신축···청소녀 미혼모에 대한 관심의 시작

“한 해 16,000명 정도의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여학생이 임신하고, 그중 12,000명 정도가 낙태하며, 4,000명 정도는 출산합니다. 그러나 출산한 4,000명 학생의 아기 양육이나 학업 지속 여부, 삶 등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조사된 바가 없습니다.”

미혼모자 생활 지원 시설인 애란원이 지난 2010년 6월 서울시교육청과 협약 등을 통해 설립한 나래대안학교 강영실 교장은 우리나라 청소녀 미혼모 학생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직업교육에서 학교교육으로의 전환

나래대안학교는 1960년 미 장로교 반애란(Mrs. Eleanor Van Lierop) 선교사가 설립한 미혼모자의 출산, 양육, 교육, 자립을 지원하는 생활시설인 애란원이 운영하고 있다.

<나래대안학교를 운영하는 애란원을 설립한 반애란(Mrs. Eleanor Van Lierop) 선교사와 나래대안학교 강영실 교장>

“제가 애란원에 입사한 1997년에는 미혼자녀의 90% 이상이 입양 보내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애란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강 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도부터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를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양육 미혼모가 복도에서까지 잠을 잤었다고 한다.

“애란원으로 모인 많은 미혼모는 자립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많은 미혼모가 모이자 강 교장은 자립 능력 부족이라는 미혼모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미혼모의 자립 능력은 아이들의 올바른 양육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 강 교장은 미혼모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모금 기관을 수소문해 다녔고, 출산과 산후조리 그리고 자립계획을 세운 후 자매 직업교육 기관인 애란모자의 집에서 교육을 받고 취업에까지 이르는 시스템을 완성하게 됐다.

“2010년이 지나면서 청소녀 미혼모의 비중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직업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녀 미혼모의 학교 교육이 더욱 필요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녀 미혼모들은 임신 후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강 교장은 초기에 검정고시반을 만들어 운영했다. 역시 어린 엄마(애란원에 입소한 청소녀 미혼모는 모두 ‘엄마’라고 불린다)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검정고시를 통과한 자격으로 사회에 나가 바로 취업한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볼 법한 장밋빛 미래였다. 사회 현장에선 ‘왜 검정고시를 봤는지’, ‘왜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서 청소녀 미혼모들은 취업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호소하였습니다. 청소녀 미혼모들이 안정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죠.”

그 결과, 2010년 6월 12일 서울시교육청, 2015년 6월 8일에는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임신, 출산으로 학업중단 위기에 처한 여학생을 위한 학력 인증 위탁교육시설인 ‘나래대안학교’ 설립·운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를 시발로 현재 전국에 14개의 위탁형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출산과 양육, 교육까지 한 곳에서

나래대안학교는 미혼모 학생과 부모의 위탁교육 신청과 재적 학교장의 추천을 통해 입학할 수 있다. 나래대안학교의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재적학교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 굳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생활과 교육, 출산과 양육 그리고 직업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전 세계를 통틀어 유례없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중학교 1학급, 고등학교 1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급당 정원은 15명이다. 이곳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보통교과뿐만 아니라 학교 자율과정을 통해 건강교육, 부모교육, 진로교육 등의 대안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교육을 통해서는 임산부와 산모라는 특성에 맞게 산전·산후체조를 통한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과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임신·출산과 관련하여 산전·후 건강을 관리하고 분만을 준비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부모교육을 통해 태교, 예비부모교육, 육아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태아의 발달과정을 알아가고 셀프태교를 하는 방법 등을 습득해 스스로 정서를 컨트롤하는 요령을 터득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여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진로교육을 통한 자립심 증대, 인성교육을 통한 대인관계와 자신감 회복 등 교육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커리큘럼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임신 사실을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청소녀 미혼모

“학교에는 임신 사실을 말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말을 하면 자퇴하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녀 미혼모들은 임신으로 인해 배가 불러오면 무단으로나마 학교에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마침내는 수업 일수 부족으로 퇴학 처리되곤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010년 7월 관내 학교에 청소녀 미혼모에 대한 자퇴 권고나 퇴학을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선의 선생님들은 공문을 본 적도 없으며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는데···’라고 생각하며 쉽게 넘겨버려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현장의 대응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학교는 여전히 학생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자퇴를 종용하고 자퇴를 하지 않을 경우 온갖 규칙들을 적용해 퇴학을 시키기도 한다.

“나래대안학교에 오려면 부모님과 학교장의 서명이 있어야 합니다. 서명을 받기 위해선 부모님과 학교에 알려야 하는데 학생들은 어른들에게 알리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합니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이런 절차로 인해 나래대안학교에 위탁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녀 미혼모들에게 고등학교 교육을 마친다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는 등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무조건 덮어놓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선 나래대안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청소녀 미혼모들이 제도권을 벗어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선입소 후 위탁교육 신청 제도’도 좋습니다. 이전에도 먼저 입소를 한 학생이 생활하는 모습 등을 보호자나 학교관계자가 지켜본 후에 위탁교육 신청서에 서명을 해 준 경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혼모 학생들에겐 산후 휴가가 없습니다.”

강 교장은 나래대안학교의 또 다른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일반인들은 3개월의 산후휴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청소녀 미혼모 학생들에겐 산후휴가가 없다. 채워야 하는 최소한의 수업 일수가 있어서 출산을 해도 바로 등교를 해서 학교 수업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청소녀 미혼모는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래대안학교도 위탁교육기관이기 때문에 학교교육과정에 정해진 기본 수업 일수를 채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래대안학교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갈 방안으로 출산 후 한 달 정도는 쉬게 하고, 쉬는 동안 빠진 수업 일수는 방학기간의 보충수업을 이용해 채워 넣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묘안을 짜내면서 운영을 해도 결국 관계 기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수업 중에 아이를 볼 탁아모가 없습니다.”

강 교장은 푸념 섞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수업은 학교 교육과정과 같이 종일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종일 아기를 볼 탁아모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지자체에서 보조받는 것은 월 100만 원 정도의 인건비입니다. 이 금액으로는 1명의 탁아모도 고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자원봉사자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못한 날은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아기를 봐야 한다. 강 교장은 담당 기관에서 이러한 현실을 알아주고 적절하게 대처해줄 방안을 찾아줬으면 했다.

청소녀 미혼모들이 제도권 내의 학교 교육을 받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

강 교장은 청소녀 미혼모들이 학교내에서 정규 교육을 받는 날이 오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나래대안학교와 같은 특수학교를 통한 교육도 좋지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교육을 받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녀 미혼모들에 대한 학교 내 정규교육이 사회에 나가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자립할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녀 미혼모가 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다양한 삶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교육이 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청소녀 미혼모들의 자립을 걱정했다.

한편 나래대안학교는 2017년 2월을 목표로 교사 신축에 나섰다. 건축비용은 여성가족부와 서울시가 20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6억 5천만 원은 자체적으로 모금한다. 현 나래대안학교 자리인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 신축되는 건물에는 나래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생활시설인 애란원, 탁아방이 들어설 예정이며 청소녀 미혼모들의 임신부터 출산, 육아, 교육까지 one-stop으로 지원하게 된다.